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지주 [KB·신한·하나·우리] 회장 모두 대상…. 사실상 발목 잡는 규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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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금융사를 손보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지주 회장 임기를 법으로 제안하는 개정안부터 은행·저축은행·보험사 대표의 자회사 대표 겸직을 원천 금지하도록 하는 법안마저 등장했다.

이에 경영권 침해를 우려하는 금융권 목소리가 높은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금융권이 잔인한 하반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법안 발의에 대해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친 경향이 있다"며 "장기적인 경영 전략 추진을 통한 순기능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금융지주 회장 연임 1회·임기 6년 제한법 발의" 예정
 글로벌은행에서는 회장이 10년 이상 재임한 경우 많아

앞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를 예고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금융지주 회장 임기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 임기제한 법제화 시도로 전보다 더 강화된 법안이다.

개정안에는 임원의 자격요건을 규정하는 조항을 신설해 연임은 1회로 제한하고 총 임기는 6년을 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회장의 지주 계열사 겸직도 금지해 권한과 보수를 축소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행법은 상근 임원이 다른 영리법인의 상시적인 업무에 종사할 수 없도록 규정하면서도 대통령령으로 예외를 둬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여신전문금융회사와 금융지주회사의 상근 임원이 다른 회사 상근 임직원을 겸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박 의원과 금융노조·사무금융노조는 지난 1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금융지주는 규제산업이면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등 공공성을 지니고 있다"며 "이러한 금융지주의 이사회를 사실상 장악해 거수기로 전락시켜 10년의 장기 집권을 가능케 하고 수십억의 연봉과 성과금을 챙겨가는 일은 더는 일어나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박 의원은 "오늘 발의 예고한 개정안은 `금융 황제 금지법`"이라며 "대한민국 금융지주 회장들은 `셀프 연임`을 4회씩, 2회씩 해도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회사들이 대한민국의 금융 발전과 경제를 위해 여러 역할을 해야 하는데도 독단적인 황제 경영으로 인해 여러 잘못된 모습을 보이고, 잘못된 길 가는 것을 여실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사 대표들의 겸직을 계속 내버려두는 것도 회사 이익에 반하는 일"이라며 "겸직으로 인해 생겨나는 부당한 권력 행사와 이익의 독점 행위가 회사의 이익과 상충한다. 선진 금융국가로 가기 위해선 반드시 개정되고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현재 4대 금융지주는 모두 최대 주주가 국민연금"이라며 "그런데 금융사에서 임기를 9년, 10년씩 보장받은 회장님들은 0.1%의 지분도 갖고 있지 않다. 운 좋게 그 자리에 올라서 한 번 권력을 잡은 뒤 그 권력을 사유화하고 거대 금융그룹을 마치 자기 회사처럼 경영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 계열사 대표 겸직 제한도 파장 예고

실제로 씨티와 JP모건, 골드만 삭스 등 글로벌은행에서는 회장이 10년 이상 재임하는 때도 있다.

만약 이들 법안이 현실화하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회장 모두 사실상 첫 적용대상이 된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연임을 통해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1대 김승유 전 회장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3연임을 통해 7년간 장기집권했다.
신한금융도 조용병 회장이 2017년부터 현재까지 부임 중이다. 그의 임기는 2023년이다. 앞서 1대 라응찬 전 회장(2001년~2010년), 제2대 한동우 전 회장(2011~2017년)도 최소 1차례 이상 연임했다.

KB금융은 윤종규 회장이 2014년 취임 후 2017년과 2020년에 추가 임기를 보장 받아 총 3연임 중이고 우리금융도 손태승 회장이 2019년 첫 취임 후 오는 2023년까지 임기를 이어간다.

개정안에 포함 예정인 지주 회장의 계열사 대표 겸직 제한도 파장이 클 전망이다. 지주 회장의 영향력 아래 모인 사외이사들이 기존 회장을 다시 회장으로 뽑는 식의 ‘회장-사외이사-회장’으로 연결되는 셀프연임 고리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현재 은행이나 보험, 증권, 카드사의 CEO나 임원들은 매트릭스 및 원펌(One-Firm) 체계 확립 차원에서 지주 임원을 겸직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를 가로막는 법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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