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일 미국 총선에서 소수 야당인 공화당이 집권 민주당을 누르고 72년만에 대승을 거뒀다. 하원에서는 공화당이 압도적인 다수당으로 올라섰고 상원에서는 과반수를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민주당을 바짝 추격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 다음날인 3일 “민주당이 완패했고 선거패배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자인하였다.

11·2 총선에서 집권 민주당이 “완패”한데는 이유가 있다. 미국 유권자들이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진보주의에 실망한데 연유한다. 그들은 정부의 역할 증대를 강조하는 큰 정부, 세금인상, 복지 예산 증액, 낙태 지지, 유화적 대외정책 등을 추구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1912년 이래 건강보험에서 제외된 4000만 명을 정부의 지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건강보험제도를 입안, 지난 3월 통과시켰다. 그는 기존의 건강보험제도를 부자에게만 유리하고 못 가진 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며 과감히 뜯어고친 것이다. 그러나 공화당은 새 건강보험이 국가재정을 과도하게 빨아들여 경제회복 발목을 잡는다고 반대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파산 위기에 몰린 금융기관에 8620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재정을 투입해 경기부양책을 썼다. 그러나 공화당은 구제 금융에 반대하였고 실업율은 아직도 10%대로 육박하고 있다. 진보 민주당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여기에 미국의 ‘티 파티(Tea Party)’라는 보수 유권자 조직이 등장하여 민주당의 진보와 공화당의 온건 보수를 비판하며 확실한 보수를 내걸었다. ‘티 파티’ 명칭은 1773년 12월 ‘보스턴 티 파티’에서 따 온 것이다. 영국 식민지 시대 미국인들이 보스턴 항구에서 본국의 과도한 세금 부과에 반대하기 위해 영국 상선의 차(Tea)를 바다로 던진 사건이다. 오늘의 ‘티 파티’유권자들도 정부의 과도한 세금에 저항한다는 의미에서 ‘티 파티’ 명칭을 썼다.

11·2 총선에서는 ‘티 파티’가 지원하는 공화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었다. ‘티 파티’는 빚더미에 앉은 정부, 세금인상, 파산 상태의 금융기관 지원 등을 비판하며 작은 정부, 감세, 불법이민자 추방 등을 강력히 요구한다. 보수주의 공화당의 승리는 미국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유럽연합(EU)에서도 압도적으로 보수 정권이 들어섰다. 지난 5월 영국에서는 13년만에 진보주의 노동당을 물리치고 보수당이 집권하였다. 4월 헝가리 총선에서도 사회당을 꺾고 중도 우파가 집권하였다. EU 27개국들중 진보좌익이 집권한 나라는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3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이 진보좌익 정권들은 금년 봄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간 실패한 나라들이다. 이처럼 미국과 유럽에서 진보를 거부하고 보수로 회귀하는 까닭은 분명하다. 진보나 좌익으로는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신념에 연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거꾸로 가고 있다. 보수주의를 내걸고 집권한 이명박 대통령은 보수에서 “중도 실용”으로 좌향좌 하였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도 지난 10월 26일 국회 연설을 통해 “중도 보수”를 표방하며 “70% 복지” 혜택을 내걸고 나왔다. 한나라당은 보수 지지로 당선되었으면서도 진보좌익 정당을 대신하고 있는 느낌이다. 결과적으로 고용시장의 위축을 가져와 실업자를 양산해 유럽 좌파정권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나라당은 미국과 EU에서 일고 있는 보수화에 눈을 돌려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확실한 보수주의 임을 직시해야 한다. “중도 실용”이니 “중도 보수”니 하면서 기회주의적으로 오락가락 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