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국회의원과 12월 대통령 선거 부터 재외국민들이 투표에 참여한다. 해외 한국인 700만 명 중 현지 시민권을 보유한 자는 제외된다. 영주권자와 임시 체류자 230만 명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재외국민 투표권 부여는 긍정적인 순기능 보다는 부정적인 역기능이 더 많을 수 있다는 데서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교민사회의 분열과 반목대립을 격화 시킨다는 데서 반대한다. 이미 교민들은 여당과 야당, 보수우파와 진보좌파, 친북과 친한, 영남과 호남 등으로 사분오열 되어 있다. 거기에 한국의 총선과 대선으로 교민들이 후보 지지자 별로 갈리게 되면, 이민생활에 지친 교민들은 모국의 진흙탕 정치싸움에 끌려들어가 더 더욱 반목대결로 치닫게 될 수 밖에 없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로스앤젤리스나 뉴욕 같은 대 도시에서는 벌써부터 특정 지지세력 규합을 위한 물밑 경쟁들이 격화되고 있다고 한다. 재외국민들에 대한 투표권 부여는 모국에 대한 애착과 뿌리를 든든히 다지기 보다는 교민간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해 교민간의 화합과 단결을 저해한다.

둘째, 재외국민들의 투표 참여는 그들의 귀속지 적응과 정착을 저해 할 수 있기 때문에 찬동할 수 없다. 재외교민들이 한국을 떠나 해외로 이민간 동기는 새로운 나라에 가서 새 삶의 터전을 닦아 더 잘 살아보자는데 있다. 언어와 인습이 다른 낯선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현지의 정치와 사회문화에 동화되어 현지 사회의 주류로 성장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외교민들이 한국 투표권을 행사하게 되면, 그들은 한국의 정치와 권력문제에 얽혀들게 됨으로써 현지 정치·사회 문화 적응에 소흘하게 될 수 있다. 그들의 일상생활은 한국이 아니라 귀속지의 정치변동에 영향을 받는다는 데서 현지의 정치 현실에 관심을 쏟고 현지 적응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것이 더 절실하다.

셋째, 한국의 사법권이 미치지 못하는 외국서 행사되는 불공정 선거에 대한 예방과 처벌이 어렵다는 데서 지지할 수 없다. 정부는 재외국민투표를 위해 재외공관 161개 가운데 55곳에 재외선거관리원을 파견한다. 그러나 파견 관리원은 혼자서 재외선관위 구성, 재외선거인명부 작성, 재외투표소 설치, 등을 해야 한다는 데서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다.

더욱이 재외국민이 선거법을 위반했을 경우 한국정부 기관이 현지에 나가 직접 수사하기도 어렵다. 이런 허점을 노려 일부 재외교민들은 불공정 선거 유혹에 빠질 수 있다. 1997년과 2002년 한국 대통령 선거 때 후보들의 당락 차이는 각각 39만표와 57만표 밖에 안 되었다. 만약 230만 교민 투표 중 일부가 불법 조작된다면, 대통령 당선을 왜곡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한다는 데서 부정선거 예방장치 없는 재외국민 투표권 부여는 옳지 않다.

넷째, 재외교민들은 납세와 병역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데서 본질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자격이 없다. 미국은 해외에 거주하는 국적자가 국세청에 세무신고를 해야만 투표권을 부여한다. 한국도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주려면 먼저 그들에게 납세의무를 지도록 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책무는 투표권 부여 보다는 그들이 외로운 땅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하도록 도와주는데 있다. 모국에 대한 애착과 사랑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면 한국어와 전통문화 습득을 위한 교류와 교육의 기회를 넓혀주면 된다. 동시에 그들의 모국 투자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모국의 진흙판 정치싸움에 끌어들이는 재외교민의 투표권 부여는 순기능 보다 역기능이 더 많다는데서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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