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결코 전망하거나 예측할 수 없다

어떤 경로와 추이를 거치듯 주가라는 것은 결국 그 본질적 가치에 수렴한다. 본질적 가치는 정보, 자료, 실적, 재무제표 등의 기업 자체의 정보와 그것을 둘러싼 거시 및 미시경제의 다양한 변수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도출되며 증권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이런 일을 주된 업무 중 하나로 수행한다. 이렇게 얻어진 자료를 통하여 기관은 비로소 가격을 전망하고 그 전망에 근거하여 일련의 투자행위에 나서게 된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다소 당황스러운 상황이 종종 발생하곤 하는데 그것은 기관 스스로 어제 예측한 전망과 오늘 공표하는 전망이 다른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어제는 거의 모든 증권사의 리서치센터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이구동성으로 주가 상승을 전망했지만 오늘은 역시 비슷한 이유로 주가하락을 전망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무엇이 내로라 하는 경제 및 금융전문가가 포진한 기관들조차 망신스러운 상황으로 밀어 넣고 있을까. 그것은 바로 기관이 ‘전망’이라는 것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는 결코 전망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그 섣부른 전망과 예측에 의하여 투자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실패로 끝나고 만다. 주가의 전망과 예측은 기술적 분석이 아니라 오직 통찰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사실 투자를 한다는 것은 단지 벌어지는 상황에 대응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전망이 실패로 귀결되는 이유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을 전망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술적 분석을 통찰의 보조수단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전부로 여기기 때문에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것이다.

보통 기술적 분석이 저지르는 가장 큰 오류는 시장심리를 바라보는 시각과 그에 대한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시장심리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그 심리와 동일한 것이 아니다. 주식시장에서의 시장심리는 특정한 가격 속에 내포된 에너지를 말한다. 차트 속의 주가, 거래량, 봉의 움직임 등을 통하여 그 속에 내재된 에너지를 느끼고 그 에너지가 의미하는 바를 읽어내야만 한다.

차트를 눈앞에 펼쳐두고 그 차트에 투영된 수많은 투자자들이 매도와 매수의 치열한 심리적 전쟁을 치르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 치열하고 살벌한 소리를 들어야만 한다. 단순히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 치열함을 몸으로 느껴야만 한다.

보통 주식투자 관련 서적을 구입하면 봉, 평균 선부터 시작해서 파동이론 및 갠 이론 등이 현란하게 펼쳐진다. 그 책을 꼼꼼하게 모두 읽은 투자자는 공부한 내용을 차트에 적용해보면 너무나 꼭 들어맞음을 발견하고는 스스로 기술적 분석을 마스터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실제 투자에 적용해보면 거의 백전백패 돈을 잃고 나서야 기술적 분석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깨닫게 된다. 기술적 분석에 사용되는 온갖 용어, 지표 등은 사실 누군가 통계적으로 정리해놓고 이름 붙여 놓은 것인데 이것은 주식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이다. 이미 세상이 다 아는 것을 가지고 주가를 예측한다는 것은 사실 우습고 어리석은 노릇이다. 강가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부드럽게 낚싯대를 휘돌아 흘러내려가는 강물이 어제의 강물과 동일한 강물일까? 내일 흘러갈 강물은 지금 눈앞을 흘러내려가는 이 강물과 동일한 강물일까?

강조하거니와 기술적 분석의 맹점은 그 자체가 원래 후행성이기 때문에 상황이 지나고 나면 무수한 변형과 눈속임으로 투자자 자신을 괴롭힌다는 데에 있다.

또한 주가 형성 과정에서 패턴이나 추세 못지않게 심리적 영향도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심리적 영향을 계량화할 수 없다. 따라서 봉과 봉 사이 거래량, 각종 차트의 지표 속에서 특정한 요소들을 스스로 읽어내고 그 속에 내재한 에너지를 스스로 깨닫고자 하는 노력이야말로 그 어떤 기술적 분석보다도 중요하다.


조선기 SK증권 분당지점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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