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 규제에 얼어붙는 부동산 시장...규제 피한 6억 이하 아파트만 거래
- "집값 잡겠다는 정부 언제까지 믿어야 하나" 2030무주택자들의 한 숨 깊어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정부가 ‘가계 부채와의 전쟁’에 나서면서 주요 시중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건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졌다.

일요서울과 만난 한 직장인은 "대출 규제 전만 해도 시중 은행에서 1억 원가량 받을 수 있다고 알려줬던 은행 대출 담당자가 최근에 다시 연락이 와 대출이 어렵다고 했다"라며 "(그 이유를 묻자) 정부 규제에 따라 신용 등급 등을 재평가했을 때 과거 대출 이력이 있어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라고 전했다.

지난 2일에는 대출 규제로 인해 소상공인이 제2금융권으로 몰리고 있다는 국책연구원의 분석이 나와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자영업자 부채의 위험성 진단과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88조5000억 원(8월 기준)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12월보다 173조3000억 원(21.3%) 증가했다. 이는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지적받은 일반 가계대출의 증가율(13.1%)보다 1.6배 빠른 속도다.

이 보고서에서 오윤해 연구위원은 “가계 부채 총량 관리 등으로 은행권 자금공급을 제한한 게 개인사업자의 고금리 대출을 크게 늘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이 빚을 끌어다 쓰며 연명하는 와중에 대출 규제로 시중 은행의 문턱이 높아지자,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로 몰렸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는 규제 완화보다 더한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2022년 1월부터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등을 합쳐 2억 원이 넘는 신규 대출은 연 소득을 따져서 대출 한도를 정하는 `가계 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유명 포털에는 "대출 막으면, 집값 잡히나요?", "집값 오른 게 전세대출 탓", "청약 당첨 날릴 판…. 대출 한파 현실화" 등을 주제로 한 토론방과 블로그 글이 넘쳐나고 있다.

블로거 KEU***은 "대출 막으면 집값, 잡히나요.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라며 "시중 은행의 부동산담보대출 중단 등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되고 금융 당국에서 추가규제를 암시하자 선제 관리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적었다. 이어 "(선제 관리 한다고) 과연 집값이 잡힐까요. 아직 내 집 마련하지 못한 2030세대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건지…."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머니투데이도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전세대출 증가는 공급부족 등 정부의 정책 실패에 따른 집값 상승과 전셋값 급등의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닌데도 마치 `전세대출`을 집값 상승의 주범처럼 몰아 옥죄면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것이다"라며 "따라서 `공급부족→매매가와 전·월세 상승→전세대출 증가->갭 투기`에서 공급부족이란 근원적 원인을 빼고 전세대출 증가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면서 규제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비판했다. 유 후보는 "정말 한심하다"라며 "집값을 올려놓고 대출을 막으면 결국 누가 손해를 입게 될까요. 무능한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까지 부동산 정책은 아무것도 하지 마라"고 적었다.

이어 "전세대출도 사실상 올해가 막차로 만드는 `대출 한파`는 안 그래도 미친 전셋값을 더 미치게 할 텐데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무슨 생각이 있기라도 한 겁니까"라고 반문했다.

유 후보는 "이래서 경제 대통령이 필요하다. 유승민을 선택해 주시라"며 "제대로 된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되돌리고 꼭 필요한 분들에겐 대출을 더 풀겠다"라고 말했다.

대안을 제시하는 누리꾼도 있다. 그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신규주택 공급이다"라며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리니 현재로서 가장 빠른 방법은 양도세 완화 정책이라고 본다. 다주택자가 자연스럽게 시장에 매물을 내놓게 된다면 주택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되겠죠. 이런 방법이 있는데 않아는 것인지 집값 잡을 의지가 없다는 것인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편 대출 규제를 피해간 시세 6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아지는 매수 집중 현상이 앞으로도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민 주택담보대출로 분류되는 보금자리론은 6억 원 이하의 주택일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 보금자리론은 부부합산 연 소득 7000만 원(신혼부부는 8500만 원) 이하 무주택자가 6억 원 이하 주택을 구매할 때 약정 만기 최장 40년 동안 2∼3%대 고정금리로 매달 원리금을 상환하는 주택담보대출이다.

지난달 31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통계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8일까지 등록된 서울 아파트 매매 계약 건수는 930건으로, 이 가운데 매매 가격 6억 원 이하가 37.3%(347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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