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정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고속전철 건설 수주의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지난 4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분 보도에 의하면,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리스 고속철 건설에 중국이 한국, 독일,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를 제치고 단연 수주 1순위 경쟁자로 부상했다. 430억 달러(49조4500억원)를 들여 2020년 완공할 예정이다.

중국 고속철의 미국 진출 가능성 보도를 접하며 1800년대 후반 중국인 미국 이민1세대의 피눈물 나는 철도건설 막노동 현장이 떠올랐다. 중국인들은 1848년 대대손손 굶주림 속에서 탈출하기 위해 낯선 미국 땅으로 이민하기 시작하였다. 대체로 샌프란시스코로 몰렸다. 대부분의 중국계 미국 이민자들은 남북전쟁 이후 붐을 일으키고 있던 철도 건설 막노동자로 취업하였다. 미국 철도건설사들은 헛간 같은 잠자리와 하루 한 주먹의 쌀만 쥐어주면 허리 굽혀 굽신거리며 열심히 일하는 중국인들을 환영하였다. 그들은 쌀밥을 배불리 먹으며 넉넉한 임금까지 받는 다는데서 고된 삶이었지만 행복하였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뜻밖에 테러의 대상이 되었다. 일부 실직한 미국 서부 불량배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존 차이나맨 (John China man:미국인의 존 이름을 가진 중국놈이란 뜻)’이 뺏어간다며 행패를 부렸다. 젊은 폭도들은 중국인에게 개를 풀어 물어뜯게 하였고 돌로 때려 숨지게 했는가 하면, 집에 불을 지르기도 하였다. 한 마을에서는 한 밤중 몰려온 불량배들에 의해 십수명이 참혹하게 학살당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온순하고 복종적이며 근면하고 검약한 중국인들은 미국 주류사회의 인정을 받아가며 미국 대륙횡단 철도 서부지역 건설에 크게 기여하였다. 뉴욕의 동부지역 철도는 1830~40년대 흉년을 피해 이민에 나선 아일랜드 출신 노동자들에 의해 주로 건설되었다. 이 처럼 뉴욕에서 시작돼 샌프란시스코로 이어지는 미국의 대륙횡단 철도의 서부 구간은 대체로 중국계 미국 이민 1세대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건설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로부터 150년만에 미국 서부지역 고속철도가 중국인의 최첨단 기술에 의해 건설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50년 전에 비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을 금할 수 없다. 미국은 디젤 기관차에서는 세계를 주도하지만 고속전철 건설에서는 크게 뒤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일찍 발달된다가 휘발류 값도 쌌고 넒은 국토에 도시들이 너무 띄엄띄엄 산재해 고속철의 절박성을 그렇게 느끼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중국은 고속전철 건설에 뒤늦게 뛰어 들었지만 재빨리 기술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갖춰갔다. 이미 브라질, 터키, 사우디 아라비아, 등에서 고속전철을 건설중이다. 중국은 대부분 기술 분야에서 선진국들이 개발해놓은 것을 베끼거나 훔쳐갔다. 중국은 고속전철에서도 독일 프랑스, 일본 것을 베꼈고 일본 측은 특허권 위반이라며 불평 한다. 일본은 12억5000만 달러 짜리 미국 플로리다주의 탐파-올란도 구간 고속철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남아도는 2조4천억 원에 달하는 외화보유를 고속철 수주의 지렛대로 이용한다. 중국은 캘리포니아 고속철 건설에 소요되는 자금 중 4분의1 정도를 대여해 주기로 하였다. 세계은행의 한 분석관은 중국이 고속철을 “값싸고 빠르게 잘 건설한다”고 평가하였다. 중국인들에게는 150년전 외양간 같은 잠자리에서 한 사발의 쌀밥만으로 배를 채우고 온순하게 일만하던 그 때의 그 헝그리 정신이 지금도 살아있다. 거기에 첨단 기술이 접목되었다. 이것이 오늘의 후진 중국이 세계시장을 지배하게 된 동인이다. 우리 한국인들도 더 세계로 뻗어나가려면 1960~70년대 그 때의 그 헝그리 정신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