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8일 실시된 국민의힘 대표 예비경선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1위를 차지해 6월11일 열릴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다. 이 후보는 당원 50%와 일반시민 50%를 반영하는 여론조사에서 41%를 획득했다. 2위는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로 29%에 그쳤다. 이어 3위는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15%였고 6.11 본선에서 최종적으로 격돌한다. 이 후보는 1위였지만 당원 지지율에선 31%에 그쳐 32%를 확보한 나 후보에게 뒤졌다. 본선에서는 당원 70%, 일반시민 30%가 반영된다. 그래서 당원 지지를 더 많이 얻은 나 후보가 유리할 수도 있다. 2년 전 당대표 경선의 경우 오세훈 후보는 일반시민 여론조사에서 황교안 후보를 12% 차이로 눌렀지만, 당원 투표에서 황 후보에게 뒤져 그에게 당대표를 내주어야 했다.
 

36세의 이준석 후보는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바 없으며 정부 공직도 거친 적 없다. 큰 기업경영인이나 대학교수로서 전문지식을 연마하지도 않았다. 국회의원도 3번 도전했다가 모두 낙선했다. 그러나 도리어 저런 미완성의 면모들이 참신성을 띄워 돌풍을 일으켰는지도 모른다.
 

이 후보는 27세 때인 2012년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책위원장에 의해 정치에 영입됐다. 그러나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악화되자 새누리당에서 탈당했고 자신을 영입해준 박근혜의 “탄핵은 정당하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준석을 발탁한 건 그가 묵직한 정치 경력을 쌓아서가 아니었다. 세계에서 가장 입학이 까다로운 최고 명문 하버드 칼리지(Harvard College:학부) 졸업생이라는 데서였다. 하버드에는 재학생 6천7백명의 칼리지와 2만1천명에 달하는 일반대학원 및 법학·경영·교육·공공정책·의학·보건 등 여러 전문대학원들이 있다. 이 대학원들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한국인은 적지 않아도 칼리지의 학사과정을 마친 한국 사람은 드물다. 한화 3세인 38세의 김동관 한화솔류션 사장이 하버드 칼리지 출신이다.
 

이 후보의 예비경선 압승은 1980년대-2020년대 초반 출생했고 인구의 34%를 차지하는 2030세대의 지지 덕분이었다. 또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 변화에 대한 갈증, 참신성 등도 작용한 듯 싶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 정치 상황은 디지털 환경에 앞서가는 신세대의 참신성만으로 헤쳐 나가기엔 너무 복잡하고 거칠다. 경쟁자 아닌 적대관계로 대결된 작금의 여야 정치판은 처절한 투쟁을 거치며 단련된 지도자를 요구한다.
 

물론 유럽 선진국들에서 30대의 젊은 정치인들이 돌풍을 일으키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자질이 검증된 인물들이다. 39세로 프랑스의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은 로스 차일드 투자은행을 거쳤으며 경제산업장관도 역임했다. 오스트리아 총리 제바스티안 쿠르츠는 35세로 최연소 국가수반이지만 유럽연합(EU)의 외교장관을 맡는 등 정치경력을 쌓았다. 36세인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도 교통장관을 역임하는 등 요직을 거치며 검증 받았다.
 

그러나 이준석은 정치·경제·학계 등 어느 한 분야에서도 지도력을 검증받은바 없다. 이 후보는 참신하지만 문재인 집권세력과 맞설 만큼 모질고 거친 정치·사회적 격랑을 거치지 않았다. 더욱이 국민의힘 새 당 대표는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 대비해야 한다. 제1 야당 대표로서는 지난 날 보수우파 가치를 위해 집권세력과 처절하게 부딪혔던 백전노장의 결기가 요구된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의 선거운동 양태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눈여겨 볼 대목들이 적지 않다. 줄서기 거부, 네거티브 선거 지양, SNS 통한 실시간 선거운동, 자가용 없는 대중교통 이용, 등이 그것들이다. 이준석 등장이 돌풍으로 위력을 떨칠지, 아니면 미풍으로 가라앉을지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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