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출산계획을 마친 부부에게 남아있는 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 이는 부부생활에 있어 성공적인 피임 문제일 것이며 이와 더불어 남성들이 정관수술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뒤따르는 고민거리 중 하나가 되었다. ‘수술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비롯하여 갖가지 뒤따르는 여러 의문점들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머릿속 한 귀퉁이에 생각을 저장할 뿐 선뜻 실천하기가 어렵다. 남성들이 정관수술에 대해 생각하면서도 머뭇거리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성들이 정관수술을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영구피임으로 자유로운 성 생활을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한국 여성들에게 불감증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잘못된 피임으로 인한 임신의 공포도 한 몫 하는 요인임에는 틀림없다. 여성에게 피임은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기에 남성들이 그 몫을 담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남성들이 하는 피임은 그 효과를 따져 볼 때 질외 사정이 83%, 콘돔이 85%, 정관수술이 99.8%로 나타났다. 섹스의 목적이 종족번식에서 쾌락의 도구로 전이되면서 성공적인 피임은 함께 가야 할 운명을 타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관수술이란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자가 정낭으로 가는 길인 정관의 일부를 막아서 정자의 생산은 계속되지만 체외로의 배출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최근에는 더욱 간편해진 무도정관술이 보급되어 시행되고 있다. 무도정관술은 음낭을 칼로 절개하는 대신 부분마취 하에 특수한 기구로 2mm 정도의 작은 구멍을 내어 정관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수술 후 수술부위의 작은 상처는 봉합 할 필요가 없으며 상처부위도 표시가 나지 않는다. 수술은 약 10분 정도 소요되고 시간절약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수술 후 곧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봉합을 하지 않으므로 실밥을 푸는 번거로움이 없다.

얼마 전 정관수술을 마친 P(36)씨는 아내가 피임에 실패한 후 마지막 선택으로 병원을 찾게 되었다. 이전부터 아내가 정관수술을 권했지만 행여 정관수술 후 정력이 약해지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하지만 P씨와 같은 생각은 기우이다. 100년 이상 가장 안전한 영구피임으로 내려오는 정관수술은 그동안의 많은 연구와 통계의 축적으로 안전성이 상당부분 입증된 수술 중 하나로 정관수술 후 성기능장애는 대부분 심리적인 것으로 수술과는 다른 문제이며 오히려 발기력 등 성기능에 도움을 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정관절제술과 성욕, 쾌감은 전혀 상관이 없으며 수술 이후에도 섹스를 방해하는 요인도 전혀 없고 성적 능력도 이전과 똑같다. 사정도 같으며 정액의 양에도 차이가 없고 남성호르몬의 분비도 변함이 없다. 오히려 임신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어 자유롭고 색다른 섹스의 묘미를 맛보게 하는데 도움이 될 뿐이며 정관수술을 받은 남성 대부분은 성기능이 향상됐다는 수술 후기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런 극치감을 맛보기 전에 주의할 점이 있다. 정관수술 후 몸에 남아있는 정자가 모두 방출될 때까지는 성관계를 하면 안 된다. 수술 후 약 12-15회 이상 피임을 하여야 하며 수술 후 반드시 정액검사를 통해 무정자임을 최종 확인해야 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너무 서두른 나머지 수술을 하고도 임신을 하게 되는 불상사는 피하여야 하지 않을까? 또한 정관수술은 복원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복원했다고 임신이 100%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정관수술은 영구적 피임이기에 수술 후 4-5년 정도가 경과하게 되면 항정자 항체가 형성되어 면역학적 불임을 가져올 수 있기에 자녀출산 계획이 진행 중인 부부는 이런 점을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한다.


◨도움말: 연세가나비뇨기과 전문의 김정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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