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호 서울지방법원 민사34부 재판장은 일제(日帝)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85명이 16개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却下)한다”고 6월7일 판결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배소가 부당하다는 판시였다. 김 판사의 각하는 2018년 10월 대법원이 징용 피해자들에게 국내 법원 소송을 통해 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한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김 판사의 대법원 판결 뒤집기를 계기로 대법원장 김명수 대법원의 2018년 판결이 문재인 정부의 반일(反日) 코드에 맞추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비판을 더욱 굳혔다.

김양호 1심 재판부는 각하 이유로 원고 측의 청구권이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의해 소멸되거나 포기됐다고 볼 수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가 승소해 “강제 집행까지 마칠 경우의 국제적 역효과까지 고려하면 강제집행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 유지라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침해하는 것으로 권리 남용”이라고 꾸짖었다.

2018년 대법원은 대법관 13명 중 11명이 징용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당시 권순일과 조재연 두 대법관은 “일본 기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두 대법관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에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도 포함되었기 때문에 별도로 배상을 요구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권·조 두 대법관의 반대 의견은 옳았다.

한일청구권협정 2조1항에는 ‘양국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다’라고 했다. 또 2조3항에선 청구권 이전에 발생한 ‘사유에 대해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는 데서 그렇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일본으로부터 무상 3억 달러와 유상 2억 달러를 배상으로 받았다. 5억 달러는 일본 외화 보유의 25%에 달하는 큰돈이었고 “한강의 기적” 개발에 밑거름이 되었다. 권·조 두 대법관은 “국가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인해 개인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돼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밖에도 3년 전 김명수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책임 인정은 국제법에도 어긋났다. 김양호 1심 재판부가 밝힌 대로 비엔나 협정27조는 “어느 (조약) 당사자도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자기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김명수 대법원의 징용피해자 배상 인정은 국제법을 어긴 것으로서 “국내법적 해석에 불과하다”고 적시되었다. 이 또한 맞는 말이다. 김명수 대법원의 3년전 징용 피해자 배상책임 결정은 잘못되었다. 그런데도 대법원이 옳지 못한 판결을 내린 데는 필시 까닭이 있었다. 문 대통령의 반일몰이에 휘둘린 탓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2월 한일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무효화 선언하는 등 반일 선봉에 섰다. 뿐만 아니라 문 대통령은 2005년 5월 부산의 한 대표 변호사 시절 징용 피해자들의 피해 소송에 원고 측 대리인으로 나섰다. 그만큼 문 대통령은 이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였었다. 김명수 대법원은 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부터 징용 피해자 소송에 적극적이었다는 사실도 의식했는지 모른다. 문재인 변호사는 2006년 정치에 입문하면서 소송대리인 해임서를 제출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징용배상 각하 판결이 “조선총독부 경성법원 판결”이라며 반일몰이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법관은 집권세력의 코드에 맞추거나 대중의 선정적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휘둘려선 아니 된다. 법원의 판결은 ‘합리적 의심 없는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 김명수 대법원은 이 기초적 객관성을 잃었다. 김양호 1심 법원이 뒤늦게나마 그걸 바로잡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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