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몹시 서두르고 있는 것 같다. 그가 대선 후보 시절 “남북대화 하나만 성공시키면 다 깽판 쳐도 괜찮다”고 선언했던 사실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그는 이미 국정을 다 ‘깽판’쳐 놓은 상태에서 “남북정상회담 하나만 성공시키면 괜찮다”고 믿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그는 정상회담을 추진해서는 안 되고 차기 대통령이 시간적 여유를 갖고 신중히 준비토록 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 여섯 가지로 집약된다.

첫 째, 그는 정상회담을 추진하면 자신이 국민과 약속한 말을 뒤집는 것이라는 데서 해서는 안 된다. 그는 2003년 5월 “핵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도 풀어낼 문제가 없다”며 선 핵 해결 - 후 회담 수순을 밝혔다. 그렇게 다짐해놓고 핵문제가 타결되지 않은 마당에서 정상회담을 추진 한다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짓밟는 행위이다.

둘 째, 노대통령이 김정일과 만난다면 북한의 핵을 기정사실로 묵인해주는 중대 결과를 초래한다는 데서 서둘러 그와 악수해서는 안 된다. 노정권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명백히 선언했다. 그래야만 하고 미국 등 국제사회도 그랬다.
노대통령이 김정일과 만나 핵 폐기를 보장받지 못한 채 남북 평화와 화해협력 등만을 선언한다면, 그가 북핵을 앞장서서 묵인해 준 결과가 된다. 그는 4,800만을 절멸시킬 수 있는 북핵을 인정해 주었다는 문책을 면할 수 없게 된다.

셋 째, 노대통령은 김정일과 회동한다 해도 그로부터 핵 폐기 확약을 받아낼 수 없다는 데서 회담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북한측은 핵무기를 “포기하려고 만든 게 아니다”며 핵으로 남한 적화를 관철할 때까지 여간해선 폐기치 않을 기세다. 그런 의도로 핵을 손에 쥔 김정일을 만난다면, 노대통령은 그와 축배를 들며 남북불가침이나 선언하고 빈손으로 돌아올게 뻔하다. 도리어 김은 자신의 “선군정치가 남측의 안전을 도모해 주고 있다”고 큰 소리 칠지도 모른다. 북핵 폐기를 위한 회담이 아니라 북핵을 축하해준 만남에 지나지 않는다.

넷 째, 노대통령의 정상회담 추진은 국민들에게 더욱 더 자신에 대한 불신을 초래함으로써 정치적으로도 득이 될 수 없다는데서 포기하는 편이 낫다.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5억 달러를 몰래 찔러주게 했고 그 후에도 김정일에게 퍼주며 끌려다니기만 했다. 그래서 상당수 국민들은 정상회담을 불신한다. 이런 불신 속에 노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면, 국민들은 성과 기대보다는 무엇을 뇌물로 바쳤는가 의심부터 할 수밖에 없다.

다섯째, 김정일은 노대통령이 국민 지지도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있는 것을 알고 정상회담 대가로 터무니없는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 있다는데서 서둘러서는 안 된다. 김정일은 김대중 때 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 안위를 위협할 수 있는 불리한 정상회담 여건이다.

여섯 째, 정상회담은 노대통령과 김정일이 남한 좌파 정권의 재집권을 위한 도구로 삼을 지도 모른다는 데서 강행되어서는 안 된다. 노·김 두 사람은 친북 좌파의 재집권을 위해 정략적 성명을 발표하거나 합의할 수 있다. 그러한 계략 하에 꾸며진 결과물은 자유민주체제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데서 용납될 수 없다. 국가적 재앙을 불러 올 수 있다는데서 불안하다.

이제 “남북대화 하나만 성공시키면 다 깽판 쳐도 괜찮다”는 시기는 지났다. 노대통령은 대다수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정상회담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남은 1년의 임기를 ‘깽판’치지 말고 모든 국민들이 염원하는 경제 살리기와 사회 안정에 매진해주기 바란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