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EAS 참석한 文…“종전선언 지지 부탁”
文, 유럽 순방에서 교황 면담…이인영 통일부 장관 동행
‘종전선언’ 두고 견해차 드러낸 美…“순서·시기·조건에서 차이”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임기 종료를 목전에 둔 문재인 정부가 또다시 종전선언 카드를 꺼내들며 대북 대화 추진에 시동을 걸고 있다. 정부가 남다른 공을 들이며 성과로 꼽아 왔던 대북 관계는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 측의 일방적인 연락 단절과 도발의 반복으로 역풍을 맞으며 빛이 바랬다. 임기 내 대화 재개 여부조차 불투명한 가운데, 정부는 다시 한 번 종전선언을 추진함으로써 북한과의 관계 회복에 나서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화상으로 진행된 제16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은 대화의 문을 열고 한반도와 아시아, 나아가 세계 평화로 가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변함없는 지지와 성원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유엔 총회에 참석해 제안했던 종전선언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방러 나선 외교부·교황 면담 동행하는 통일부

정의용 외교부 장관. [뉴시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 [뉴시스]

각 정부 부처들도 대북 대화 재개를 위해 동원됐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같은 날 러시아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 회담을 가지고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했다. 정 장관은 직접적인 ‘종전선언’ 언급은 피하면서도 “러시아가 남북관계 증진 및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일관되게 지지해온 점을 평가한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앞으로도 러시아가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해 종전선언을 비롯한 정부의 대북 대화 재개에 대한 지지 요청을 우회적으로 전달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문 대통령의 유럽 순방 일정 중 오는 29일로 예정된 교황청 방문에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동행한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면담에서 교황의 방북을 논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차이 있을 수 있어” 시각차 드러낸 美

성 김 미 특별대표. [뉴시스]
성 김 미 특별대표. [뉴시스]

임기말 대북 관계 개선에 사활을 건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미국의 입장은 정부와 온도차를 보인다. 당초 정부가 기대를 걸었던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협의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 도발이 겹쳐 별다른 진전 없이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현지시각으로 26일 진행된 브리핑에서 종전선언을 둔 한미 간 합의에 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정확한 순서와 시기, 혹은 조건 등에서 다소 시각차가 있을 수 있다”고 해 종전선언에 관한 한미 간 이견이 있음을 드러냈다.

설리번 보좌관이 입장 차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자 정부에서는 당혹스러워 하는 기류가 감지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교는 양국 입장 차이를 좁혀 나가는 동시에 양국 공동인식 및 공통점은 확대해나가는 과정이다"라며 “한미 간 외교협의 역시 이런 방향으로 하고 있다”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면서 "한미 간 협의는 상호 바람직한 방향으로 아주 진지하게 속도감 있게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은주 외교부 부대변인도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이와 관해 언급했다. 그는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을 전체적으로 균형 있게 이해해야 한다면서 '시각차'에 관해서는 외교적 협의를 통해 풀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사자는 ‘거리 두는’ 종전선언

정부의 발빠른 진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과의 시각 차 외에 북한의 비협조적인 태도도 변수로 꼽힌다. 여러 차례 이어진 대화 복귀 촉구 메시지에도 북한은 일방적인 교류 단절과 연이은 미사일 실험으로 대응해 왔다. 여기에 지난 19일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까지 감행하면서 정국을 경색시켰다.

이런 탓에 북측의 태도 변화가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종전선언을 고집하며 밀어붙이는 정부의 방침에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잇단 도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일 뿐이라고 강조하면서 대북 업적 쌓기를 위한 종전선언 추진에 골몰하며 다방면으로 길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의 각종 시도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임기 내에 종전선언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종전선언의 당사자인 미국 측이 온도차를 보이고, 북한 측이 부정적인 반응과 도발을 반복하며 응하지 않는 가운데, 여러 우려에도 속도를 늦추지 않는 정부의 종전선언 드라이브는 빛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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