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친기업인’ 발언이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 물론 이 당선인의 ‘친기업’ 강조는 노무현 정권의 ‘반기업’ ‘친노조’에 대한 반발로서 시대가 요구하는 명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동안 친북좌파 정권은 이 나라를 전투적 ‘노조공화국’으로 전락시켰고 기업인들의 투자의욕을 죽였다.

이젠 좌절과 절망에 빠진 기업인들의 사기를 높일 때가 되었다. 이 당선인의 ‘친기업’ 발언은 시기적으로 적절하다.

그런데 지난 3일 이 당선인은 기업인들에게 도가 지나칠 정도로 ‘친기업’을 넘어 ‘친기업인’적인 말을 토해냈다. 그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인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면서 “앞으로는 정치인보다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인들이 공항귀빈실을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4일만에 인수위는 성실납세자, 일자리 창출 기여자, 해외출장이 많은 기업인 등 1000명을 귀빈실 이용자로 선정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굳이 기업인들에게 공항귀빈실을 쓰도록 특전을 베푸는 것이 친기업 분위기 조성이라고 할 수는 없다. 도리어 국민계층간의 위화감만 빚어낸다.

기업인에 대한 지나친 감싸기이며 일반 국민들에게 차별과 소외감을 주고 국민통합이 아닌 분열을 자초한다. 이 당선인이 당선 첫 소감으로 밝힌 “분열된 사회통합과 국민통합”에도 역행한다는데서 더욱 그렇다.

이 당선인은 기업인들에게 공항 귀빈실 사용의 특혜를 베풀게 아니라 기존의 인천국제공항 규정을 고쳐 김포 공항 처럼 누구나 비용만 내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낫다. 사용자 부담원칙 그것이다. 동시에 국회의원들은 현행 규정에 따라 인천국제공항의 귀빈실을 쓸 수 없도록 하면 된다.

몇 년전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인천 국제공항 귀빈실을 이용한 사람들 중에는 국회의원이 압도적이었다. 전체의 35.6%를 차지했다. “귀빈실은 정치인 밖에 못 쓴다”는 이 당선인의 말이 어울릴 정도로 사용자격도 없는 국회의원들이 독차지 한 셈이다.

하지만 “정치인보다 기업인들이 귀빈실을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 당선인의 말도 지나치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인’만 대접받고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밤잠 못 자며 연구에만 매달리는 자연과학자, 사회과학자,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키는 군인, 산업현장에서 땀흘려 중노동에 시달리는 산업역군들 중에서 크게 기여한 사람에게도 당연히 귀빈실 사용 혜택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 나라는 기업인을 귀족으로 떠받드는 구시대적 신분사회로 후퇴하고 만다.

도리어 기업인들은 돈이 있어 해외 출장갈 때 1·2등 좌석에 앉을 수 있다. 그것으로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람으로서 특혜를 누리는 것이다.

또 그 많은 기업인들 중 1000명에게만 귀빈실 이용 특전을 준다는 것도 형평성 원리에 어긋나고 1000명 명단에서 빠진 기업인들에게는 위화감을 빚어낼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기업인 출신인 이 당선인의 기업인 귀빈실 특혜 주장은 균형감각을 잃은 것이다. 마치 운동권 출신인 노무현 대통령이 코드에 맞춰 운동권 출신만을 우대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당선인은 친기업정책을 펴돼 그것이 기업인만을 우대하는 ‘친기업인’ 정책으로 빗나가서는 안 된다.

도리어 그런 접근은 반기업인 정서를 유발하고 국민 계층간의 위화감을 조성하며 적지않은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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