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에 이사 포기" 내 집 고치는 사람 늘었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노후 주택을 고쳐 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아울러 `셀프 인테리어`를 하는 사람이 늘면서 인테리어·가구 업계도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형건설사 역시 리모델링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집 꾸미기 수요 증가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테리어.가구 업계 홈퍼니싱 수요 급증에 호황
대형 건설사 리모델링 사업 본격화…전담 조직 신설


한 리모델링 업체 대표는 "최근 들어 리모델링 문의가 많이 들어 오고 있다"라며 "부엌이나 주방 등 부분 공사를 문의하는 사람도 많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신축아파트로 이사를 하기 보다는 현재 사는 집을 증·개축해 살고자 하는 사람이 늘면서 리모델링 시장이 활개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37조 원 이상, 2030년이면 4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축물 전체 리모델링 시장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아파트 리모델링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10년 0.01%, 주거 0.2% 규모에서 2019년 전체 0.5%, 주거 14.7% 확대됐다. 이 기간에 전체 리모델링 착공 면적은 연평균 1.7% 증가에 그쳤지만, 아파트 리모델링은 57.5% 급증했다.

정부의 재건축에 대한 과도한 규제도 리모델링 시장 활성화에 한몫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정부는 재건축 사업을 주택시장의 과열을 부르고 투기를 조장하는 부동산 시장의 ‘적폐’로 지적했다. 이에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 양도를 제한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재건축 일반분양분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의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재건축을 기다리던 입주민들이 홈퍼니싱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또한 정부가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기존 20년에서 15년으로 리모델링 허용 연한을 단축하는 등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나서면서 리모델링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 건설사 역시 기존의 재건축 사업에서 중소·중견 건설사의 주된 먹거리였던 리모델링 사업에 눈독 들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8월 들어 대형 건설사가 전국에서 수천억 원대 이상 대형 정비사업을 속속 수주하고 있다. 재개발부터 리모델링까지 사업 종류 또한 다양하다. 포스코건설은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서 2건의 리모델링 사업을 연이어 수주했다. 그중 지난 14일 시공사 선정을 마친 광교 상현마을 현대아파트 리모델링은 수평증축 및 별동 증축을 통해 8개 동 572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는 1927억 원으로 2000억 원에 육박한다.

포스코건설은 지난달 31일에도 같은 지역 동부아파트 리모델링 시공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동부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비 역시 1778억 원이다. 포스코건설은 한 달도 채 안 돼 2000억 원대 공사 2건을 수주한 셈이다. DL이앤씨의 경우는 올해 이미 리모델링 수주액만 1조 원을 넘기는 등 두각을 보인다.
 
전담 조직을 신설해 본격적으로 리모델링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시공 능력 평가 1위인 삼성물산은 지난 6월 리모델링 사업소를 신설하고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시작했다. 리모델링 사업소는 6명의 전문인력으로 꾸려졌으며, 바로 다음 달인 지난 7월 3475억 원 규모의 서울 강동구 고덕동 아남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의 시공권을 따내며 7년 만에 리모델링 시장에 복귀했다. 고덕 아남 리모델링은 기존 807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지하 6층~지상 23층 규모 아파트 9개 동, 887세대 단지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약 3475억원이다.

이외에도 삼성물산은 다수의 리모델링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수주에 성공했다. 삼성물산은 2005년 래미안 방배 에버뉴, 2014년 래미안 대치 하이스턴, 래미안 청담 로이뷰를 성공적으로 준공했으며 올해 고덕 아남 리모델링을 시작으로 다수의 리모델링 프로젝트에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금호벽산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도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단독 입찰했으며, 다수의 리모델링 프로젝트에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GS건설도 지난달 도시정비사업 그룹의 조직개편을 통해 도시정비2담당 산하에 리모델링팀을 신설했다. 리모델링팀은 사전 기술 영업을 통한 리모델링 사업 발굴 및 수주, 수주 단지의 사업 관리 등을 담당한다. GS건설은 리모델링 기술 확보와 사업수행 역량 등을 쌓아 수도권 및 지방까지 사업을 확대하는 등 관련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 가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주택사업본부 내 리모델링 전담 조직을 구성했으며 올해 초에는 주택 설계와 수주 영업 분야 경력직원을 채용해 인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2008년 이후 12년 만에 리모델링 시장에 돌아왔으며 경기 용인 수지 신정마을 9단지 리모델링 사업을 단독 수주하는 성과를 냈다.

대우건설도 지난 3월 주택건축사업본부 내 도시정비사업 실에 ‘리모델링 사업팀’을 신설하고 리모델링 사업 진출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리모델링 사업팀은 ▲사업 분야 ▲기술·견적부서 ▲설계·상품파트 등 3개 분야, 17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설계·기술·공법·견적 등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관련 법규 및 정책 검토부터 신상품 개발까지 리모델링 사업 전반에 걸친 원스톱 관리를 목표로 한다. 연간 리모델링 사업 수주 목표는 3,000~5000억 원 규모이며, 시장 상황에 따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셀프 인테리어족 늘면서
구업계도 덩달아 성장 중

한편 ‘셀프 인테리어족’이 늘면서 가구·인테리어 업계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 소매판매액은 사상 첫 10조를 넘어섰고, 이 중 온라인 거래액은 4조98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기존에는 인테리어 용품과 가구의 경우 매장에서 직접 제품을 확인한 뒤 구매하는 경향이 컸지만, 코로나19 이후 구매창구가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국내 가구 업계 1위 한샘은 ‘홈코노미’ 추세에 힘입어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6.8% 증가한 251억7200만 원으로, 50% 가까이 성장했다. 코로나19와 주택거래량 확대로 수혜를 입은 한샘은 가구뿐 아니라 리하우스 수요 증가로 고성장을 이뤘다.

온라인 인테리어 플랫폼, O2O 채널도 셀프 인테리어족이 늘어나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오늘의 집’은 애플리케이션 누적 다운로드 수 1500만 건을 돌파했고, 지난해 초 300억 원 수준이던 월 거래액은 연말 1000억 원대로 불어났다.

온라인 플랫폼인 ‘집닥’ 역시 최근 2년간 거주 중인 고객의 인테리어 의뢰가 약 20% 증가, 인테리어 관련 검색량은 약 5배가량 커졌다. 비대면 추세와 집 꾸미기 수요가 맞물려 증가하면서 사람들의 관심 또한 배로 증가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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