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10월 21일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마구잡이 거짓말이 이제 외교적 결례까지 이르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일갈하였다. 박 원내대표가 주장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부주석 발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항의였다.

거짓말의 발단은 작년 5월 5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시 부주석간의 50분 면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자리에는 박 원내대표,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신정승 당시 주중 대사, 공사, 참사관 등이 배석하였다. 박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시 부주석이 이명박 정부가 “왜 일본과 함께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 노릇을 하느냐”며 불만을 털어놓았다고 10월 19일 주장하였다. 그렇지만 청와대측은 “마구잡이 거짓말”이라며 “이적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반박했다.

상식적으로는 중국의 차기 주석으로 예정돼 있는 시 부주석이 그런 경망스러운 발언을 함부로 했으리라 보기 어렵다. 5·5 면담 자리에는 한국 정부의 주중 외교관 3명이 배석하였다. 바로 그 한국 외교관들의 면전에서 시 부주석이 모욕을 주는 막말을 토해냈다면, 주권국가에 대한 내정 간섭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을 중국의 예속국가로 간주하는 망언임이 틀림없다. 시 부주석은 매우 신중한 사람으로 알려졌다는데서 그런 모욕적인 막말을 가볍게 내뱉었으리라 생각키 어렵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훼방꾼 발언과 관련 확인 결과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의 말이 거짓이었다는 확인이었다.

청와대측은 “당시 대화록 전문을 갖고 있다. 대화록을 검토하고 배석자들및 통역에게 확인한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였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정세현 씨도 10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훼방꾼 발언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그런데도 박 원내대표는 “훼방꾼”발언이 사실이라고 우겼다. 거짓말하고서도 반성없이 거짓말을 되풀이 한 셈이다. 박 원내대표는 8년 전에도 “마구잡이 거짓말”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그는 2000년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측과 비밀 접촉하는 등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그 과정에서 김대중 대통령측은 정상회담 대가로 북한측에 현금 4억5000만 달러와 물품 5000만 달러어치를 몰래 찔러주었다. 이 사실과 관련해 2002년 박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정상회담의 대가로 “단 돈 1달러도 북한 사람에게 줘 본적이 없다. 정부를 대신해서 민간이나 민간기업이 지원한 적도 없다”고 잡아떼었다. 그러나 1년 후 송두환 특검팀의 수사 결과로 박 원내대표의 말은 거짓말이었음이 들통 나고 말았다.

박 원내대표는 천안함 피격과 관련해서도 무책임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4월 1일 민주당 정책위의장 자격으로 “북한 공격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단언하였다. 하지만 다음 달 정세균 당시 민주당 대표 조차도 “천안함 사태의 1차적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시인하였다. 박 원내대표의 주장은 국회의원으로서 가볍고 무책임한 짓이었다.

그밖에도 박 원내대표는 지난 9월 이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해서도 이상한 말을 퍼뜨렸다. 그는 이 대통령이 “천안함 은폐를 위해 서둘러 방문했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에 이 대통령은 박 원내대표가 “또 거짓말로 정치를 하고 있다”며 언짢은 심경을 토로하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임 시 “입만 열면 거짓말 한다”는 비아냥의 대상이 되었다. 김 전 대통령이 타계한 뒤 그의 비서실장과 장관을 지낸 박 원내대표가 “입만 열면 거짓말”하는 역할을 승계했는지 헷갈리게 한다. 반성없이 되풀이 하는 거짓말은 경멸과 조소 그리고 불신의 무덤임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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