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관계자 “화물연대 집회로 가맹점 빵 운송 차량 진입 못 해”
화물연대, “SPC 그룹이 매출 성장 이면 을과 을의 싸움 부추겨”

전국의 파리바게트 가맹점 등에서는 빵 등의 제품을 기다리고 있지만,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대규모 집회로 운송 차량이 공장에 한 대도 진입할 수 없었고 제품은 출하되지 못했다. SPC 공장 출하장에 대기해야 할 트럭이 단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이창환 기자]
전국의 파리바게트 가맹점 등에서는 빵 등의 제품을 기다리고 있지만,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대규모 집회로 운송 차량이 공장에 한 대도 진입할 수 없었고 제품은 출하되지 못했다. SPC 공장 출하장에 대기해야 할 트럭이 단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충청북도 청주 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SPC 삼립 청주공장을 진입하는 모든 길목은 경찰 버스와 진압 차량 등으로 완전 차단됐다. 청주시장은 행정명령을 발동해 청주시 전역의 집합금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소속 화물연대는 30일 SPC 청주공장 앞 도로에서 1000명이 훌쩍 넘어서는 인원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에 1500명의 경찰 인력은 SPC 공장 진입로 차단과 도로 통제 및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르는 사태를 막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 

1000~2000명 도로 ‘점거’…경찰 1500명 대치

지난달 30일 충북경찰은 기동대 21개 중대 1470명과 형사(기동대) 등 1500여명의 병력을 SPC삼립 청주공장(이하 SPC공장)으로 들어서는 주요 길목에 배치했다. 이에 SPC 공장 앞에서 집회를 예고했던 화물연대 소속 노조원들은 공장 집결을 원천 차단당하면서 SPC 공장 진입로를 바라보는 8차선 ‘직지대로’의 일부를 막고 집회를 시작했다. 

다만 노조가 직지대로를 따라 산단로와 영월로까지 총 500미터 거리의 편도 4차선(일부 3차선)의 2개 차선과 인도를 점거해 농성을 시작하면서 경찰 인력이 이들을 둘러싸고 차단막을 설치해 1개 차선만 통행이 가능했다. 

산업단지를 오가는 차량들은 예기치 못한 통행제한에 따른 교통체증이 발생해 불편을 호소했고, 인근에 위치한 정식품과 SPC 공장과 이웃하고 있는 동아오츠카 공장 등도 집회 참가자들의 진입을 저지하기 위한 경찰의 차단막으로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 

도로를 점거한 집회 참가자들을 경찰 인력이 에워싸고 있다. [이창환 기자]
도로를 점거한 집회 참가자들을 경찰 인력이 에워싸고 있다. [이창환 기자]
도로를 점거한 집회 참가자들을 경찰 인력이 에워싸고 있다. [이창환 기자]
도로를 점거한 집회 참가자들을 경찰 인력이 에워싸고 있다. [이창환 기자]

앞서 지난 27일 화물연대는 ‘SPC 자본 및 공권력 투입 규탄’ 및 ‘화물연대본부 투쟁 승리’를 전면에 내걸고 수도권·충청권·전북·대경 본부 등의 확대간부 및 조합원들에게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라는 제목으로 이날 SPC 청주공장 앞에서의 집회 참가를 공지했다.

이날 노조 관계자는 “SPC 측이 전면에서는 노조를 파괴하도록 지휘하면서 교섭에는 꽁무니를 빼고 있다”며 “화물노동자들이 지난 2년간 만들어 온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고 열악한 노동조건에도 이를 함구하고 따르라고만 요구하는 SPC의 자본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등 청주시 측에서는 참가 인원이 대략 1000여명 수준이라고 밝혔으나, 현장의 노조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2000명이 넘게 참석했다”며 “경찰은 얼마나 참석했나 물어보라”고 경찰의 집회 차단과 해산에 나선 경찰에게 불만을 드러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위원장의 대회사로 시작된 이날 집회는 결의대회 순서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의 ‘근거 없는 집합금지 탄압’이라는 투쟁발언이 나오면서부터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집회 참가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경찰은 해산 명령을 전달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집회 참가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경찰은 해산 명령을 전달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집회 참가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경찰은 해산 명령을 전달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집회 참가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경찰은 해산 명령을 전달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경찰, ‘해산’ 명령 후 강제해산 시도   

경찰 측은 서울과 경기도 충북 등에서 출동한 경찰 기동대가 화물연대 측과 대치한 가운데 대형 확성기를 동원해 “불법집회를 철회하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해산하라”며 “불응 시 해당 법에 따라 강제해산을 단행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 시작했다.

경찰기동대의 방패 등을 내밀고 차단막을 설치하고 있던 경찰 병력이 집회 후미에서부터 압박을 시도하자 집회가 진행되는 곳곳에서는 마찰도 일어났다. 노조 측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 일정 간격으로 앉아 집회를 진행하는데 경찰이 힘으로 몰아넣어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못 한다”며 “경찰 인력을 후퇴시키고 건전한 집회를 방해 말라”고 소리를 높였다.

이에 경찰은 도로 차단에 따른 교통 정체 해소를 위해 노조가 점거한 2개차도와 인도 가운데 1개 차도의 후퇴를 요구하며 압박하기 시작했다. 앉아있는 노조원들을 향해 “법률 위반에 따라 체포할 수 있다”며 자리 이동을 요구했으나 오히려 노조 측이 맞서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됐다.

앞서 경찰은 집회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불법집회를 이어가는 화물연대의 강제 해산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집시법 및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불법행위 수사전담팀을 구성해 집회 강행과 물류차량 운송 방해 등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었으나 수차례 언쟁만 오갈뿐 경찰은 강제 해산 또는 진압에 나서지는 않았다. 

화물연대 노조가 SPC 그룹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창환 기자]
화물연대 노조가 SPC 그룹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창환 기자]
화물연대 노조가 SPC 그룹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창환 기자]
화물연대 노조가 SPC 그룹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창환 기자]

시민 불편불안 호소… 가맹점, ‘발동동’

집회 장소 인근에는 LG유치원과 LG화학 사원아파트 및 각종 식품 공장이 앞뒤로 줄지어 있어 불편과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경찰과 청주시가 불법집회에 대한 강력 대응을 밝히고도 미온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이에 일요서울은 SPC 공장을 찾아 현장 상황을 살폈다. 공장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어제까지는 일부 운송 차량들이 집회를 피해 오가면서 물품을 낼 수 있었다”면서 “오늘은 대규모 집회가 진행되고 경찰이 집회가 열리기 이전부터 경찰버스 등을 동원해 안전 차단막을 설치한데다 혹시 모를 마찰에 단 한 대의 운송 차량도 들어오지 못해 물품은 전혀 나가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해당 집회를 두고 ‘불법집회’라고 언급하던 청주시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 할뿐 당장 손쓸 방법이 없다는 입장. 집회 현장에서는 청주시 소속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관계자들이 경찰 차량 인근에 모여 집회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으나 청주시의 입장을 전하거나 불법집회에 대한 철회 요구 등의 특별한 제스처는 취하지 않았다. 

청주시는 화물연대의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해 이를 금지했으며, 경찰은 화물연대의 SPC 공장 진입을 차단 및 봉쇄했다. [이창환 기자]
청주시는 화물연대의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해 이를 금지했으며, 경찰은 화물연대의 SPC 공장 진입을 차단 및 봉쇄했다. [이창환 기자]
청주시는 화물연대의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해 이를 금지했으며, 경찰은 화물연대의 SPC 공장 진입을 차단 및 봉쇄했다. [이창환 기자]
청주시는 화물연대의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해 이를 금지했으며, 경찰은 화물연대의 SPC 공장 진입을 차단 및 봉쇄했다. [이창환 기자]

한편 화물연대 측은 “빵을 만들고, 나르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가맹점주와 화물노동자의 이해관계는 같다”며 “이번 사안이 빨리 해결되기 바라는 가맹점주의 마음에 동감하며 피해 최소화를 위해 이번 파업을 조속히 마무리 하고 현장 복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SPC 사측의 합의 파기로 인한 파업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SPC의 노동자 탄압, 노조 파괴를 확실하게 뿌리 뽑겠다”며 “국민들께서 SPC의 노골적 탄압에 맞서 화물노동자 삶과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정당한 파업을 마음모아 지지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화물연대가 지난달 23일부터 일주일째 SPC 공장의 물류 출하 저지 농성을 벌여왔으나 불법집회로 규정한 청주시와 경찰 측은 ‘미온적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울러 운송이 어려운 여건에서 제품을 받지 못한 파리바게트 가맹점들은 영업 차질을 호소했다.

SPC를 향해 목소리 높이는 화물연대. [이창환 기자]
SPC를 향해 목소리 높이는 화물연대. [이창환 기자]
SPC를 향해 목소리 높이는 화물연대. [이창환 기자]
SPC를 향해 목소리 높이는 화물연대.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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