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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세계 각국이 탄소 중립에 속도를 내면서 '탄소배출권' 보유현황이 기업의 실적을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탄소배출권이란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과불화탄소, 수소불화탄소, 육불화황 등 6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주식이나 채권처럼 거래소 및 장외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하며, 가격 수준은 시장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기업들은 탄소 배출량이 허용치를 넘게 되면 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 문제는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 때문에 탄소 배출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기업이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린성장 선언 기업 등장...2050년까지 탄소배출 단계별 감축
탄소배출 부채 영업이익 넘는 경우도 있어...기업들 불멘소리


ICE 유럽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2월 말 EU 탄소배출권 가격은 5월 초 사상 처음으로 톤 당 50유로를 넘어섰으며, 연초 대비해서는 60%가량 상승 중이다.

국내 시장 역시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은 2015년 이후 배출권거래제를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거래소의 배출권 시장 거래 규모는 2015년 대비 거래량 16.8배, 거래대금 44.6배 급증했다. 지난해 총 거래대금은 6200억 원을 웃돌며 국가 단위 시장으로는 EU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로 성장했다.

이렇다 보니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련 상품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현대제철의 경우 연간 2120만 톤의 쇳물을 생산한다. 2019년 한 해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2224만 톤이다. 탄소 배출량 허용치를 훌쩍 넘게 되자, 추가로 탄소 배출권을 샀는데 이렇게 3년 동안 사들인 탄소배출권은 1521억 원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의 두 배가 넘는다.

기아차는 미국의 친환경 규제 정책으로 1520억 원의 탄소 배출 부채가 쌓였다. 철강 기업 포스코 역시 무상 할당된 탄소배출권을 모두 쓰고 786억 원을 추가로 사들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탄소 배출 비용으로 각각 수 백억원을 썼다.

유상 할당량 3배↑...기업들 부담

문제는 앞으로도 배출 비용 부담은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 적용을 받는 기업이 대폭 확대됐고 기업이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 '유상 할당량'도 3배 이상 커졌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탄소배출권 국내 3기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지금 현재 가격보다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우상향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기업들도 앞다퉈 대비책을 내놓고 있다. 그중 하나가 탄소중립 선언이다. 탄소중립은 개인이나 기업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우리 정부도 최근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했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Carbon Neutral)’ 달성을 선언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수소사업 진출을 선언한 데 이어 올초 산업가스·수소사업부를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신설했다.

또한 2050 ‘CO2 배출량 제로(0)’ 실현을 위해 무(無)탄소(carbon free) 제철기술 개발 조직인 ‘저탄소공정연구그룹’을 신설하는 등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탄소포집저장활용(CCUS)이나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 개발로 ‘그린스틸’을 생산할 수 있는 ‘저탄소 경쟁력’을 ‘100년 기업 포스코’ 실현의 주요 시금석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포스코는 2030년 20%, 2040년 50% 감축이라는 중단기 목표와 단계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했다. 1단계로 에너지효율 향상과 경제적 저탄소 원료로 대체하고, 2단계에는 스크랩(철강 부산물) 활용 고도화와 CCUS 적용, 3단계에서는 기존 직접제강법(FINEX) 기반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해 궁극적으로 수소 환원과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탄소중립 제철 공정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는 노후 장비 교체, 저탄소·저전력 셋톱박스 개발 등을 통해 친환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는 데 속도를 낸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우선 SK브로드밴드는 전력 사용이 큰 구형 전화교환기(PSTN)를 새 장비로 교체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PSTN은 시내전화 서비스를 위해 1990년대 후반 도입한 장비다. 이동·인터넷 전화 비중이 늘면서 최근엔 사용이 줄었지만, 통신 장비 중 1식당 가장 많은 전력(연간 약 390Mwh)을 소모한다.

- 탈(脫)탄소시대 선도

HMM도 2050년에 탄소배출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배재훈 HMM 사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서울 정상회의 해양특별세션에 참석해 “2020년까지 2008년 CO2배출량 대비 40%를 저감했으며, 2030년에는 50%를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배출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친환경 선박 도입 및 친환경 연료 사용 등으로 ‘탄소배출 제로’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도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금융상품 패키지'를 내놨다. 
KB국민은행은 ‘고객과 함께하는 필(必)환경 캠페인’의 일환으로 ‘KB 그린웨이브(Green Wave) 1.5℃' 금융상품 패키지를 출시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그린웨이브 1.5℃ 금융상품 패키지는 KB맑은하늘 금융상품, KB맑은바다 금융상품에 이은 친환경 특화상품으로 예금, 신탁, 카드로 구성된다.

상품 가입을 통해 모인 기부금은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배출 감축 활동에 사용될 예정이다.

탄소배출권 관련 테마주들이 일제히 상승세다. 실제로 ‘저탄소 기업’에 투자금이 몰리면서 저탄소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두드러지며 관련해 투자자들의 관심도 탄소배출권 등에 쏠리는 양상이다.

지난달 31일 오전 9시36분 현재 휴켐스는 전 거래일 대비 2.06% 오른 2만2250원을 기록중이다. 한솔홈데코는 2.80% 오른 2205원, 에코프로에이치엔은 1.30% 오른 16만3800원, 그린케미칼은 9.96% 오른 1만3250원을 기록 중이다.

이날 오전 9시36분 현재 휴켐스는 전 거래일 대비 2.06% 오른 2만2250원을 기록중이다. 한솔홈데코는 2.80% 오른 2205원, 에코프로에이치엔은 1.30% 오른 16만3800원, 그린케미칼은 9.96% 오른 1만3250원을 기록중이다. 

이지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판매 물량은 매년 비슷한데 가격에 따라서 실적에 바로바로 반영이 되기 때문에 하반기에 가격이 상승했을 때 실적에도 크게 좋게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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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달 27일 기상청이 발표한 '동아시아 지역 미래 극한기후 변화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수준의 탄소 배출이 지속될 경우 이르면 7년 뒤인 2028년부터 전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한다.

'1.5도'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설정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 제한폭이다. IPCC는 1.5도 이상 전 지구 기온이 상승할 경우 기후로 인한 위험이 인간과 자연에 모두 심각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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