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가 우리국민 관심뿐만 아니라 우방 등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다. 정권교체에 따른 통치적 변모가 이만저만 하지 않을 것이란 통 큰 기대와 극심한 변화로 인한 반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찮게 포함돼 있다.

그런 만큼 당선인의 고민도 매우 클 것이다. 압도적 승리를 안겨준 국민 기대에 반드시 부응해야 할 것이란 압박감이 가중 되는 가운데 주변 인물들의 기대도 채워줘야 하는 당선인의 고민은 누구와 그 몫을 나눌 수마저 없다.

묘수가 없는 이럴 때 나름의 원칙을 세워 그에 충실하는 리더십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가 않다. 논공행상이 공정해야 하며 보은잔치의 대상은 적을수록 좋은 것이다. 왕조시대 때도 별다른 공이 없는 사람들이 줄서기를 잘해 공신 책록을 받는 바람에 나라 폐해가 매우 컸었다.

어느 시대나 민중은 간단치 않은 속성을 지녔다. 특히 도덕성 문제에 있어 당선인은 더 큰 신경을 써야 한다. 대선에서 국민들은 다른 더 큰 가치를 위해 당선인의 도덕적 결함을 눈 감아줬지만 그 주변 사람들 문제에는 상대적으로 아주 엄격할지 모른다.

만약 도덕적 결함 있는 사람이 발탁되면 그 화가 당선인에게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런 연유에서 보은인사의 모든 결과 역시 당선인이 책임져야할 대목이다. 때문에 아무리 공이 컸던 인물이라도 위세를 부리고 거들먹거리거나, 부정 부패에 관련되거나, 패거리를 짓거나, 소임을 게
을리 할 때는 가차 없는 단죄를 해야 한다. 절대로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당선인은 보은에도 적합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금상첨화 정도로 여길 만하다. 그러나 능력이 있더라도 행실이 지저분하거나, 이리저리 부나방처럼 권력을 쫓은 편력이 심하거나, 정체성이 불분명하면 필히 뒤탈을 내기 마련이다. 당선인 주변에는 좀 과장해서 교수만 수천 명,
전직 언론인 수백 명이 모여 있다고 한다. 정치인이나 관료 등등은 또 얼마이겠는가. 핵심 측근이나 막후 실세로 알려진 사람도 한둘이 아닌 형편이다.

한고조 유방이 중원제패를 이룬 후 책사 장량은 “천하의 크기는 정해져 있는데 관직에 임명해야할 사람은 많은 게 ‘논공행행’의 어려움이다”라고 했다.

큰 싸움 뒤의 갈등과 분열은 패자 쪽만 아니다. 이긴 쪽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저마다 승리에 기여한 몫만큼 자신에게 돌아온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긴 쪽의 다툼은 필히 편 가르기와 호가호위(狐假虎威)를 낳게 된다.

그러면 정권 내 권력투쟁을 벌이고 측근들의 전횡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정권 잡은 전임 대통령들이 ‘코드인사’ ‘보은인사’ 따위로 그들만의 잔치를 했던 데는 이런 속사정이 있었던 게다. 그것이 국민과 멀어지는 가장 지름길임을 잊은 채 말이다. 평소 지역 현안엔 눈감고 자기 돈벌이만 열중했던 정치에 ‘정’자도 모르던 사람이 갑자기 명함을 내고 나타나 당선인과의 관계나 선거공로를 내세워 국회의원 하겠다는 작태가 주목되는 마당이다. 이는 일부 지역에서만 국한된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이제 새 정부 인사를 앞둔 李 당선인은 최고로 냉정할 때다. 토사구팽까지는 아니더라도 「산 넘는데 물 건넌 배를 지고 갈 일은 못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좋은 소문은 기어가지만 나쁜 소문은 늘 날아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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