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아시아권에서는 아직도 돈 주고 표를 사거나 상대 후보를 아예 죽여버리는 나라가 있다. 태국, 필리핀, 파키스탄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우리나라 국민은 지난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에서 야비한 흑색비방 선거 양태를 지켜보며 크게 실망하고 분노했다. 하지만 이웃 나라들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더 후진적이며 막가는 몰골들을 상기하면 조금은 위로를 받게 된다.

한나라당의 당내 대선 경선은 처음 부터 끝까지 정견 대결이 아니라 상대 후보에 대한 개인 비리 캐내기와 비방중상으로 일관했다.

이어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간의 결전도 대통합신당측의 상대 후보에 대한 비리 캐내기와 흑색 중상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대통합신당측은 선거 전날에도 선거법을 위반해가면서까지 ‘정동영 후보가 이명박 후보를 오차 범위내에서 추격했다’는 터무니 없는 여론조사 수치를 공개했다.

그러나 다음 날 대선 결과는 이 후보가 이승만 대통령 이후 최대 표차로 승리했다. 대통합신당측은 끝까지 선거법을 어겼으며 거짓말로 대선운동 마지막 날을 장식한 것이다.

그러나 태국, 필리핀, 파키스탄 등의 선거를 들여다 보면 한국의 선거 추태는 그래도 양반인 셈이다.

태국에서는 선거 전야를 ‘개가 짖는 밤’이라고 한다. 선거운동원들이 선거 전 날밤 표를 사기 위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돈 봉투를 던져주는데, 그에 개가 놀라 짖어댄다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태국 선거운동원들은 버스티켓이나 휘발유티켓을 유권자들에게 돌리기도 한다. 또는 학생들의 등록금을 대납해주거나 오토바이 구매 할부금을 대주기도 한다. 선거기간 후보들이 살포된 돈으로 태국경제는 10억달러 가량 불어난다는 계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때 검정고무신을 돌렸다가 경제가 나아지자 현금봉투를 담 넘어로 던져준 바 있었다.

지난 11월 13일 태국 경찰은 한 주유소 주인을 선거법 위반으로 체포했다.

그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국민의 힘‘(PPP) 후보들의 이름이 적힌 선거 운동 책자에 돈이 부착된 것들을 지니고 있다가 체포되었다.

태국의 불법 돈 뿌리기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PPP는 12월 23일 총선에서 제1당으로 승리했다. 물론 PPP의 승리는 16개월 전의 군부쿠테타와 경제난에 대한 태국인들의 반발 결과였지만, 돈 뿌리는데 이력이 난 기존 정치세력의 영향도 적지 않게 작용했으리라 짐작키 어렵지 않다.

필리핀의 경우는 더 극단적이다. 필리핀에서는 아예 상대편 후보나 운동원들을 죽여버린다. 지난 5월 치러진 필리핀 총선에서 선거와 관련
해 살해된 사람은 무려 100명이 넘는다. 4월28일 필리핀 북부의 작은 도시 산 칼로스 시의 시장도 재선 유세 중 저격범의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선거때 마다 100여명이 예외없이 살해된다.

파키스탄에서는 야당지도자인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1월 총선을 앞두고 유세 중 12월 27일 암살되었다. 그녀와 함께 20명이 숨졌다.

후진 아시아권의 상습화된 표 사기와 암살을 상기하면 한국의 불법행위와 흑색비방은 약과로 여겨진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들의 공정한 선거를 떠올리면 창피스럽기 짝이 없다. 한국인들은 멋진 민주주의를 영위할 자격이 있는가 의심이 치민다.

오는 4월 총선부터라도 그토록 유치하고 더러운 불법 비방흑색 선전이 사라졌으면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 12위 경제규모 국가로서 필리핀이나 태국과 비교할 수 없다는데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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