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서울 금천구 지식산업센터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소화약제 누출 사고로 사망한 3명의 사인이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질식사’로 조사된 가운데, 26일 오후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세 시간가량 진행한 현장 합동 감식 결과 ‘수동 조작’에 의한 이산화탄소 유출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후 2시부터 경찰과 안전보건공단 사고조사원 2명, 고용노동부 관계자 2명, 국과수 관계자 11명, 소방 관계자 4명 등 19명가량이 차례로 시간 간격을 두고 건물 내부로 들어가 5시20분까지 현장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세 시간가량의 합동 감식 진행 이후 김상훈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장은 “CCTV영상 분석, 소방설비시스템 자료 분석, 재현실험 등을 통해 소화약제가 수동 조작에 의해 유출된 것으로 가결론을 내렸다”며 “아직 관련자 조사가 남아 있고 추가 감정 결과를 받아 결론을 확정짓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수동 조작함 근처에서 작업 중이던 사망한 작업자에 의한 조작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며 “해당 작업자가 수동조작함을 조작한 원인과 경위에 대해 수사해 사고 경위를 규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사 현장에 대한 안전수칙 준수여부, 안전교육 이행 여부, 대피 시 조치의 적절성 등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진행된 사망자 3명에 대한 부검 결과는 모두 ‘이산화탄소 중독’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금천경찰서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소화가스 누출 사고로 숨진 작업자들의 사망 원인은 ‘이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질식사’라는 1차 소견을 전달 받았다”고 전했다. 

최근 10년 간 사고사망자 68명…“이산화탄소 대체 필요”

이와 관련 일요서울이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파악된 이산화탄소 소화 설비 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최근 10여 년간 68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는 이산화탄소 가스가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점에서 보다 안전한 소화 설비로 대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요서울 취재진에게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에 20%만 노출돼도 한 시간 내에 질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이산화탄소 가스가) 무색무취라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요즘은 할로겐화합물 및 불활성기체로 대체해 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공 교수는 “대체하면 질식 등 위험이 덜하지만 가격이 비싸서 당장은 현장에서 이용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며 “미국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안전장치를 늘려 색도 넣고 방출될 때 냄새도 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합동감식팀애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8시52분께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공사 현장 지하 3층 발전기실, 지하 4층 전기실에서 이산화탄소 소화설비에서 소화약제가 방출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무게 58킬로그램, 용량 87리터의 이산화탄소 저장 용기 130병이 공사 현장 지하에 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중 123병에서 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한 이들은 지하 3층 발전 설비실에서 보일러 소방시설 등의 보온 작업을 하던 중 미처 대피하지 못해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사고 관련 사망자는 3명, 중상자 1명, 경상자 17명을 포함해 전체 사상자는 총 2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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