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국 정치가 시작된 이래 오늘에 이르도록 변할 줄 모르는 세 가지가 있다. 그 첫째는 뉴스 시간대마다, 또 신문 지면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위 힘 있는 자들이 저지르는 비리 사건이다. 정치인이 돈을 먹고 뭘 어떻게 했다거나, 고위 공직자, 군 장성에 이르기까지 비릿돈 챙기다가 들통난 사실들이 시대를 아랑곳 않는다.그 둘째가 국회 파행이다. 의회민주주의를 신봉한다는 나라에서 국회 역할이 어떤 것이고 얼마나 막중한 것인가를 설명할 필요는 없다. 그런 매력 때문에 국회의원 배지 한번 달아 보려고 그 야단들 하는 것일게다.그러나 온갖 감언이설로 어렵게 표를 얻어 국회에 들어간 선량들이 해온 짓거리는 때로 의사당 건물이 아까울 지경이었다. 어떤 때는 폭력조직의 난투장 같아 보이기도 하고, 또 때로는 밥그릇 뺏길까 거품 무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었다. 국회만 열렸다하면 어김없이 이런 해괴한 짓거리를 봐야 하는 국민들 생각이 어떠한지도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만연된 시위 문화일 것이다. 해방직후의 이데올로기적 충돌, 민주화 운동, 집단이기의 충돌, 이념적 갈등에 관제 데모, 심지어 1인시위의 투쟁 방식까지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왜들 이럴까? 이유를 말하라면 누구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첫째로 이 나라는 공권력 행사의 공공성과 적법성이 형편없이 붕괴돼 왔다는데 근본 원인이 있다. 오늘에 이르도록 우리 정부가 덩치만 부풀렸지 과연 시대가 요구하는 정부 품질과 수준을 갖추었다고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대통령의 의사가 방대한 비서실 조직에 의해 왜곡 전달되고, 또 국가 공조직이 대통령주변의 수많은 측근들에게 휘둘리는 상황에서 공공성과 적법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몸통’이니 ‘깃털’이니 하는 의미를 모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고위 공직자들의 퇴임 또는 이임 인사말에는 ‘여러분 덕분에 대과(大過)없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큰 잘못 없이 잘 지내다 간다’는 이 인사말 속에서도 우리는 공직사회의 무사안일주의가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둘째로 나라 혼란은 정부권력 통제의 핵심 주체인 국회가 그 핵심의 역할을 할 수 없는 배경이 가장 문제다. 의회는 법률로써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한 근거를 부여함과 동시에 권한 범위를 한정하고 남용을 억제시킬 분명한 책무가 있다.그런데 대한민국은 다수 여당이 대통령을 위한 거수기 노릇을 자임한 까닭에 민의를 반영하고 헌법가치를 생산한다는 국회가 총리 막말에 휘둘리는 지경이 돼버렸다. 국회 꼴이 이 모양이니 헌법 수호의 보루 기관이 정권을 비호하는 일부 열성 세력의 막말에 휘둘리게 되는 참상마저 빚어지는 것이다. 또한 행정부 공무원들이 입법과정을 주도하고, 그러자니 장관이 법을 만들겠다고 국민을 상대로 공언하는 모순까지 일어난다.이렇게 만들어진 졸속 법률이 법적 안정성을 가질 리 없다. 상호 모순으로 국민에게 혼란을 주기가 십상일 것이다. 신성하다는 의사당 안에서 ‘깽판’ ‘맞장깐다’는 해괴한 깡패 용어가 난무하는 현실, 국회가 이 정도면 인터넷 사이버 공간에서 빚어지는 욕설과 쌍소리 표현이 어떤 수준인지 알만 할 것이다.이런 가운데 시위 문화는 이제 지구 최초의 ‘솥단지데모’까지로 발전 했다.더 이상 믿을 곳도 의지할 구석도 없다는 성난 민심이 급기야 폭발하는 양상이다. 이렇게 온통 막말에 막가는 행동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그럼에도 집권세력이 한치 후퇴 없이 4대 개혁 법안이란 것에 매달리는 연유가 도대체 누굴 위함이고 뭘 얻자는 건지 도무지 속내를 모를 일이다.왜 이럴까? 아무리 생각해도 급한 것은 현실의 민생 과제일 듯하고, 옳은 개혁은 정부 품질과 국회 품질이 단초가 돼야 할 텐데 말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