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11월 11~12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핵심 과제 였던 무역불균형과 환율갈등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차기 회의로 미뤘다.

내년 11월 프랑스의 칸에서 열리는 회의로 넘겼다. 내년에도 무역불균형과 환율갈등 해법은 각국 정상의 정치적 생명이 걸린 문제라는 데서 쉽게 결말을 짓기 어려울 것으로 예견 된다. G20 회의는 자칫하다가는 불편한 교통 통제와 삼엄한 경비속에 20개국 정상들이 모여 술잔을 기울이며 환담이나 나누는 고급 사교장으로 전락될 우려를 수반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서울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세계의 주목거리로 떠오른 것이 하나 있다. 주최국 한국의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이룩한 원동력에 대한 세계의 찬사와 관심이다.

60년 전 북한의 6·25 기습남침으로 폐허된 땅에서 세계 13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아시아에서 가장 발전한 민주국가로 성숙되었다는데서 그렇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11월 10일자를 통해 ‘한국인들은 자국이 지구촌의 경제 질서 조정자로 역할한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영국의 BBC 방송도 같은날 보도를 통해 외국기자들이 G20를 취재하면서 한국의 인터넷 등 첨단기술에 감명 받았다고 하였다.

G20 회의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아프리카및 동남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관심은 더욱 증대되었다. G20 회원국가로 참가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제이컵 주마 대통령은 한국에서 배울점이 많다면서 한국의 교육열과 부지런함을 꼽았다. 그는 “한국에는 대학이 매우 많다고 들었다. 이런 교육열이 한국을 오늘날의 한국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거기에 사람들의 부지런함이 결합돼 큰 발전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마 대통령의 지적은 옳다. 높은 교육열과 근면성이 급성장의 원동력이었다. 거기에 하나를 더 한다면 치열한 경쟁심이다. 한국인들은 경쟁심이 강렬하다. 초등학교에서부터 1, 2등 석차 경쟁에 몰입돼야 한다.

한국인의 체질화된 경쟁심은 외국과의 관계에서도 등수 따지기를 좋아 한다.

한국인들은 한국이 어느 분야에서 몇 등이냐고 캐묻는 성향이 높다. 앞서 인용한 뉴욕타임스의 보도는 한국인들이 등수 매기기를 좋아한다고 하였다.

‘한국인들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특정 분야에서 몇 등이냐는 순위 따지기를 유별나게 즐긴다’고 했다. “G20 중에서 실업율이 제1 적은 나라”, “세계 제1의 인터넷 강국”, “세계 제1의 컴퓨터 칩과 평면 TV 스크린 생산국” 등 등위(等位) 의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한국인에게는 샘이 많다는 말도 된다.

하지만 한국이 경제적 급성장 국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제 강국으로 대우받기 위해서는 높은 교육열·부지런함·경쟁심 만으로는 부족하다. 높은 도덕성·정직성·포용성·서둘지않는 침착성 등이 요구된다. 남과 겨루며 성급하게 따라잡으려는 초조한 경쟁심은 한국 경제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밀어 올 릴 수는 있었지만, 세계를 주도하는 경제 강국으로 대접받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G20 회의를 주재하면서 긴 발언은 자르고, 말 안하면 시키며, 공감대가 형성돼 가는 듯 하면 박수로 합의하자고 서둘렀다.

그는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와 관련해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비행기를 띄우지 않겠다“고 농담조로 협박하기도 하였다. 그의 회의 주제방식은 활기차 보였으면서도 한국 국민 특유의 성급함을 표출하였다. G20 의장국을 맡을 정도로 성장한 한국은 성급히 서둘지 말고 태산 처럼 묵직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 강국으로 더욱 더 커 가며 대우받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