살벌한 제로섬 게임에서 시작한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은 상태고 주식시장이 활황의 모습을 보일 때,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참여가 눈에 띄게 증가하게 된다. 부동산은 투자에 필요한 절대금액이 크고 환금성이 떨어지므로 개인들의 투자처로서는 적당하지 않고 예금은 이자가 너무 낮아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이자율은 오히려 마이너스이므로 개인들의 주식시장 참여는 자연스러운 패턴으로 보인다.

개인투자자들의 시장참여에 따라 시장은 더욱 활기찬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아무런 사전지식이나 준비도 없이 주식시장을 기웃거리는 개인투자자들을 보게 되면 조금 답답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근교로 주말 가족 나들이를 나설 때조차 어느 곳을 둘러보고 무엇을 먹을 것인지 대충 관련 정보를 수집하여 우왕좌왕하는 사태가 없도록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처럼 주식시장이라는 엄청난 전장에 나서는 행위 역시 그러한 사전지식과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렇지 않은 상태로 시장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들을 다수 보게 된다. 주식시장의 본질은 무엇일까? 대개의 투자가 그러하듯 주식시장은 일종의 제로섬 게임으로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배당금이라는 부가가치를 창출 하기에 100%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이겠지만, 배당금이라는 것이 해당기업의 선택사항이고 그 혜택 또한 일부 대주주들에게 해당되는 사항이므로 이를 배제하여도 크게 무리는 없으리라고 판단한다.

배당금은 주로 은행 이자보다 적고 아예 배당이 없는 회사도 있으며 투자자 또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참여가 배당금 획득이 아닌 시세차익 획득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냉정하게 보아 주식시장의 기본적인 속성은 살벌한 제로섬 게임인 것이다.

간혹 투자 상담을 요청하는 고객 중에 주식시장을 인생역전의 꽃동산쯤으로 생각하는 낭만적인 투자자들을 만나게 된다. 이것은 주식시장의 본질을 깨닫지 못한 것이며 서점을 가득 메운 “주식시장 성공신화” 등과 같은 서적과 신문기사에 현혹된 까닭이다. 일부 성공신화를 만들어낸 투자자들도 있겠지만 그들의 엄청난 투자수익이 온 곳은 어디인지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그들이 배당으로 엄청난 수익을 창출했을까? 그룹사 대주주가 아니라면 이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의 엄청난 수익은 바로 수없이 많은 개인투자자들의 피땀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또한 주식투자에서 큰 수익을 가져다주는 원인은 부가가치가 아니라 돈의 이동이라는 사실을 아울러 기억해야만 한다.

즉 주식투자는 배당금이라는 열매를 획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본이득이라고 불리는 시세차익을 획득하기 위한 치열한 행위이고 주식시장은 바로 그 시세차익을 획득하기 위한 살벌한 곳인 셈이다.

내 돈을 지키는 동시에 상대방의 돈을 빼앗으려는 치열한 싸움, 그것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바로 전쟁이다.

비록 피와 살이 튀지는 않지만 피와 살처럼 소중한 투자자들 자신의 돈이 시시각각 사방으로 튀는 전쟁터이다.

주식시장의 이러한 잔인한 속성을 망각한 채 인생역전의 허황된 꿈을 안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투자에 뛰어드는 개인투자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순간 이 살벌한 전쟁터에 뛰어드는 셈이다. 그리고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략과 전술을 배우고 익혀야만 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뛰어난 무사들이 득시글거리는 전쟁터에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략이란 세계경제와 국가경제의 흐름을 아우르는 거시경제를 분석하고 능력이고 전술이란 업종과 개별종목에 대한 예리한 시선이며 그에 기초한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넓고 긴 안목으로 시장을 관조하며 일체의 탐욕을 버리고 냉정을 유지하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HMC투자증권 분당지점
김헌률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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