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학군특수 실종… 명문학군 사라지나


학부모 수요층의 자금여력 악화, 학군문제 뒷전으로 밀려
강남권 대규모 입주, 교육정책의 변화 수요감소 주요 요인

전통 학군 프리미엄 지역인 서울 강남, 양천, 노원 일대가 겨울방학 시즌을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요층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이는 경기침체의 늪이 깊어지면서 수요층의 자금여력 부족으로 아파트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었던 학군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 지역에 저렴한 매물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지만 거래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겨울철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명문학교와 대형학원이 밀집해 있어 학부모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던 예년과 비교하면 사뭇 대조적인 풍경이다.

부동산1번지 스피드뱅크(www .speedbank.co.kr)가 서울 강남, 노원, 양천일대 매매·전세 아파트값 월간변동률 추이를 살펴보니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가 본격화된 가을철 이후 급격한 내림세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5년 만에 최저치 변동률

지난해 12월 매매변동률은 강남 -2.57%, 노원 -0.79%, 양천 -1.50%로 일제히 내림세를 기록했고, 노원을 제외하면 서울평균(-0.96%)보다 크게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전세도 강남(-3.28%), 노원(-0.79%), 양천(-1.44%) 모두 마이너스 변동률을 나타낸 가운데 역시 노원을 제외하면 모두 서울평균(-1.22%)보다 낮았다.
이는 또한 2004년 이후 5년 동안 12월 강남, 노원, 양천 일대 매매·전세 변동률 중 최저치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들 지역의 아파트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국내 경기침체, 고금리, 고유가 등의 여파로 수요층의 자금여력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다 보니 학부모들의 자녀 교육문제에 대한 관심이 크게 감소했고 이사에 대한 압박감도 한 층 커진 것이다. 특히 이들 지역의 교육환경이 우수한 만큼 아파트 시세가 대체로 높게 형성돼 있는 점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최근 잠실 일대에 대규모 입주물량 폭증이 맞물린 점도 주요 요인이다.
특히 전세시장의 타격이 큰데 강남권 기입주 단지들을 중심으로 전세값 하락세가 가속화되면서 그 여파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따라서 강남권 이외의 명문학군 지역도 예외는 아닌 상황. 급격한 공급량 증가로 빈집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어 이사 오는 사람들이 많아 전세대란을 겪었던 예년 이맘때와는 상반된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교육정책의 변화도 한 몫 하고 있다. 2010년부터 서울 지역에 고교선택제(광역학군제)가 도입되는데다 올부터 내신 비중이 확대되면서 교육 프리미엄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때문에 상당수 학부모들이 아파트 값이 비싼 명문학군 지역으로 굳이 집을 옮기기 보다는 현 거주지에 머무르려 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102㎡(31평형) 전셋값이 12월 한 달간 1000만원 하락한 1억9000만~2억4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됐다. 112㎡(34평형)의 경우 매매값이 9억~10억1000만원 선으로 무려 7500만원 내렸다.

대치동 일대 E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맘때가 되면 학군수요로 늘 붐비곤 했었지만 올해는 경기침체가 심각하다 보니 좀처럼 수요층이 형성되지 않는다”면서 “특히 전세의 경우 강남권 입주물량 과잉공급에 따른 역전세난이 심각해 가격을 낮춰도 좀처럼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명문학군도 불경기 영향받아

서부일대 명문학군 지역인 양천구 목동도 방학수요가 증발하긴 마찬가지. 목동신시가지4단지 89㎡(27B평형) 매매가가 4억5000만~6억3000만원 선으로 무려 5000만원 하락했다. 181㎡(55A평형) 전세가는 3000만원 내린 3억4000만~4억5000만원 선. 이밖에 노원구 중계동 주공5단지 102㎡(31평형) 매매가는 2500만원 내린 4억~5억3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됐다.

목동 M중개업소 관계자는 “학부모 수요층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이사 자체를 부담스러워해 학군문제가 뒷전으로 밀리는 분위기”라면서 “향후 집값 추가하락에 대한 수요층의 기대심리도 크게 작용하고 있어 학군특수 실종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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