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에 이어 이용철 전 대통령 법무비서관이 삼성의 추한 돈 공작 실태를 폭로 했다. 그들의 폭로는 국민기업 삼성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자아냈고, 이제 삼성도 그대로는 안된다는 절박감을 금할 수 없게 했다.

김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 1997년부터 7년 동안 삼성그룹의 법무팀과 재무팀의 이사 및 법무팀장 등 요직을 거쳤다. 그는 11월5일 폭로를 통해 “나도 모르는 차명계좌에 50억원대 예금이 들어 있고, 이는 삼성 비자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삼성으로부터 설 추석 여름 휴가 시기에는 500만∼수천만원, 때로는 수십억원까지 로비 지시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삼성그룹측은 “불법 로비는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며칠 뒤 이용철 전 대통령 법무비서관이 자신에게 삼성측이 500만원을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본인과 친분이 있던 삼성전자 법무실 소속 변호사가 구정 선물로 위장한 책 크기의 상자에 백만원짜리 현금다발 5개를 넣어 보냈으나 곧 돌려주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검찰은 삼성 등 재벌 그룹의 불법 정치자금을 조사중이던 시기였다는데서 로비로 의심받기에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이 전 비서관에게 전달한 500만원의 현금은 며칠 전 500만∼수천만원 로비 지시를 받았다는 김용철 전 법무팀장의 폭로 내용 500만원과 일치한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공개한 내용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기발한 로비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이회장은 돈 안 받는 사람에게는 호텔 할인권을, 와인을 잘 하는 사람에게는 와인을 주면 “효과적이니 따로 조사해 볼 것”이라고 지시 했다는 것이다.

저와 같은 삼성의 돈과 얽힌 비리 의혹은 결국 11월 23일 삼성특검법의 국회 통과를 불러왔다. 그밖에도 김용철씨는 11월 26일 추가로 삼성의 비자금 조성과 미술품 구입 등에 대해 폭로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200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그 돈 중 최소 600억원이 이건희 회장 부인 홍라희씨의 미술품 구입에 쓰여졌다고 주장했다.

김씨 폭로의 진위 여부는 앞으로 수사 당국이 가려낼 것이다. 그러나 그의 폭로로 삼성은 한국 최고의 기업에서 한국 최악의 부도덕한 기업이란 의혹을 받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 국민은 삼성이 반도체 분야를 비롯, 세계적인 신기술을 개발해 내면 내 일 처럼 반겼고 자부심을 느꼈다.

그러나 삼성은 국민의 자부심속에 벌어들인 돈으로 국민의 정신을 부패 타락 시키는데 수치스럽게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은 자부심과 수치의 두 얼굴을 가지게 되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연상케 한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1886년 영국의 로버트 스티븐슨이 쓴 소설의 주인공이다. 지킬 박사는 높은 학식과 박애정신을 겸비했으나 자신이 약품을 만들어 복용하고는 추악한 하이드로 변하는 이중성을 지닌 인물이다. 삼성도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면서도 동시에 국민을 검은 돈 로비로 타락시키는 2중성을 지닌 추한 기업이란 지탄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삼성의 추태는 “브랜드 가치 훼손 때문에”라는 변명으로 어물어물 덮고 넘어가서는 안되고 철저히 진상을 밝혀 심판대 위에 세워야 한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은 ‘200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중 이건희 회장을 선정했다. 이회장은 한국인을 타락시키는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깨끗한 100인에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위해 삼성은 검은 돈 공작 고리에서 벗어나 투명한 경영체로 돌아서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 기업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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