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까지 문다는 점포만 230개…. 노년층 "디지털 라운지 그게 뭐야"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5대 시중은행들이 최근까지 203개 점포의 문을 닫았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도 이들 시중은행들은 점포를 더 줄인다는 계획이다.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100여 개 이상의 점포가 추가로 문을 닫을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축소되는 점포만큼 금융소외 계층들의 불만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점포 폐점을 반대하는 시위도 곳곳에서 열렸다.

- 은행 점포 통폐합 가속도…고령층 중심 반발 거세
- 편의점 특화 점포 등 대안 마련…`근본적인 대책 필요


지난 16일 신한은행 본점 앞에는 `주민 불편! 노인 소외! 1만 세대 이용 은행! 신한은행 월계동 폐쇄 규탄`, `2천 주민이 탄원했다. 주민과 상생하는 신한은행을 기대한다`라는 현수막을 든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서울 노원구 월계동 인근 지역민들이었다. 이들은 “무분별한 은행 폐점, 해도 해도 너무한다.”, “노인 배제 주민 불편, 지점 폐쇄 반대한다”라고 적은 종이를 손에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의 항변은 본점이 신한은행 월계점을 `무인형 스마트 점포`로 바꾼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에 따른 집단행동이었다.

하루 뒤인 17일에는 월계동 주민센터에서 지역민과 신한은행 관계자들이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한 권성회(82) 주민대책위 공동대표는 "월계동에 주민 8000세대가 살고 있는데 대부분 노인이다. 기계를 조작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안 되고, 혼자서는 입출금, 계좌이체, 공과금 납부도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노인들은 지팡이를 짚고 은행 창구에 가서 일일이 직원에게 업무를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주민 한성백 씨도 "왜 하필 폐쇄하는 지점이 월계동이냐"며 "30년간 주민과 은행이 상생해왔는데 기업 이윤 측만 생각하는 결정이 아닌지 다시 한번 재고해달라"고 촉구했다.

- 디지털 변환 속 딜레마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디지털정보 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온라인 금융거래 서비스 이용률은 일반 국민의 41.1%를 차지한다. 모바일뱅킹이 활성화됐지만, 많은 노인은 여전히 입출금 등 금융거래를 하기 위해 은행 점포를 찾는 상황이다.

월계점 외에도 경기 고양, 목포, 삼척 등에서도 지점 폐쇄 반대 움직임이 알려졌다. 경기 고양 일산동구 풍동에서도 내년 1월 KB국민은행 폐점이 예정돼 주민들이 서명운동을 벌이고 지역 국회의원과 면담하는 등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진통(?)이라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의 공공성도 중요하지만 빠르게 변화되는 디지털 환경에 생존이 더 먼저다"라며 "인터넷 은행들의 시장 가치가 커지면서 젊은 층의 매장 방문이 현저히 줄어들어 통폐합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진행되는 구조조정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시중 은행원은 10%가량 줄어들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은행권 임직원 수는 12만2004명이다. 13만 6353명이었던 2016년과 비교하면 4년 만에 10.5%(1만 4349명) 감소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 7개 은행의 올해 희망퇴직자는 4888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우리은행이 20일부터 추가 신청받을 예정이라 올해 희망퇴직 하는 은행원은 5000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희망퇴직 대상 나이도 낮아지고 있다. 1960~70년대 출생자가 주된 대상이긴 하지만 농협·우리·하나은행은 만 40세를 갓 넘은 1980년생까지 희망퇴직 대상자로 정했다. 은행들은 이렇게 빈자리에 IT 업무를 담당할 디지털 인재들을 채용하고 있다.

- 대안 찾는 은행권

이에 시중은행도 앞다퉈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 중이다. 디지털 지점으로 전환해도 고령층을 최대한 배려한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3일부터 가양동 매탄동 오리역 목동중앙지점 등 지점 공백 지역 및 방문고객이 많은 지점 위주로 원격 화상상담 창구 `디지털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 공간을 따로 마련해 화상상담 전문직원이 원격에서 지점 창구와 같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같은 날 KB국민은행도 `KB 화상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KB 측은 앞으로도 영업점 창구 수준 이상의 업무처리가 가능하도록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월계동 간담회 당시 "많은 어르신이 화상상담, 기기 업무가 불편하고 실수를 할 것 같다며 우려하시는데 옆에서 안내 직원이 하나하나 도와 드릴 것"이라며 "디지털 라운지에서도 소수를 제외하고는 창구 업무와 똑같이 쉽게 업무를 보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디지털 라운지를 이용하신 90대 어르신들이 `나도 할 수 있다`라며 뿌듯해하셨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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