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상가건물을 임차하려고 개업공인중개인 B씨를 통해 계약을 했었는데 나중에 잔금을 치르려 하니 아무래도 권리금을 너무 비싸게 책정한 것 같아 계약금 300만원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지하였다. 그럼에도 B씨는 A씨에게 중개수수료를 달라고 요구하는데 B씨의 주장은 타당한가?

흔히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계약하였다가 중간에 여러 사정으로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공인중개사법 제32조 1항에 의하면 “개업공인중개사는 중개업무에 관하여 중개의뢰인으로부터 소정의 보수를 받는다. 다만, 개업공인중개사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중개의뢰인 간의 거래행위가 무효·취소 또는 해제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거래 과정에서 공인중개사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계약이 파기된 경우가 아니면  설사 의뢰인의 변심으로 계약이 성사되지 아니하였다고 해도 공인중개사는 중개수수료를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위 규정 단서와 같이 거래행위가 공인중개사의 고의 또는 과실로 무효, 취소 또는 해제된 경우에는 공인중개사에게 중개보수 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공인중개사법 시행령 제27조의2에 의하면 중개보수의 지급시기는 개업공인중개사와 중개의뢰인의 약정에 따르되, 약정이 없을 때에는 중개대상물의 거래대금 지급이 완료된 날로 한다. A씨와 B씨 사이에 중개보수 지급시기에 관한 약정이 체결된 사실이 없으므로 중개대상물의 거래대금 지급이 완료된 날이 중개보수의 지급시기가 되는바, 이는 불확정기한에 해당한다.

당사자가 불확정한 사실이 발생한 때를 이행기한으로 정한 경우에 있어서 그 사실이 발생한 때는 물론 그 사실이 불가능하게 된 때에도 이행기한은 도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결국 A씨가 계약금 3백만 원을 포기하고 스스로 임대차계약을 해제하였으므로 A씨의 위 임대차계약에 따른 보증금 잔금 지급은 불가능하게 되었고, 이로써 A씨의 B씨에 대한 중개보수 지급채무의 변제기가 도래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위 사건에서 A씨는 중개사 B씨가 자신에게 위 상가건물의 권리금이 1천5백만 원임에도 불구하고 3천만 원이라고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B씨에게 중개보수 지급의무가 없다고 항변하였다.

A씨의 항변은 “개업공인중개사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중개의뢰인 간의 거래행위가 무효・취소 또는 해제된 경우에는 중개의뢰인은 개업중개사에게 중개보수 지급의무가 없다”는 공인중개사법 제32조 제1항 단서를 근거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위 주장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여 A씨의 항변은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만일 A씨의 항변에 대한 충분한 입증자료가 있었다면 공인중개사법 제32조 제1항 단서에 의해 중개보수금 지급의무가 인정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사례로 돌아가 살피건대, 공인중개사 B씨의 고의나 과실이 입증되지 않는 한, A씨는 B씨에게 중개료 지급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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