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권력의 최측근으로 권력을 방자하게 휘둘러댔던 사람일수록 권력 끈이 떨어지면, 쇠고랑을 차고 감옥으로 묶여가는 경우가 많다. 김대중 시절의 권노갑과 박지원, 김영삼 때의 김현철, 노태우 권력의 박철언, 전두환 당시의 장세동 등이 그들이다.지난 9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미림팀의 불법도청과 관련된 문제로 검찰에 소환되었다. 그의 아버지 김영삼씨가 대통령이 된지 세 번째의 검찰 출두였다. 그는 1997년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구속돼 본인 말대로 ‘혹독한 처벌’을 받았고, 그로부터 다시 7년만인 작년 9월에도 다시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구속 수감되었다. 김씨는 마치 상습 절도범처럼 감옥을 제집 드나들듯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 재임 시절 ‘소통령’으로 통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철딱서니 없이 마구 휘둘러댄 대가였다.김대중 정권 시절 역시 ‘소통령’으로 통하며 막갔던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도 직권남용, 대북비밀송금과 관련한 외국환 거래법 위반, SK 그룹 뇌물수수 등의 죄로 감옥살이를 해야 했다. 그는 재판정 판사 앞에서 흐느끼며 선처를 호소하는 잡범 신세가 되고 말았다.김대중 정권 때 ‘동교동계 맏형’으로 군림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던 권노갑 민주당 고문도 권력에서 밀려나자, 두 번씩이나 5년의 중형을 선고받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되었다. 그는 한보그룹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1997년 5년 선고를 받아 복역중 1998년 사면 복권되었다. 하지만 그는 현대그룹의 비자금 문제로 다시 구속돼 2004년 5년 형을 또 받았다. 그는 세월 좋았을 때 도와준 후배 정치인들로부터 멸시와 배신을 당하기도 했다.김 전대통령의 홍일·홍업·홍걸 세 아들은 검은 돈 먹은 죄로 모조리 쇠고랑을 찼거나 기소되어야 했다. 김씨의 청와대 길은 세 아들들의 감옥 길이 되고 말았다.노태우 집권시절 ‘황태자’로 불리며 막강한 권력을 주물렀던 박철언 체육부장관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도 권력의 끊이 떨어져 나가자 돈 먹은 죄로 감옥살이를 해야 했다.전두환 정권 때 ‘황태자’ 또는 ‘후계자’로 소문났던 장세동 안전기획부장도 옥살이를 치러야 했다. 그는 1993년 구속 정지로 풀려났다. 그는 곧 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택을 방문해 전 전대통령 앞에서 무릎 꿇고 큰절을 했다. 그리고 그는 ‘휴가 잘 다녀왔습니다’고 신고했다. ‘당신 덕분에 큰 감투쓰고 큰 소리쳤다가 감옥갔다 왔으니 유감없다’는 보은의 표시요, 의리의 객기 표출 같았다.저와같이 한국의 최고 권력 최측근들은 거의 예외없이 권력이 끝나면 줄줄이 쇠고랑을 차고 감옥으로 끌려갔다. 새로 집권한 권력실세들은 앞서간 측근들의 감옥행을 지켜보았으면서도 그들의 교훈을 간과한채 그들과 똑같이 오만방자하게 설친다. 그 결과 그들도 권력 쇠잔과 함께 감옥으로 묶여갈 수밖에 없다. 한국과 같은 정치 후진국에서는 권력 주변에 쉬파리처럼 꼬여드는 사람일수록 권력과 감투에 탐닉하는 속물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권력을 휘두를 기회가 주어지면 앞뒤가리지 않고 마구 날뛰게 마련이다. 법이나 도덕은 안중에 없고 오직 눈앞의 권력에 기고만장해질 따름이다. 오랏줄에 묶이고 만다는 사필귀정도 모른다. “권불십년(權不十年) 이란 무상함도 잊어버린다. 결과는 권력이 떨어진 후 쇠고랑을 차는 절차만 기다릴 뿐이다. 노무현 정권도 앞으로 2년여 밖에 남지 않았다. 그 때 가서 또 누가 오랏줄에 묶여 고개를 푹 숙인채 교도소로 끌려갈지 관심거리다. 부디 경거망동 말고 조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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