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비염]

일교차가 심해지는 환절기가 되면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부쩍 늘어나 한의원이 분주해진다. 절기에 따라 신체 온도 변화에 적응하느라 다량의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일이다. 

특히 이미 비염을 앓았거나 신체 메카니즘에 이상이 생기면 아동청소년기에는 알레르기 비염에 노출되기 쉽다. 

부모는 겨울 나기 전 보약을 먹이려는 아이와 함께 우연히 병원에 들렀다가 비염에 걸렸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진료를 하다 보면 숨쉬는 방식과 진맥으로 비염을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미 비염에 걸린 줄도 몰랐던 부모들은 크게 놀란다.

아이들이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면서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 입을 벌리거나 입을 다물고 있더라도 습관적으로 다시 벌리는 습관적 행동을 하는 경우도 비염을 앓고 있다는 증상이다. 
비염에 걸리면 비강의 일부분이 염증으로 막혀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호흡 방식이 어려워지면서 입을 벌리게 된다.

▲36개월도 지나지 않은 아주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감기와 반복되는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의 비염 증상으로 고생하는 유아들 ▲어린이 집부터 계속 감기를 달고 살면서 초등학교 졸업까지 매번 환절기만 되면 비염으로 고생하며 이비인후과 약 때문에 학교와 학원에서는 졸리고 집중력도 떨어져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아이들 

위의 상황처럼 비염을 일으킬 만한 원인이나 잘못된 습관이 없음에도 비염이 자꾸 재발되면 아이와 부모는 마음 고생 하게 된다.

특별한 이유가 없음에도 수시로 재발하는 비염 환자들을 자세히 진찰해 보면 유독 감기, 비염, 축농증, 알레르기 질환, 피부질환 등에 잘 걸리는 체질이라는 사실을 알수 있다. 

물론 면역학적 관점에서 비염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은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체질의학적 관점에서는 선천적으로 호흡기 계통이 약하게 타고나서 다른 사람들보다 치료가 잘 안되거나 재발이 쉽게 되는 난치성 질환도 있다. 

콧물, 재채기, 코막힘의 증상이 있을 때마다 양의학적 대증 치료인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는 순간적인 호전 결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체질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나 선천적으로 취약한 폐기능 및 호흡기 면역력이 좋아지지 않는 상태에서는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다. 

체질의학에서는 비염을 단순히 콧 안의 질환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코-기관지-폐-피부에 이르는 호흡기 계통(system)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비염이라는 병증 자체보다는 병을 일으킬 수 있는 호흡기 계통의 기능부터 강화하고 떨어진 면역력을 올린 다음 여기에 증상을 치료하는 대증치료를 부가적으로 진행하는 근원치료에 목표를 둬야한다.

어떤 체질이든 비염이 발생할 수 있지만 선천적으로 비염에 잘 걸리는 체질은 사상체질 중에서 태음인이 높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태음인은 몸이 다른 체질에 비해 비교적 찬 편이며 선천적으로 호흡기가 취약하여  감기, 기관지염, 천식, 폐렴, 비염(鼻炎) 등 호흡기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이 체질인 경우 더운 여름이라 할지라도 에어컨이 가동되는 건물에 오래 머물면 냉방병에 잘 걸릴 수 있다. 

또한 성량(聲量)이 크지 않아 말을 오래하거나 많이 하면 쉽게 지친다. 먼지와 미세먼지가 많은 탁한 공기가 있는 곳에서도 폐의 기능이 더 떨어질 수 있다.

또 피부 감촉이 부드럽고 약해 알레르기 피부질환에 취약하다. 그 외 두드러기, 종기, 습진, 건선, 여드름 같은 피부병에 쉽게 이환된다는 특징이 있다. 태음인으로 판정 받은 비염에 걸린 아이들의 경우 가족관계를 살펴보면 부모님 중 한 분이 과거에 만성비염을 앓았거나 조부모님 대에서부터 가족력으로 호흡기가 약한 경우가 대부분으로 유전적인 영향을 받은 경우다.  

“원장님 치료를 열심히 하게 되면 비염이 완치가 되나요?” 한의원에서 비염치료를 계획해 찾아온 부모의 경우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병원에 오기 전 인터넷 커뮤니티 및 홈페이지 정보를 통해 습득된 지식으로 부모 스스로 답을 가지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당한 치료비용과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치료기간은 환자 입장에서 부담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알레르기 비염에 완치라는 용어를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증상 해소와 발병 빈도를 확연히 줄여 학업이나 일상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증상의 악화를 막을 수 있지만 언제든지 감기에 걸리거나 몸이 약해 졌을 때 다시 재발할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완치가 없으니 ‘굳이 치료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아닌가’ 하며 치료에 대한 회의감이 들 수 있고 면역계가 완성되면서 자연적으로 좋아질 테니 굳이 상당한 금액을 들여가면서 치료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하지만 알레르기 비염은 치료가 늦어지면 천식·축농증‧중이염 등 합병증 위험이 커진다.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천식 발생률이 세 배가량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를 방치하는 경우 천식으로 이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울러 축농증‧중이염 발병과 연관성이 높다. 축농증 환자의 40%정도가 알레르기비염을 동반되며 축농증 환자에서 중이염은 최대 90%까지라고  보고되어 있다. 이처럼 알레르기 비염을 방치하면 합병증이 올수 있기 때문에 완치라는 것에 목적을 두는 것도 좋지만 호전 가능성과 악화·재발 방지에 더 치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과 꾸준한 치료· 관리만이 정답이다. 

한의학적 치료를 통해 호흡기 기능과 면역력을 강화시키고 체질을 개선하면 정상 회복이 가능하다. 자정 회복력을 강화하고 자연 치유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단순한 증상 치료보다 근본적 치료라 할 수 있다. 
<한동화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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