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효과 무색…서울 최근 6년 내 ‘최저’

자료제공: 스피드뱅크(www.speedbank.co.kr)

2008년 서울?수도권 재건축아파트 시장은 정부가 다양한 규제완화 정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거래가 살아나지 않은 가운데 최근 6년간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 변동률을 나타냈다. 특히 강남권 4개구(강남, 강동, 서초, 송파)는 경기침체와 대규모 입주물량 여파가 맞물리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돼 시간이 흐를수록 낙폭이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부동산1번지 스피드뱅크(www.speedbank.co.kr)가 2008년(’07.12.29 대비, ’08.11.29 기준) 서울?수도권 재건축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서울은 -4.35%, 경기는 -3.21%를 각각 나타냈다. 이는 약세를 보였던 지난 해의 동기간 변동률(서울 -1.32%, 경기 -1.85%)과 비교해 크게 하락한 것은 물론 2003년 이래 최저치이기도 하다.

특히 강남권 4개구도 모두 내림세를 나타내며 이 역시 200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편 이 기간 동안 재건축을 제외한 일반아파트값은 서울 1.70%, 경기 0.60%를 나타내 재건축 보다는 시장상황이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양한 대책에도 시큰둥

작년 말 대선 이후 재건축 규제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지며 매수세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한 재건축아파트 시장은 연초 등락을 반복하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거래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규제완화에 대한 논란이 만만찮다 보니 정부가 완화책과 관련해 유보입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상반기 동안 매수약세 기조는 계속 이어졌다. 3월 재건축 사업추진기간 단축발표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완화 정책도 제시되지 않았다. 6월 1일 종부세 과세기준일이 임박한 시점에는 고가 재건축아파트의 세금 회피성 매물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기도 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조합원 지위양도 허용, 후분양의무 폐지, 안전진단절차 간소화 등을 골자로 한 8.21대책을 비롯해 9.1세제개편안, 10.21대책 등이 연이어 발표됐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 재건축 시장 거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서울 전반에 걸쳐 낙폭이 더욱 확대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국내 경기침체와 금는융시장 불안으로 재건축을 비롯한 부동산 시장의 향방이 불투명해지면서 재건축 매수심리가 빠르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 여름 이후 잠실을 비롯한 강남일대에 대규모 입주물량이 쏟아진 점과 재건축 규제의 핵심인 개발부담금제도가 여전히 시행되고 있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최근에는 용적률 상향 조정, 소형의무비율 완화의 내용을 담은 11.3대책 발표로 강남권의 경우 급매물 위주로 반짝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호가가 오르자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다시 급매물이 출시되기 시작하는 등 재건축 시장은 좀처럼 회생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수도권 하락세 이어져

한편 강북권은 상반기 동안에는 재개발, 뉴타운 및 교통망 확충 등의 호재와 저평가 인식 확산으로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인 상승세를 타면서 재건축도 이에 편승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하지만 하반기 접어들어 경기악화, 대출금리 상환 부담 등으로 매수세가 실종되면서 결국 약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서울에서는 △송파구(-18.22%)가 내림폭이 가장 컸으며 이어 △강동구(-15.47%), △강남구(-11.18%), △서초구(-4.39%), △동작구(-1.21%), △강서구(-1.18%), △마포구(-0.64%) 순으로 내림세를 나타냈다.

송파구는 지역 전반에 걸쳐 매수침체가 가속화되며 상당수 재건축 단지들이 내림세를 면치 못했다.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119㎡(36평형)의 경우 무려 4억원 떨어진 10억~10억5000만원 선에 시세를 형성하며, 개별 단지로는 올 한해 동안 가장 큰 폭의 내림세를 나타냈다. 가락동 가락시영은 조합원 간 갈등으로 사업이 멈추면서 2차 62㎡(19평형)가 2억9000만원 내린 7억7000만~7억9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됐다.

고가 재건축이 많이 밀집한 강남구는 매수자들이 향후 동향을 주시하며 짙은 관망세를 나타내고 있어 거래가 어렵다. 개포동 주공1단지 56㎡(17평형)가 9억3000만~9억8000만원 선으로 3억5500만원 하락했다.

경기지역도 경기침체, 고금리 여파로 매수세가 얼어붙으며 내림세를 면치 못했다. 전반적으로 거래약세가 이어진 가운데 과천의 경우 올 여름 대규모 입주까지 맞물려 전체 하락세를 주도하는 모습이었다.

경기에서는 △과천시(-12.72%)가 가장 낮은 변동률을 기록했고, △안양시(-5.58%), △용인시(-5.48%), △성남시(-4.42%), △의왕시(-1.65%), △수원시(-0.41%)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과천시는 경기침체 여파로 재건축 투자수요의 발길이 끊긴데다 올 여름 3000여 가구 규모의 래미안3단지 입주 여파로 기입주 단지들의 급매물 출시가 늘며 호가가 하락했다. 원문동 주공2단지 59㎡(18평형)가 6억4500만~7억원 선으로 1년간 무려 1억4250만원 내렸다.

성남시도 재건축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는 신흥동 일대를 중심으로 거래가 실종되며 내림세를 나타냈다. 주공 109㎡(33평형)의 경우 6500만원 내린 5억6000만~6억5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됐다.


약세기조는 당분간 계속

올 한해 재건축아파트 시장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규제완화가 이어지면서 거래 활성화가 기대됐지만 오히려 매수침체가 빠르게 진행되며 과거 유례없는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정부의 완화책이 점점 강도를 높여가면서 최근 재건축 하락폭은 간신히 진정된 상황.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재건축을 주시함에 따라 향후 추가적인 완화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재건축 시장은 올해와 같이 급락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올 한해 재건축 시장 약세가 부동산 정책과는 별도로 실물경기 침체, 고금리 등의 전반적인 거시경제 흐름에 편승해 하락했다는 점에서 경기회복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완화 정책만으로 거래활성화 유도는 다소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재건축은 투자수요의 비중이 높은데 수익 상당부분을 환수하는 개발부담금제도가 여전히 시행되고 있고 내년에도 서울 강남권 및 경기 남부지역에 대규모 물량 입주가 예정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약세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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