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계랸값 결정 구조 손본다…도매시장 운영하기로
- 계란값 폭등에 묻지 마 수입하더니…혈세 1000억 손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정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계란 가격을 잡기 위해 도매시장 제도를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정부는 도매시장이 없는 점이 계란 가격 급등락의 한 원인이라고 보고 가격 결정 기능을 수행하는 도매시장 개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8일 열린 제30차 물가관계차관회의 모두발언에서 “도매시장이 없어 생산자와 유통자가 1:1로 가격을 결정하는 계란 가격 결정 구조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연내 공판장(도매시장) 2개소 시범운영에 착수하고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는 계란 가격이 지난 1월부터 9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가자 가격 형성 구조를 바꿔 안정화를 기대하는 것이다.

- 연내 공판장 2개 시범운영…. 안정화 잡힐까

소식이 알려진 직후 일요서울은 계란 도매점을 찾았다.

계란 도매점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정부가 도매점을 운영한다고 해서 계란 가격이 안정화될지 의문스럽다"라며 "당장이야 계란 가격이 인하되겠지만 언제까지 갈지 우려스럽다"라고 했다.

소비자 A씨는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데 가장 쉽고 아이들이 즐겨 먹는 반찬이 계란이다. `금란`이란 표현이 만들어질 만큼 계란 값이 비싸 아이들에게 풍족하게 주지 못했는데 정부의 방침으로 계란 값이 안정화되어 더 많은 계란을 사용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누리꾼들도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7월 말 대통령의 지시 후 관계부처가 합동점검반을 구성 해 100원 단위로 가격을 점검했었다"라며 "가격을 바로잡는다고 바로 잡히는 게 아니라 공급의 문제다"라고 꼬집었다.

업계는 정부가 직접 도매시장을 운영하겠다고 나선 것은 두 가지 이유라고 파악한다. 우선 해외 계란을 수입하는 것만으로 계란값을 잡는 데 역부족이다. 오히려 혈세 낭비로 국정감사에서 질타받기도 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4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코로나 정책점검회의 겸 한국판뉴딜 점검 TF 겸 제30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4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코로나 정책점검회의 겸 한국판뉴딜 점검 TF 겸 제30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8일 홍문표 의원(충남 예산·홍성)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까지 계란 수입에 1500억 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됐지만 계란 3억8538만 개를 476억 원에 되팔면서 총 1023억 원의 국고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계란 한판(30개 기준) 기준으로는 운송료 작업비 등을 포함해 평균 1만2,000원대에 수입됐다. 그러나 3,000~4,450원 정가로 시중에 판매됐고, 한판당 7,000원이 넘는 손해가 발생했다.

홍 의원은 정부의 정책 실패와 무능이 이 같은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계란값 폭등의 원흉은 무능한 문재인 정부의 앞뒤 가리지 않는 살처분에 기인한다"라며 "계란 수입에 따른 막대한 예산 낭비와 국민이 추가로 부담한 계란값은 누구에게도 보상받지 못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5일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계란 가격(특란 30개)은 설날 직후 7800원까지 오른 이후 올해 추석 이전 6000원대 초반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지난해 9~10월 4000원대와 비교하면 아직도 1.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더라도 최근 계란 가격은 1년 전보다 57% 상승했다.

2019년 10월부터 오름세를 보이던 계란값은 올해부터 가격 상승 폭이 커졌는데 지난 1월에는 전년보다 15.2% 오르더니 2월 41.7%, 3월 39.6%, 4월 36.9%, 5월 45.4%, 6월 54.9% 등 두 자릿수 가격 상승 폭을 유지하고 있다.

두 번째는 지난 7월 말 문재인 대통령이 “계란값 안정을 위해 전 부처가 나서라”라고 강력하게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민생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계란은 필수 먹거리인 만큼 양계업계뿐 아니라 계란 소비자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으니 생산단계, 유통단계, 판매단계를 점검하고 수입 계란의 충분한 확보를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특별하게 살피라”라고 지시했다

이후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장관들이 현장점검에 나섰고 관계부처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특단의 각오`를 외쳤다. 기재부 내에는 한 훈 차관보 주재로 계란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홍 부총리는 “난계 입식 상황, 국산 계란 생산, 수입 계란 공급 등 수급을 꼼꼼히 재점검하고 점검 결과가 소비자 계란 가격 하락으로 연결되도록 계란 생산-유통-판매 전 단계에 대해서도 원점에서 점검해 개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계란 생산·유통 관련 사업자 단체에 ‘가격 담합 시 처벌받을 수 있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경고에 나섰다. 경제수장이 개별 품목 가격을 콕 찍어 언급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 쌀 가격 안정 위해 10월 말까지 할인행사

한편 정부는 계란 값 안정 이외에도 쌀 가격을 잡기 위한 할인행사를 10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쌀 가격도 평균 대비 가격이 12.9% 상승했다. 이에 정부는 쌀 가격 안정을 위해 쌀 수급 안정 대책을 운용하고, 지난달부터 대형마트 등과 추진 중인 쌀 할인행사를 10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억원 차관은 또 “우유 가격 인상에 따른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업계와 소통을 강화해 편승 인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업계의 부담 완화를 위한 금융·세제 지원방안도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기름값 등 국제 에너지 가격 불안에 대응해서는 비축유 등 재고상황을 점검하고, 유통 질서 교란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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