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스캠'에 우는 사람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로맨스 스캠`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로맨스 스캠’은 연애를 뜻하는 ‘로맨스’와 신용 사기를 의미하는 ‘스캠’의 합성어로, SNS 등에서 믿음을 갖게 한 뒤 연애 등을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 금융사기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자신을 재벌 2세라고 사칭해 여성을 유혹한 뒤 거액을 가로채거나 성관계를 요구협박한 사건이 발생했다. 앞서는 대학병원 의사를 사칭해 여성 수십 명과 교제한 유부남 회사원이 구속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화려한 언변에 속지 말고 직접 확인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 화려한 언변과 준수한 외모 등 달콤함에 속아 성관계•금전•협박 당해
- SNS를 통해 알게 된 지인•장래 약속한 사람도 금전 요구하면 의심 해야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문광섭 박영욱 황선미)는 지난 10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또 1심과 같이 5년간의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과 2년간의 보호관찰,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 항공사 회장 혼외자라 속여…낯선 사람과 SNS 교제 조심

A씨는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선지급 휴대전화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정 10여 개를 만들어 항공사 회장의 숨겨진 아들, 엔터테인먼트 회사 대표로 속여 말하며 여성들에게 접근했다. A씨는 이들 여성에게 성관계를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만남 전에 받은 노출 사진을 미끼로 돈을 내라고 협박하고 만남 뒤엔 불법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지인, 소속사에 유포하겠다며 금전이나 추가 성관계를 요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이렇게 불법 촬영한 사진 등을 지인들에게 유포하기도 했다.

A씨는 2019년 12월 배우 지망생인 피해자에게 드라마 캐스팅을 조건으로 스폰서를 제안했으나 거절당하자 SNS 계정을 이용해 지인이나 소속사에 알려 연기자를 못 하게 하겠다는 취지의 협박을 한 혐의도 있다.

이날 재판부는 "A씨는 지인들에게 (불법 촬영한) 사진을 전송하거나 SNS에 게시하기도 했다"라며 "범행 기간과 피해자들의 수, 지능적이고 악랄한 수법을 볼 때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자신을 재벌 2세라고 사칭해 이성을 농락한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지난달 9일 SNS를 이용, 해외 파병군인·외교관·의사 등으로 속여 말해 친분을 쌓은 뒤 수억 원을 받아 가로챈 ‘로맨스 스캠’ 국제 사기 조직 일당 14명을 검거하고 이 중 10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로맨스 스캠’ 피의자들은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한국으로 재산을 보내는 데 통관비 등이 필요하다’라는 거짓말로 피해자들에게 적게는 100만 원부터 많게는 수억 원을 송금받아 가로챘다. 대부분 중장년층인 피해자는 모두 24명, 피해액은 16억7000만 원에 달했다.

일부 피해자는 먼저 송금한 돈을 되돌려 받으려고 하는 수 없이 추가 입금했다. 라이베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 출신인 일당은 국내에서 인출 총책, 인출책, 대포통장 관리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일당은 해외에 머무는 총책의 지시를 받아 피해자들이 송금한 돈을 다시 해외로 보내거나 생활비, 명품 구매 등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 "사기죄 성립될 수 있다"…신종사기 수법 주의보 발령

대학병원 의사를 사칭하며 20여 명의 여성과 사귄 30대 유부남 회사원이 경찰에 적발된 일도 있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6월 사문서위조와 위조 사문서 행사, 공문서위조와 위조 공문서 행사 등 혐의로 30대 B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B씨는 2019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위조한 서울의 한 유명 대학병원 의사 신분증과 면허증을 이용해 약 20명의 여성과 교제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위조한 의사 면허증과 신분증을 이용해 대학병원 주위를 오가며 여성들과 데이트를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결혼중개업체에도 위조한 의사 면허증과 신분증, 미혼이라고 신분을 속여 여성들을 소개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B씨는 결혼해 자녀까지 둔 회사원으로 혼인 관계 증명서까지 조작해 미혼 행세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의사 자격을 사칭한 경우여서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제7호에 따라 처벌된다.

일요서울과 대화한 법무법인(유한) 강남의 이민형 변호사는 "로맨스 스캠 범죄에 해당하면 가해자는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고, 피해자를 기만하는 과정에서 자격 사칭, 사문서위조 등의 행위로 인해 또 다른 범죄가 성립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자신이 로맨스 스캠 범죄의 피해자임을 알게 되면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률가의 조력을 받아 고소 등의 민•형사상 조처를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한 매체를 통해 “로맨스 스캠을 예방하려면 SNS에 개인정보나 사생활이 너무 자세히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라며 “SNS를 통해 알게 된 지인이나, 장래를 약속한 사람이라도 금전을 요구하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거나 지인들을 통해 범죄 관련성 등을 거듭 확인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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