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이 직접 실태 제대로 파악 후 개선해야"

[사례1] 냉장고 점검을 하고 필터교체와 살균교체를 하는 것이 기본 업무인데 일부 고객 중에는 냉장고 청소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거절하면 돈을 지불할터니 해달라고 한다. 이마저도 거절했더니 결국 고객만족조사에서 불만을 제기한다. 매니저는 소명할 기회도 없어 결국 그 피해는 매니저의 몫이 된다.

[사례2] 귀중품이 사라졌다는 고객의 연락이 회사에 왔던 일이 있었다. 해당 매니저는 억울함과 동시에 큰 모멸감 느꼈다. 추후 진행된 경찰 조사 결과에서 남편이 귀중품을 가져간 사실이 드러났다. 고객은 매니저에게 어떠한 사과도 하지 않았다. 매니저는 관리지역 변경 요청을 회사에 했지만 구역 변경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에도 회사는 매니저를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LG전자의 렌탈제품 방문관리 사업을 담당하는 노동자(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이 장시간 노동과 높은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노동조합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제 상당수 매니저들이 근골격계 질환, 비뇨기계 질환,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 근무환경과 연관된 건강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뿐만 아니라 다치거나 아파도 적절한 치료나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금속노조와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19일 LG케어솔루션 방문노동자의 안전‧건강 실태를 심도있게 살펴보고 LG전자의 책임, 제도적 대안 등을 모색하는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영향으로 온라인 참석만 가능했다. 

행사에 앞서 강은미 국회의원은 "가전제품 렌탈서비스의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일하는 노동자의 숫자도 많이 늘었다"라며 "이에 비해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이 어떠한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보고 개선해야 하는 점은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오늘 논의가  LG뿐만 아니라 방문서비스 노동자의 전체적인 실태를 알수 있을 것 같고 노동 단가의 문제 및 근무실태를 제대로 살펴보고 개선할 점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오늘 논의된 이야기들이 추후 문제점 개선(에 도움이 되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은 실태보고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 LG자본에 반하는 노동자의 현실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라며 "이동 방문하는 노동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문제는 불안정한 임금구조와  휴식 권리 조자 얻지 못하는 게 현실이며 퇴직 후의 문제 등이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 홈페이지에서는 매니저 업무에 대해 홍보를 하고 있지만 개인노동자라는 설명은 나와 있지 않고 수수료 부분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설명이 나와 있지 않아 마치 이 일자리가 여성 입장에서 매력적인 것처럼 포장만 하고 있지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점이 상당히 많다"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실태조사의 결과는 실제 노동환경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특히 미국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에 따르는 기준1 증상 호소자가 94.5%(366명)로 나타나 근골격계 질환 문제가 특히 심각한 것으로 확인된다"라며 "직업병 중에서도 가장 흔하고 여러 종류의 가전제품을 하루 여러 개 다루며 해체, 관리, 조립을 반복적으로 하는 LG케어솔루션 업무의 특성상 근골격계질환 예방 활동뿐만 아니라 치료와 재활이 필요한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인식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보상 측면 뿐만 아니라 LG케어솔루션 업무의 특징을 사회적으로 알리고, 예방 활동을 위한 안전보건 적극적인 사업주의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사측에 공식화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라며 "근골격계질환 뿐만 아니라 여성이라면 겪을 수 있는 비뇨기계 질환, 생식기질환에 대한 산재 여부도 논의해볼 수 있다. 제대로 식사하지 못하고 본인이 원할 때 화장실을 가지 못해 발생하는 여성 질환이 개인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인식을 바꿔내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진행 된 토론회에는 이정훈 민주노총 정책국장, 최은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 이진우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노동자건강증진센터 센터장, 이창욱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 산업보건기준과 사무관 등이 참석해 열띤 향연을 펼쳤다. 

이정훈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LG는 엄연한 LG케어솔루션 매니저 노동자들의 사용자임이 명백하며, 정당한 사용자로서 노동조합법상의 교섭 의무와 단체협약 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며 "특고 노동자라는 이유로 정당한 노동조합에 대해 교섭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LG 기업의 노동자라는 인식과 기업발전의 동반자라는 관점에서 원만한 교섭과 단체협약체결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최은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은  LG케어솔루션 매니저의 여성노동권 보장 방안 제언에 대해 발표했고 이진우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 노동자건강증진센터 센터장은 특수고용노동자 안전보건 정책 및 제도 공백 문제와 개선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창욱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 산업보건기준과 사무관 렌탈가전 방문관리노동자 산재예방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촉구하는 의견을 내놨다.  

금속노조는 "가전제품 관리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활동이 필요하다"라며 "‘관리’라는 업무의 성격과 여성의 고유 업무로 여겨지는 가사 내 서비스라는 인식이 갖는 여성노동의 저평가 문제를 LG케어솔루션지회뿐만 아니라 여성노동운동, 특수고용노동자들과 함께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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