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예치금만 40억 이상...거래 건수 한 달 평균 ‘17.2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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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 “그냥 코인하는 고등학생이 보는 평범한 도지 코인 전망 전 코인 추천을 하는 게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을 올린겁니다. 구독해주세요.”
코인 등 암호화폐 전문 유튜버로 활동하는 A씨는 구독자에게 종목별 수익 차트를 공유하고 종목별 전망 등을 분석하는 고등학생이다. A씨와 마찬가지로 최근 코인 등 암호화폐 투자 열풍에 동참한 10대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실제로 4대 암호화폐 거래소에 예치된 10대들의 투자금액이 4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미성년자의 가치관 형성이나 사행성 여부 등에 따른 문제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 미성년 자녀 투자...젊은 학부모들 “또다른 방식의 경제 교육”
- “성인 소비 행태 모방 청소년 증가...주식‧코인 열풍 뒤따라”



미성년자는 암호화폐 계좌를 개설하고 거래하는 것이 금지됐지만 최근 불어든 코인 투자 열풍에 자녀의 투자를 허락하는 학부모도 많아진 모양새다. 실제로 경기도 남양주시 거주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한 주부는 “이제 아이들 사이에선 코인 투자가 하나의 놀이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처음에는 투자를 허락하지 않았지만, 용돈 등 소액 투자를 통해 경제관념을 가질 수 있는 또다른 방식의 교육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계좌개설을 허락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코인 거래 과정에서 미성년 투자자들을 현혹시키는 편법 거래 등 부정사례가 발생한 이유도 또다른 허락의 이유였다. 주부는 “코인 투자 열풍이 고조에 달했을 때 미성년자의 코인 계좌 개설‧거래가 금지된 점을 악용해 계좌를 터주고 수수료를 떼 가거나, 아이들을 현혹시켜 돈을 갈취하는 등의 부정사례가 발생한 걸로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더 좋지 않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허락한 이유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10대 예치금 40억 넘어
코인 예치 고려하면 ‘그 이상’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대 거래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10대 투자자 예치금은 모두 40억192만 원이다. 해당 예치금은 원화를 기준으로 집계됐으며, 코인 예치까지 고려하면 전체 금액은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자료에 따라 거래소별로 보면 거래대금 규모가 가장 많은 업비트의 10대 투자자 예치금은 35억7679만 원으로 집계됐다. 뒤이어 빗썸(3억8568만 원), 코인원(3945만 원)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4대 거래소 중 코빗은 10대 예치금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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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의 경우  지난 6월 한 달간 10대 신규 가입자는 총 1761명을 넘겼다. 앞서 지난 4월에는 1만8387명이 가입한 만큼 4월부터 7월까지 10대 신규 가입자수는 총2만8164명에 달한다. 이들의 전체 거래 횟수는 193만277회로, 1인당 68.6회 거래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달 평균 17.2회 거래가 이뤄진 셈이다.

이를 두고 윤 의원은 “가상자산 투자가 모든 연령층에 걸쳐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가상자산 정책을 수립하는 데 젊은 투자자층의 입장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등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코인 투자가 이른바 ‘돈 복사’로 불릴 만큼 사행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소수의 돈 복사 사례만 듣고 덤벼들었다가 ‘돈 삭제’로 이어진 경우도 허다해 투자 경험이 없는 10대들에게는 더 위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청소년심리 전문가는 “최근 SNS와 대중매체 등의 영향에 따라 청소년들 사이에선 명품 구매 등의 행위가 보편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성인들의 소비 습관을 모방하려는 모습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경제적 여건 등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투자 열풍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식이나 암호화폐는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도 투자에서 나설 수 있다 보니, 비대면 일상이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아이들로부터 큰 관심을 얻고 있다”며 “최근에는 게임중독과 같이 사행성에 대한 우려로 심리상담소를 내방하는 학부모들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체 연령대에서 예치금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30대로 나타났으며 4대 거래소를 합쳐 총 2조2457억2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40대가 1조7422억2000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20대 투자자들의 예치금은 1조1939억2000만 원, 50대(1조185억2000만 원), 60대(3735억4000만 원), 70대 이상(409억 원) 순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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