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유동성 장세가 오는가

유럽발 혼란이 어느 정도 수습국면에 접어드는 듯하다. 비록 미봉책이지만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확대에 따라 유로존에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유로존의 중심국가인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재정안정기금의 규모를 현재의 4400억 유로 수준에서 2조 유로까지 확대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일련의 조치가 궁극적인 문제인 부채해결까지는 아니더라도 “위험하기는 하지만 당장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작용하여 시장의 불안을 어느 정도는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은 EFSF 규모의 확대에 따라 어느 정도 시간을 벌게 될 것이고 당장은 형편없이 망가져 버린 금융시스템 복구를 시작함과 동시에 국가부채 규모를 줄이기 위한 일련의 작업에 착수할 것이다. 금융기관의 통폐합을 시도하고 구조조정을 할 것이다. 또한 재정 위기를 촉발한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국가채무를 줄이기 위한 긴축정책을 공격적으로 시행할 것이고 그 와중에 수많은 국민들은 대단히 고통스럽고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혼란 극복을 위한 조치를 시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정리될 것은 정리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커다란 충격이 시장을 뒤흔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두번째 충격이 최초의 충격을 압도할 정도로 크지 않다면 시장은 상당한 내성이 생겨 새로운 모멘텀을 형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럽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우려해 이머징 마켓으로부터 유럽과 미국으로 되돌아갔던 유동성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아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여전히 경제성장이 낮은 그 곳에 그대로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것이고 다시금 이머징 마켓과 실물 쪽으로 되돌아 올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이것은 확정적인 것은 아니고 수많은 변수와 전제들로 둘러싸인 단순한 의견일 뿐이다.

어쨌든 현재의 주식차트를 들여다보면 8월부터 지루하게 이어진 박스권의 상단에 다다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박스권은 대략 1650p선과 1880p선 사이에 머물러 출렁이고 있는데 이제 그 에너지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결정을 앞두고 있는 것이며 이 결정은 11월 안에 어느 정도 가시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시 예상치 못한 악재로 고개를 숙일지 아니면 박스권을 상향돌파할지 여전히 가변적이며 바로 이것이 시선을 유로존에서 떼어내지 못하는 이유이다.

만약 주가가 계속 박스권을 못 벗어나고 횡보하다가 하락N형을 보여준다면 한 단계 레벨다운하게 될 것이고 일봉상 박스권을 돌파한다면 1950p선까지는 상승하리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자 현재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제시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유로존의 소동이 가라앉고 유럽발 유동성 장세가 펼쳐진다면 후자의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지만 한 단계 레벨다운 하더라도 1000p이하로 곤두박질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는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전 지구를 뒤덮어버린 글로벌 유동성의 힘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경제학이라는 것은 사실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하는 분야”이다. 현대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주식시장은 더욱더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주식시장에 참여하며 가장 굳건하게 견지해야 할 자세는 여러 경제변수를 고려하여 미래를 예측하면서도 그 예측을 확률로서만 파악하고 절대적인 것으로 과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예측이 불가능한 경제현상과 주가추이를 예측하려는 가망 없는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이미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현상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더 많이 고민하고 에너지를 쏟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격렬한 변동성 장세에 대응하는 투자자들이 항용 견지해야만 하는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이기웅 메리츠종금증권 수원지점 지점장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