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법 규정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형법 297조). 피해 대상에 따라 아동․청소년을 강간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아청법 7조 1항). 13세 미만의 자를 강간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성폭법 7조 1항). 장애인을 강간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성폭법 6조 1항).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을 강간한 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성폭법 5조 1항).
 
☞ 성폭법상 ‘친족’의 범위
통상 민법상 친족의 범위는 ①8촌 이내의 혈족 ②4촌 이내의 인척 ③ 배우자를 일컫는다(민법 777조). 그런데 성폭법상 친족의 범위는 ①4촌 이내의 혈족․인척 ②동거하는 친족 ③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이다(성폭법 5조 4․5항). 따라서 4촌 이내의 혈족과 인척의 경우는 동거 여부와 상관없이 친족 관계가 성립되고, 그 이외 5촌에서 8촌까지의 혈족은 동거할 경우에만 친족에 포함된다. 한편 배우자는 친족의 개념에서 배제된다. 다만 민법상 친족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이 추가되어 있다. 따라서 예컨대 계부가 의붓딸을 강간한 경우 민법상 친족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에 해당되므로 성폭법상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죄로 가중 처벌받게 된다.
 
※ 성폭법 개정과 대법원판례의 변경
가. 법 개정 과정
성폭법의 전신인 구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7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었다. ①존속 등 연장의 친족이 형법 제297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③위 제1항의 친족범위는 “4촌 이내의 혈족”으로 한다. ④제1항의 존속 또는 친족은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존속 또는 친족을 포함한다. 따라서 가해자가 이른바 의붓아버지인 경우에는 위 제3항 소정의 혈족관계가 없으므로 친족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위 법률에 의하여 처벌할 수 없다고 해석되어 왔다(대법원 1996. 2. 23. 선고 95도2646 판결 참조). 하지만 위 판례에 대하여 입법취지를 망각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일자, 1997. 8. 22.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을 개정(법률 제5343호 1998. 1. 1. 시행)하였는데 개정법 제7조 제3항에 의하면 “친족의 범위는 4촌의 이내의 혈족과 2촌 이내의 인척으로 제한”되나, 한편 같은 법 제7조 제4항은 “위 제1항의 친족은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을 포함한다”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그 뒤 다시 위 법이 개정되어 현재는 성폭법 제5조 제4항에 위와 같이 4촌 이내의 혈족과 인척, 동거하는 친족으로 친족의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나. 법 개정의 의미
위와 같이 친족의 범위가 확대된 것은 ‘인척’을 추가하여 계부가 의붓딸을 상대로 저지르는 성범죄를 가중처벌하기 위한 것이다. 즉 개정법률 아래서는 이른바 계부가 의붓딸의 친모와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의 부부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계부와 의붓딸 사이가 ‘2촌 이내의 인척’에 해당함이 명백하다. 따라서 계부가 의붓딸을 강간한 경우에는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으로 가중처벌받게 된다(대법원 2020. 11. 5. 선고 2020도10806 판결). 나아가 계부와 의붓딸의 친모 사이에 혼인신고가 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사실혼 관계에 해당된다면 역시 계부와 의붓딸은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에 해당된다(대법원 2000. 2. 8. 선고 99도5395 판결).
 
▶ 대법원 2000. 2. 8. 선고 99도5395 판결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과 피해자의 생모인 A 사이에 혼인신고가 없었다 하더라도 법률이 정한 혼인의 실질관계는 모두 갖추어 이른바 사실혼관계가 성립되었다면, 피고인은 A와 그녀의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난 딸인 피해자에 대하여 성폭법 제7조 제5항이 규정한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2촌 이내의 인척)”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한 행위에 대하여는 위 법률 제7조 제1항이 적용된다.
 
2. 행위 주체와 객체
가해자는 남성은 물론 여성도 가능하다. 여성이 남자를 이용하거나 남자와 공모하여 강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 역시 남성, 여성 모두 가능하다. 특히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경우3이 문제되는데, 이 역시 강간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즉 여자가 남자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하여 성교를 할 경우에도 강간죄가 성립된다. 다만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처벌된다(아청법 7조 1항). 나아가 피해자가 13세 미만의 사람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더욱 가중처벌된다(성폭법 7조 1항).
 
☞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되나?
필자가 대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당시 형법 각론 시간이었는데 강간죄에 대해 교수님께서 열강을 하고 계셨다. 필자는 수업 전에 본 월간지 기사에서 부부간에 강간죄가 성립되는 외국 사례를 본 기억이 나서 교수님에게 “잡지에서 본 바에 따르면 외국에서는 부부간에도 강간죄가 성립되는 경우가 있다던데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인가요?”라고 질문하였다. 교실은 잠시 정적이 감돌았고 약간 당황한 듯한 교수님께서는 웃으시며 “부부간에는 성관계에 응해줘야 할 의무가 있으니 강간죄는 성립되지 않습니다”라고 답변하셨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교실은 떠나갈 듯 웃음바다가 되었다. 물론 질문을 한 필자는 얼굴이 빨개 졌고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못하였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것도 사실인데, 대법원은 법적인 부부간이라도 사실상 파탄되어 더 이상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지속되지 않는 경우에만 극히 예외적으로 강간죄를 인정해 왔다. 그런데 필자의 도발적(?) 질문이 있고 약 28년이 지난 최근 대법원은 실질적인 부부간에도 강간죄가 성립된다고 판시하였다. 즉 혼인관계가 파탄되어 실질적인 부부가 아닌 경우는 물론 정상적인 혼인 관계라고 해도 폭행이나 협박으로 성관계를 갖게 되면 강간죄로 처벌받게 되는 것이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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