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공 받은 정부 고위 과료들 '도덕적해이' 심각

예산 171억원을 들여 세종시 반곡동에 6783㎡ 규모로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지어진 관세평가분류원 전경. 해당 건물은 지난해 5월 완공됐지만, 텅빈 상태로 방치돼 세금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뉴시스]
예산 171억원을 들여 세종시 반곡동에 6783㎡ 규모로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지어진 관세평가분류원 전경. 해당 건물은 지난해 5월 완공됐지만, 텅빈 상태로 방치돼 세금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공무원 사회가 시끄럽다. 세종시 이주 공무원의 편법 '특공'(특별공급) 논란이 불거지면서 특공제도 자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공무원을 향해 먹튀 프레임마저 쓰이고 있다.

야 3당(국민의힘·국민의당·정의당)은 국정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 관계자는 "공무원의 특공 과정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특공제도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경실련 "부총리·국토부 장차관도 특공 혜택…전수조사해야"
- 공무원 234명 특공 분양 후 차액 누려...무주택 서민들 허탈


실제로 일부 고위 관료들은 입주도 안 하고 임대ㆍ매각 등을 통해 최대 10억 원 가까이 시세 차익을 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기고 있다. 권영세 의원실은 대전에 위치한 관세청 산화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이 이전 대상도 아닌데 세종시에 신청사를 짓고 상당수 직원이 특공으로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 받아 시세차익을 남긴 사실을 밝혀냈다. 

의원실이 입수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관평원은 세종시 반곡동에 지상 4층·지하 1층 연면적 4915㎡(1487평) 규모의 신청사를 건립했다. 공사 대금은 171억 원으로 추정된다.  

고위공직자 4명 중 한명 만 실제 입주... 야3당,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

관평원 소속 직원 82명은 신청사 준공 직후 세종시 아파트 특공을 신청했다. 이 중 49명이 분양을 받았지만 실제 입주한 인원은 8명에 불과하다. 이 시기 이들은 수억 원대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에 세종시 이전 대상도 아닌 관평원이 특공을 노리고 청사 신축을 강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또한 2021년도 고위공직자 재산 변동사항을 보면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2011년 특공으로 전용면적 110제곱미터의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지난해 8월 팔아 9억 원가량의 차익을 얻었다. 산업부는 "박 차관이 6개월 정도 실거주했으며 차익의 60% 정도는 양도세로 냈다"고 해명했다.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 고위 관료들도 특공으로 시세 차익을 봤다. 윤성원 제1차관은 특공으로 받은 세종시 아파트를 한 번도 살지 않고 팔아 2억3000만 원 차익을 남겼고 손명수 전 2차관과 김상도 항공정책실장도 임대를 주고 있던 세종 아파트를 처분해 각각 9000만 원, 4억 원 정도의 이익을 실현했다.

1급 이상 고위공직자 중 다주택자는 1주택만 남기고 처분하라는 정부 지시를 따른 것인데 서울 강남과 경기 과천 등 이른바 '똘똘한 한 채'는 놔두고 실거주하지 않은 특공 아파트를 판 것으로 추정된다. 세종시로 옮겼다가 몇년 만에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 해양경찰청과 새만금개발청 직원 200여 명도 ‘특공 재테크’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공 문제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6년 대전지검 수사결과 세종시에서 특별분양 받은 공무원들이 불법전매로 수천 만원의 차액을 챙긴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조사결과에 따르면 세종시에서 특공으로 분양받은 1만4000세대의 시세차액은 4700억 원(호당 3억)으로 추정된다.

2020년 조사에서는 세종시 아파트를 분양 받은 234명 공무원들의 시세 차액이 호당 3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일반 시민들은 세종시에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뚫거나 전매로 악용한 공무원들의 주택을 비싼 웃돈을 주고 구매해야 했다.  

분양 아닌 장기임대만이 해법,,이전기관 공직자 예외 안 

경실련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지속적으로 불법전매 및 불로소득 제공 등 공직자 특혜 문제가 제기되는 만큼 태어나지 말었어야 할 정책이며 지금이라도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세종시 및 혁신도시 모두 공공이 강제수용한 택지를 개발해 주택으로 공급하는 만큼 분양이 아니라 장기임대할 수 있는 공공주택으로 제공해야 하며 이전기관 공직자라고 예외를 두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야 3당은 '행복도시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제도 악용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특별공급을 한 배경은 세종시에 와서 터 잡고 사시라는 뜻"이라며 "거기에 살지도 않고 시세 차익만 얻고서 되파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종시 특공 경쟁률이 지난해 7.5대 1로 일반분양(153.1대 1)보다 크게 낮았는데, 집값 상승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37.05%였다. 서민들로선 ‘로또 특혜’에 허탈한 게 당연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세종시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6억623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서울 12억1667만 원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이다. 심지어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는 경기(5억6288만 원), 부산(4억6361만 원)보다 높았으며 전국 평균 매매가 6억1067만 원을 5166만 원 웃돌았다.

또 세종시는 3.3㎡(1평)당 매매가에서도 2025만 원으로 경기(1732만원), 부산(1413만 원)을 제치고 서울(3790만 원)에 이어 전국 2위를 기록했다.

세종시의 평균 매매가가 높은 이유는  행정수도 이전 이슈 등으로 지난해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알려진다. 2019년 0%대 상승률을 기록했던 세종시 집값은 2019년 12월 3.7%를 기록한 뒤 지난해 6월까지 평균 3%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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