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이면 우리나라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진다. 노무현 정권의 권력 핵심에 앉아 힘꽤나 썼던 사람들이 일제히 물러난다. 그들중에는 돈과 사리사욕에 탐닉한 나머지 재임중 부정을 저질렀다가 퇴임후 발각돼 쇠고랑을 차는 사람들도 없지않을 듯 싶다. 으레 정권이 교체되고 나면 적지않은 권력핵심 인물들이 줄줄이 오랏줄에 묶여 형무소로 끌려가곤 했음을 상기할 때 그렇다.

그런 추한 몰골들을 예상하다 보니 인도와 중국에서 있었던 깨끗한 권력핵심 인물의 아름다운 퇴장 스토리가 떠오른다. 작년 7월25일 인도의 대통령직을 퇴임한 압둘 칼람과 올 3월 모든 공직에서 떠난다고 선언한 중국의 우이(吳儀) 부총리가 그 주인공이다.

칼람은 5년동안 인도 대통령직에 있었다. 인도는 내각책임제로 대통령에게는 실권이 없지만, 여하튼 권력 핵심의 자리임에는 틀림없다.

그는 퇴임하면서 가방 두 개만 들고 대통령궁을 떠났다. 한 유명인사가 그에게 퇴임선물로 펜 2개를 줬지만, 바람 대통령은 그것마저 돌려줬다. 그리고 그는 정부가 제공하는 최고급 빌라를 사양하고 자신이 오래 전부터 살던 단칸방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 노대통령은 몇 년전 까지만 해도 대통령직에서 퇴임하면 임대 아파트에서 살다가 더 나이들면 귀촌(歸村)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더니 얼마못가 그는 약속을 뒤집고 고향 마을에 어마어마한 새 집을 짓기 시작했다. 1300평 대지위에 300평에 달하는 대 저택을 축조하고 있다. 집 앞에는 6m 높이의 소나무 10 그루도 옮겨 심었다. 상상컨대 호화스럽기 그지 없다.

중국의 우 부총리도 퇴임과 관련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녀는 작년 10월 미국의 ‘포브스’(Forbes)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인’중 두 번째로 선정되었다. 첫 번째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였다.

우 부총리는 1962년 베이징 석유학원을 졸업한 뒤 26년간 석유화학회사에서 근무했다. 그후 그녀는 베이징 부시장으로 발탁되었다. 부시장 시절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놓고 1년 이상 집에 들어가지 않고 집무에 열중했다. 그녀는 독신으로 결혼하지 않은 이유로 “내 삶에 끼어들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고 했다. 그녀는 중국의 ‘철의 여인’으로 불린다.

우 부총리는 작년 12월 ‘중국 국제상공회의소 회원 대표대회’에서 자신의 퇴임에 대해 멋진 연설을 했다. 올해 69세인 그녀는 퇴임 후 어떤
공 조직이나 사 조직 감투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녀는 “나를 완전히 잊어 주세요. 앞으로 공직은 물론 어떤 반관반민 단체나 기구의 직책도 맡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녀는 “이것을 뤄투이(裸退), 맨 몸으로 물러나는 것” 이라고 밝혔다.

우 부총리의 뤄투이 선언을 접하며 우리나라 권력 철새들의 흉한 모습이 떠오른다. 권력 교체기 마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어다 해 가면서 권력의 끈을 놓지않으려 발버둥대는 소인배들이 그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인도의 압둘 칼람 이나 중국의 우이 같은 아름다운 뤄투이가 나올 수 없을까 상상해 본다. 임대주택에서 살겠다고 공언했
다가 호화 저택을 짓는 대통령이 아니라 가방 둘만 들고 단칸방 집으로 묵묵히 떠나는 그런 존경받는 대통령의 퇴임이 절실하다. 그리고 퇴
임후 어떤 공 사직의 직책도 맏지않겠다며 맨 몸으로 물러나는 裸退의 주인공은 언제나 나타날는지 그저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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