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 법정스님과 김영한의 특별한 이야기

들꽃이 피고 지는 길상사 경내
들꽃이 피고 지는 길상사 경내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멈춰진 여행은 랜선으로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마음의 눈으로 먼저 가보는 여행으로 우리나라 전국 여기저기에는 이색적인 장소를 이번 호부터 소개한다. 알려지지 않아 사람들의 발걸음이 닿지 않는 추억의 장소부터 역사적인 이야깃거리가 숨어 있는 관광 명소, 현재는 폐교로 남았지만 추억의 학교였던 장소를 훑어보기도 하고 야간 여행으로 안성맞춤인 곳을 추천하기도 한다. 호젓한 풍경으로 오토캠핑하기에 적당한 소담스런 곳부터 이색 골목 여행지까지 팔도강산 곳곳에 숨어 있는 명소를 소개한다. 

숲이 만드는 그늘로 오가는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어주는 도심속 사찰 길상사는 1997년 12월에 창건됐다. 원래는 대원각이라는 고급 요릿집이었던 길상사는 무소유의 삶을 강조한 법정스님에게 김영한이 시주한 절이다. 그래서 이 절에는 둘 사이의 특별한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1932년 전남 해남에서 출생한 법정스님은 효봉 스님의 제자로 출가해 2010년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책 ‘무소유’ ‘맑고 행기롭게’ ‘산방한담’ ‘오두막 편지’ ‘버리고 떠나기’ 등 수많은 독자에게 울림과 감동을 준 저자로도 유명하다. 

시주길상화공덕비와 사당
시주길상화공덕비와 사당
천주교 신자인 조각가 최종태와 기증한 관음보살상
천주교 신자인 조각가 최종태와 기증한 관음보살상

군사독재시절 삼청각, 청운각과 더불어 3대 요정으로 알려져 있는 대원각은 1950년 청암장이라는 별장을 사들여 운영하기 시작했다. 

길상사로 오르다 보면 키가 큰 관음보살상이 있다. 특이한 점은 천주교 신자인 조각가 최종태가 종교 간 화합을 염원하며 기증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길상사 경내는 보호수가 대부분이고 울창까지는 아니어도 잘 가꾼 정원처럼 곳곳에 놓인 벤치는 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우기에 안성맞춤이다. 

법정스님은 길상사에 불교서적과 일반 서적을 갖춘 길상사도서관을 만들었다. 2016년에 새롭게 단장하면서 북카페 ‘다라니다원’이 들어섰다. 

차한잔 마시며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은 ‘다라니다원’
차한잔 마시며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은 ‘다라니다원’

 

들꽃이 피고 지는 길상사 경내
들꽃이 피고 지는 길상사 경내

길상사에서 내려가다 보면 선잠단지를 지나 큰 길 건너편에 등록문화재 268호 최순우 가옥이 자리 잡고 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저자로 알려져 있는 최순우 가옥 뒤편에 선생이 직접 쓴 책이 놓인 돌 탁자와 장독이 한눈에 들어온다. 

당일 여행코스로는 길상사를 거쳐 우리옛돌박물관을 지나 상허이태준 가옥과 성북동 최순우 가옥에서 성북동이종석별장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추천한다. 여기서 만해 한용운 심우장과 삼청각을  거쳐 한양 도성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추가해도 괜찮다. 

1박2일을 고려한 여행이라면 첫째 날은 우리 옛돌박물관을 거쳐 삼청각을 지나 만해 한용운 심우장과 복정마을을 거쳐 길상사로 이어지는 경로를 추천한다. 둘째 날에는 한국가구박물관을 시작으로 상허 이태준 가옥을 거쳐 서울 성북동 최순옥 가옥을 지나 서울 선잠단지와 성북동 이종석 별장에서 한양 도성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추천한다.

주변 볼거리로는 간송미술관과 삼청각, 성북구립미술관, 북악스카이웨이 성락원 등이 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