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그동안 보수주의에 관해 여러 차례 엉뚱한 말을 하며 왜곡했다. 그는 보수주의를 개혁을 거부하는 반동적인 낡은 사상체계라고 폄훼하곤 했다.

그래서 나는 2006년 4월 9일과 2005년 12월 25일자 ‘일요서울신문’칼럼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노대통령의 그릇된 보수주의 인식을 바로잡은 바 있다.

새해로 접어들면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진짜 보수주의 정책안들을 제시하고 나섬으로써 보수주의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드러냈다. 그동안 보수주의 노선에 대한 노대통령의 견해가 왜곡된 것이었음이 입증되었다.

노대통령은 보수주의란 “되도록 바꾸지 말자는 것” “힘센 사람이 마음대로 하는 것” “퇴행적인 반동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당선인의 과감한 개혁안 제시를 통해 보수주의는 ‘바꾸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면 가히 혁명적으로 바꾼다는 것을 실증했다.

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국정홍보처를 없애고 통일부를 외교통상부에 흡수시키며 기획예산처·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영성부 등을 통폐합키로 했다.

정부의 18개 부처를 12∼15개로 과감히 축소한다는 것이다.

수십년 동안 연말이 되면 연초에 배정받은 예산을 다 써버리기 위해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던 지방자치단체들의 악습도 뿌리뽑기로 했다.

5년간 주민들의 민원에도 불구하고 꿈쩍 않고 서 있었던 대불국가산업단지의 거추장스럽던 전봇대들이 이 당선인의 지적으로 2일만에 뽑혀나갔다.

지금 이 나라에서는 보수주의자 이명박 당선인의 개혁 마인드 속에 마치 ‘혁명’이 일어난 것 처럼 많은 것들이 급변되어 가고 있다.

노 대통령이 혁명적인 것이 아니냐며 반발할 정도다. 그는 “혁명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라며 이 당선인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거부할 의사를 시사했다는데서 그렇다.

이쯤되면 이 당선인의 보수주의는 진보주의자 라고 자칭하는 노대통령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새것으로 바꾼다.

노대통령의 말대로 보수는 ‘퇴행적인 반동적인 정책’에 사로잡힌 게 아니라 미래 지향적이고 혁신적인 면을 갖추고 있음을 시현한다.

다만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보수적’이란 뜻은 소극적이고 과거 지향적이며 신중한 처신으로 통한다.

그에 반해 ‘진보적’이라 하면 적극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며 개방적인 사고체계로 이해된다.

하지만 정치사상적 측면에서의 보수주의는 평등보다는 자유, 통제보다는 자유시장 경쟁체제 극대화, 국민개인생활에 대한 구속보다는 국가권력 개입 최소화 등을 지향한다. 그에 반해 진보주의는 자유보다는 평등, 자유시장경쟁보다는 국가권력에 의한 규제와 사회복지 강구, 자유방임보다는 국민개인생활에 대한 규제 등을 표방한다.

보수와 진보는 서로 정치이념에선 다르지만 다 같이 변화와 개혁을 추구한다는데서 같다.

각기 변혁을 도모하지 않고 ‘반동적’으로 머문다면 국민들로부터 배척당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대통령은 보수주의를 ‘되도록 바꾸지 말자는 것’ ‘퇴행적인 반동적인 정책’이라고 뒤틀었다.

보수와 진보의 참뜻을 파악하지 못한데 연유했다. 노대통령 뿐아니라 적지않은 우리 국민들도 보수와 진보를 노무현식으로 곡해한다. 차제에 보수와 진보의 참뜻을 제대로 알아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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