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의료 확충 및 보건인력 처우 개선돼야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방역대책 전면전환을 촉구하며 오는 9월 파업을 예고한 의료기관 136곳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인력 확충 및 공공의료 강화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역대 최대 규모의 총파업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일요서울은 보건의료노조 본사가 위치한 영등포 당산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 오는 26일까지 쟁의 찬반투표…내달 2일 총파업 돌입
- 방역당국 "최선 다해 협의 진행 중"...쟁의 결정 지켜봐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원들은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보건의료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136개 의료기관 쟁의조정신청 기자회견에서 "K-방역대책은 희생과 헌신만으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공공의료와 보건의료 인력 확충 등 근본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나순자 보건의료노조위원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환자가 늘어나면서 면역력이 저하된 간호사들도 환자를 함께 돌보는 실정이다. 사직을 고려하는 간호사도 많다. 1년 미만 간호사의 사직이 40%를 넘을 정도로 노동 조건이 열악하다"라는 현실을 밝혔다. 이어 "과연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인지. K방역이라고 호평을 받는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있는 일 인지 (의문이 든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나 위원장은 "지난해 대통령까지 나서서 간호 인력 충원 및 지원 발표를 했지만 무엇 하나 실현된 것이 없다"라며 "더 이상 못 버틴다. 공공의료. 보건의료 인력 확충해달라. 이런 요구가 8월말까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노조는 내달 2일부터 총파업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자리에 함께 한 최희선 서울본부장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회견문에는 "K방역 최전선에 영웅으로 칭송받으며 국민의 응원과 격려를 받아온 보건의료노동자들이 오죽하면 코로나19 대유행 한 가운데서 전면 총파업투쟁을 결단했겠느냐"며 처우개선의 당위성이 담겼다. 

최 본부장은 "이제 '포스트코로나'가 아니라 '위드 코로나'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라며 "더 이상 임시 판견과 자원봉사 위주 땜질처방식의 인력정책으로는 안 된다"고 갖오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더 이상 10%도 안되는 공공의료, 의료진과 보건의료노동자달의 희생과 헌신만으로 버틸 수 없다"라며 "현재의 부실한 공공의료 수준으로는 그 어떤 감염병도 극복할 수 없는만큼 70개 중진료권마다 공공의료 확충하고 공공의료에 대한 자원을 확대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보건의료노조는 또한 공공의료확대와 보건인력확충을 중심으로 8대 핵심 대정부 교섭 요구안을 발표했다.

우선 공공의료 확충ㆍ강화 요구로 ▲감영병원전문병원 조속한 설립, 코로나19 치료병원 인력기준 마련과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전국 70개 중진료권마다 1개씩 공공의료 확충 ▲공공병원의 시설ㆍ장비ㆍ인력 인프라 구축과 공익적 적재 해소를 주장했다.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처우개선 5대 요구 사안으로는 ▲직종별 적정인력기준 마련 및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확대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한 교대근무제 시행 및 교육전담간호사 지원제도 전면 확대 ▲5대 불법의료(대리처방, 동의서, 처치·시술, 수술, 조제) 근절 ▲의료기관 비정규직 고용 제한을 위한 평가기준 강화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  ▲의사인력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이 포함됐다.

강연배 보건의료노조 선전홍보실장은 “개별 사업장에 대한 요구도 있지만 보건복지부가 앞장서줘야 할 사안이 많다”며 “최소한의 가시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앞서 지난 17일 의료기관 122곳의 산하 지부가 중앙노동위원회 및 각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국립중앙의료원 등 감염병 전담병원 등을 포함해 고대의료원·이화의료원 등 사립대병원, 부산대병원·전남대병원·충남대병원 등 국립대병원, 국립암센터·보훈병원·한국원자력의학원 등 공공병원 등이 포함됐다.

보건의료노조는 교섭이 타결되지 않은 땐 찬반 투표를 거쳐 다음달 2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이 현실화한다면 1998년 보건의료노조 출범 이래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보건의료노조 산하 지부와 조합원은 지난해 12월 기준 199개 7만7006명으로 집계됐다. 종전까지는 2004년 주5일제를 요구하며 조합원 1만명이 참여했던 상경 파업이 최대 규모였다.

- 처우 개선 안될 시 파업예고

한편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보건의료산업노조와 관련해서는 지난 5월부터 노정 협의체를 구성해서 협의를 계속 해오고 있다"라며 "아마 8월까지도 충실하게 협약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지금 코로나19가 대유행을 거치고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간호사나 보건의료인력이 굉장히 필요한 상태라는 걸 다 알고 있다”라며  “여기에 따르는 코로나19 진료가 다른 일반 진료와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19를 진료하는 데 있어서 인력기준을 지금 마련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박 총괄반장은  “공공의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중요성도 함께 공감하면서 공공의료 확충 부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방향을 가지고 노조와 협상에 임하고 있다”라며 "(다만) 코로나 상황에서 인력수급을 하기 위해서 저희도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인력수급을 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양해해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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