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준 후손 13만평, 이근호 후손 2,300평, 이용구 후손 7,200평….최근 정부로부터 조상땅을 되돌려 받거나, 소송을 진행 중인 친일파 후손들의 면면이다. 선조는 나라를 팔아먹은 대가로 부정축재하고, 후손들은 이 땅을 되찾아 호가호위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6일 있었던 국가보훈처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이 제기하면서 이슈화 됐다. 고진화 의원은 “독립유공자 예우금은 하루 1만원인데, 친일파 후손들은 조상땅을 되찾아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면서 “‘친일 부(富), 독립 빈(貧)’이라는 말이 나도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독립유공자 및 유족과 친일파 후손들의 생활만 비교해 봐도 알 수 있다. 고 의원에 따르면 독립운동 관련 포상자는 총 9,908명. 이중 생존한 독립유공자는 278명, 유족은 5,509명에 달한다. 그러나 상당수가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국감에서 “독립유공자 후손 중 39%인 2,122명이 생계를 겨우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서 “이들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 국가보훈처가 고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독립유공자 예우금은 295명에게 10억8,000만원이 지급됐다. 1인당 하루 1만원 꼴이다. 독립유공자 제수비나 후손지원금도 각각 8억원(연간 20만원)과 15억원(월 25만원)으로 턱없이 모자란다. 이에 반해 친일파 후손들은 최근 전국에 흩어진 조상들의 땅을 되찾아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 최근 2,326평을 되찾은 이근호 후손이 한 예다. 이근호는 을사오적 중 하나인 이근택의 형으로 1910년 남작 작위와 은사금 2만5,000엔을 받았다. 후손들은 최근 경북과 충북에서 2,326평을 돌려 받았다. 현재는 안성과 수원 일대에서 땅찾기 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 1910년 은사금 3만엔과 자작 작위를 받은 이기용은 조선국방협회 발기인으로 참여한 대표적인 친일파다.

최근 그의 후손들도 충남지역 토지 11만2,000평을 되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진회를 조직한 송병준의 후손 역시 최근 ‘조상땅 찾아주기 사업’으로 충북지역 토지 420평을 돌려받았다. 송병준의 후손들은 그동안 4건의 재산반환 소송을 냈으며, 현재도 부평 지역 토지 13만평에 대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이밖에도 일진회 회장으로 ‘한일합방 청원서’ 발표를 주도한 이용구의 후손이 경기도에서 7,243평의 땅을 찾았다. 고 의원은 “친일파 후손들이 지난해 돌려받은 땅은 110만평에 달한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수조원 대에 달한다”고 말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친일 인사들이 독립유공자의 명예까지 얻고 있다는 점이다. 고 의원에 따르면 친일파 3,090명 중 9명이 아직도 독립유공자로 등록돼 있다. 훈장이나 포장을 받은 친일 인사들은 28명에 이른다.

고 의원은 “현재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묘연하다”면서 “공적심사위원회 심사를 통해 서훈취소를 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벌이고 있는 ‘조상땅 찾아주기 사업’에 대한 색깔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 사업은 불의의 사고 등으로 토지의 소유권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땅을 돌려주기 위해 지난 95년 마련된 후, 2002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 중이다. 그러나 3년여가 흐른 현재 친일파 후손들의 땅을 되찾아주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아냥거림이 일고 있다.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은 “행정자치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민족문제연구소에 의뢰·분석해본 결과 ‘조상땅 찾아주기 사업’ 등을 통해 땅을 되찾는 친일파 후손은 166명에 달한다”면서 “좋은 의도에서 시작한 사업이 친일파 후손들의 땅찾기에 악용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자료를 분석한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2004년 한해 자료 중 일부만을 통해 이뤄졌다”면서 “그런 사실을 감안할 때 친일파들이 35년간 축재한 땅은 현재의 몇배가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 사이버 독립기념관은 ‘286’인가

이번 국감에서는 친일파 문제와 함께 독립기념관 홈페이지(www.independence.or.kr) 운영문제도 지적됐다. 홈페이지의 사이버 전시실이 최신 사양의 컴퓨터로는 접속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고 의원은 국감장에서 직접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시연을 통해 “최신 사양의 컴퓨터로 사이버 독립기념관을 방문하면 100% 에러메시지가 뜬다”면서 “누리꾼(네티즌)은 펜티엄급인데 반해 독립기념관은 286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윈도 XP와 SP2 환경에서 특히 보안에러가 심했다. 또 추가 설치프로그램도 보안에러가 발생했다. 아울러 서울 시내 8개 PC방의 96개 컴퓨터를 통해 시험한 결과 역시 작동되는 곳이 한군데도 없었다고 한다. 그는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든 홈페이지인데 최신 사양의 컴퓨터로는 접속이 안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IT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모습은 하루 빨리 고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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