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아무리 보아도 정상적이지 않고 거꾸로 선 나라 같다. 법과 질서를 지키는 시위진압 경찰이 툭하면 폭력시위자들에 의해 마구 두들겨 맞는다는데서 그렇다. 국가 지배의 힘은 국가 공권력에서가 아니라 폭력시위 쇠파이프에서 나오는것 같기 때문이다.서울의 전·의경 부모들은 1월7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지난 달 농민들의 여의도 폭력시위와 관련해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전·의경 부모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경찰청장만 물러나게 했고 폭력시위의 책임과 처벌에 대해선 입을 다문 것에 대해 항의하기 위한 것이다. 한 전·의경의 어머니는 “폭력시위대만 인권이 있고 우리 애들은 아무리 맞아도 인권이 없습니까?”고 반문했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퇴임사에서 “경찰만이 길거리에서 온 몸으로 막아내고 그 책임을 끝까지 짊어져야 하는 안타까운 관행이 이 시점에서 끝나기를 소원한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허청장의 사퇴에 대해 일부 경찰관들은 “경찰이 사실상 죽은 날”이라고 한탄했다. 여의도 농민 폭력시위로 전·의경 218명이 부상했고 농민 600여명이 다쳤다. 경찰버스 3대가 전소되는 등 파손차량만도 19대에 이르렀다. 이쯤되면 시위가 아니라 난동이었다.근년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불법 폭력시위의 대명사로 낙인찍혔다. 지난달 중순에는 홍콩의 세계무역기구(WTO)회의를 반대하기 위해 한국 시위대가 원정까지 가서 폭력시위를 벌였다. 그 폭력으로 한국인 600여명이 홍콩 경찰에 의해 구금되어야 했다. 38년간 조용하던 홍콩에 한국 쇠파이프 부대가 상륙, 홍콩당국이 체루탄을 발사치 않을 수 없게 했다.지난 5월 중순 있었던 울산 건설플랜트노조의 폭력시위 장면도 섬뜩하였다. 서울의 한 주요 신문 사진에는 6∼7 명의 노조시위자들이 한 전경을 둘러싼채 쇠파이프로 마구 개패듯 패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국가 공권력이 집단 구타당하고 있는 끔찍한 장면이었고, 이 나라가 거꾸로 가고 있는 징표였다. 작년 한 해 1만300여건의 가두 시위가 있었다. 이중 65건이 폭력을 휘둘렀고 진압 경찰 800여명이 부상당해야 했다. 허청장의 말대로 쇠파이프가 난무하고 시위대와 경찰이 피흘리는 폭력시위는 하루 속히 근절되어야 한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서 피흘리는 폭력시위는 근절될 수 없고, 더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치 않을 수 없다.무엇 보다도 노대통령의 폭력시위에 대한 입장 표명부터가 미온적이었다. 그는 두 농민의 사망에 대해서는 “경찰의 과잉행위에 의한 결과”라는데 대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라고 했다. 사죄할 만한 불행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는 농민들의 폭력시위에 대한 책임과 근절에 대해선 단호히 경고하지 못했다. 그는 폭력시위대의 비위를 맞춰준 셈이다. 그래서 전·의경 부모들이 노대통령의 미온적 대응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시위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노대통령은 경찰 총수에 대해서는 ‘과잉행위’에 책임을 물어 사퇴시켰으면서도 폭력시위에 대해선 책임을 엄히 따지지 않았다. 그같은 편파적 대응은 폭력시위를 앞으로 더욱 극성스럽게 할 우려를 수반한다. 노대통령이 폭력시위에 그토록 관대한 것은 그 자신이 재야 시절 노동운동 변호사였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케 한다.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이 국민소득 2만달러 산업사회로 도약하기 위해선 폭력시위부터 근절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나라의 대통령부터가 과거 노동운동 변호사였건 아니건 폭력시위에 단호히 대처하지 않으면 안된다.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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