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토킹 범죄 단속 사례 잇달아...스토킹처벌법 시행中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헤어진 전 여자친구를 5개월 넘게 스토킹한 끝에 서울 중구의 오피스텔에서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병찬이 스토킹 범죄로 신고를 당한 것에 대한 ‘보복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 발생 하루 뒤에는 헤어진 옛 연인을 스토킹하던 20대 남성이 한밤 중에 열쇠 수리공을 불러 집 문을 열려고 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배우 곽진영 씨를 수년간 스토킹한 남성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고 곽 씨는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신과 치료에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었다고 밝혀 충격을 안기고 있다. 
 

지난달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11월20일까지 스토킹 관련 신고는 총 6939건, 하루 평균 24건 접수됐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 10월21일부터 지난달 21일까지는 총 3314건. 하루 평균 약 104건으로 늘었다. 

이 중 범죄로 인정돼 입건된 사례는 지난달 17일을 기준으로 총 277건이다. 

- ‘스토킹 살인’ 김병찬, 신고에 앙심 품고 보복

경찰은 최근 스토킹 피해로 신변보호 받던 여성을 살해한 김병찬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범죄 대응 개선 TF'를 꾸리고,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경찰청은 김병찬을 주거침입과 협박, 상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살인 등 8개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김씨가 피해자인 30대 여성 A씨와 주거지 주소를 공유할 정도로 친밀한 사이였으나 사건 발생 당시에는 헤어진 지 5개월이 지났으며, 이 기간에 A를 스토킹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씨는 A씨가 자신을 112로 신고한 11월 7일 이후 휴대전화로 범행 도구와 범행 방법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김씨는 범행 전날인 18일 서울로 올라와 중구 을지로의 한 아웃렛에서 모자를, 중구 황학동의 한 마트에서 흉기를 산 뒤 종로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1박을 하고 이튿날인 이달 19일 A씨의 거주지인 중구의 한 오피스텔을 찾아 흉기로 A씨를 살해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A씨를 만나 잘못했던 것을 풀기 위해 찾아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또 김씨에 대해 특가법상 보복살인·보복협박,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뿐 아니라 상해·주거침입·특수협박·협박·특수감금 혐의도 추가 적용했다. 5개월 동안 피해자를 스토킹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범죄 혐의가 확인돼 수사 과정에서 추가 입건됐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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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생 하루 뒤에도 헤어진 옛 연인을 스토킹하던 20대 남성이 한밤 중에 열쇠 수리공을 불러 집 문을 열려고 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삼산경찰서는 건조물 침입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20대 남성 B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B씨는 전날 오후 10시 30분께 옛 연인인 20대 여성 B 씨가 사는 인천시 부평구 한 오피스텔 현관문을 열쇠 수리공을 통해 열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한 달여 전 C씨와 헤어졌으나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통해 만남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다가 직접 오피스텔로 찾아가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C씨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B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가 귀가 조치했다. 그는 경찰에 "집에서 챙겨갈 물품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C 씨가 불안감을 호소함에 따라 B씨의 100m 이내 접근금지나 전화 등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검찰에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B 씨가 C씨의 의사에 반해 지속해서 연락하며 접근한 정황이 확인돼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며 "범행 동기 등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 수백통 전화·반복적 문자메시지도 '스토킹 범죄'에 속해
- 서울경찰청 "서장 직접 개입, 스토킹범죄대응개선팀 구성"

배우 곽진영 씨를 수년간 스토킹한 남성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일도 있었다. 지난 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정원두)는 지난 달 30일 D씨(53)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주거침입·명예훼손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D씨는 2019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유발하는 문자 270회, 계좌이체 메시지 1140회, 카카오톡 메시지 9회 등 총 1419회의 메시지를 보낸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해 8월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해 소란을 피우고 10월에는 포털 사이트에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은 댓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곽진영은 D씨의 지속적 괴롭힘으로 인해 경찰에 접근금지가처분신청, 신변보호 요청 등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D씨는 접근금지 중 “내가 피해자다”며 허위사실로 1인 시위를 하는 등 곽진영에 정신적, 신체적, 물질적 피해를 입혔다.

이에 곽진영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정신과에 다녔고 지난해 말에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 가해자는 엄정 대응, 피해자는 적극 보호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6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스토킹 범죄 대응 개선 TF'와 관련해 "현장대응력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며 "사안이 중요하고 위험성이 높으면 경찰서장과 과장이 현장에 직접 개입하도록 체계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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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위험신호를 신속 감지하는 조기 경보 체계가 가동되도록 해 단계적으로 발생하는 스토킹 범죄에 대응할 것"이라며 "방안은 거의 준비됐고 마무리하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최 청장은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전반에 걸쳐 조기경보 체계를 도입해나갈 계획"이라며 "이번 중부서 사건처럼 극한 상황에 몰리기 전에 사전 조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실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일요서울과 대화한 강민구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는 "과거에는 스토킹 범죄가 단순히 꽃을 전달하거나 수차례 문자를 보내 정신적인 피해를 입히는 사례였다면 현재는 그 도를 넘어 중범죄로 이어지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만큼 그 어느때보다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에는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했지만 현재는 10번 찍으면 스토킹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만 강 변호사는 "스토킹이 범죄임을 명확하게 규정함에 있어 모호한 부분이 있다"라며 개념 정리의 어려움이 있음을 설명했다.

그는 "(단순)스토킹의 경우 상대에게 직접적인 피해(신체 접촉 등)를 입히는 게 아니라 정신적 피해를 입히는 (가령 꽃을 선물하거나 수차례 문자를 보내는 등) 수준이라면 경범죄로 처벌해 10만 원의 과태료 부과된다"라며 "일부에서 법 강화를 주장하는데 명확한 개념 없이 법을 강화하면 오히려 악용될 소지가 많아 제도적 한계가 존재한다"라고 했다.

강 변호사는"스토킹 범죄를 당하고 있다면 본인에 대한 신변보호조치를 확실하게 하며 이를 위해서는 법률 관계자의 조력을 얻어 접근금지가처분신청을 할 수 있다"라고 덧붙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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