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미스터리다. 크고작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안팎이다. 부동산정책 실패에 따른 광범위한 민심이반은 물론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방역실패 논란, 레임덕(권력누수 현상) 우려 등 악재가 적지 않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전격 단행하면서 점수를 벌었다. 예상과 달리 지지율이 소폭 상승했다. 이는 역대 정부 대통령들이 임기말 지지율 폭락으로 집권 여당으로부터 탈당 압박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로 임기말 지지율이 5%로 폭락할 정도였다. 문 대통령이 4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한 채 퇴임할 경우 헌정 최초 성공한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뉴시스
뉴시스

- 친인척 비리 없이 콘크리트 지지층, 지지율 고공행진 배경
- 미래권력 이재명, 강력한 차별화보다는 건강한 긴장관계 유지

문재인 대통령의 견고한 지지율은 이른바 콘크리트로 불리는 강력한 지지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9519대 대선에 이어 20186월 제7회 지방선거, 2020421대 총선을 모조리 휩쓸면서 중앙·지방권력은 물론 의회권력마저 장악하면서 권력기반을 공고히했다. 특히 역대 정부 임기말에 되풀이됐던 대통령 친·인척의 대규모 비리는 물론 비선실세 논란이 없는 것도 강점이다.

이에 따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향후 대선전략도 다소 차질을 빚게 됐다. 문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확인된 만큼 현 정부와의 지나친 차별화를 선택하기가 애매해졌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최근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인정한 것은 물론 남북관계, 조국사태 등과 관련해서도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후보의 대선승리에도 문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유지될 경우에는 신구권력의 묘한 긴장관계가 유지될 전망이다.

40%대 웃도는 지지율 고공행진특사 단행 긍정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그야말로 이례적이다. 일부 조사에서는 50%에 육박한 결과도 나올 정도다. 대부분의 조사에서도 지지도 40%를 넘어섰다. 이는 대통령 임기 5년을 마무리해 가는 상황에서도 201719대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득표율 41.1%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임기 중반 조국사태와 부동산 정책 난맥상의 여파로 지지율이 30%대 초중반으로 떨어지면서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마치 레임덕이 없다는 점을 증명이라도 하듯 연일 상승세다. 청와대 내부 분위기도 그 어느 때보다 좋다. 익명을 요구한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국정을 살피고 있다진정성과 노력이 국민에 인정 받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에서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잘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는 무려 47%를 기록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전주와 같은 49%였다. 앞서 지난달 29일 발표된 알앤써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난 5년간 국정에 대해 긍정평가는 42.1%, 부정 평가는 52%로 각각 나타났다. 의견을 유보한 경우는 7.4%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24주차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1.8%포인트)를 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지난주 대비 0.9%포인트 오른 41.1%, 부정 평가는 1.5%포인트 하락한 55.3%로 각각 나타났다. 이는 리얼미터의 지난 92주차 조사 당시 기록한 42.7%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4주 연속 40%선을 유지했다.

이러한 지지율 상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 효과가 컸다. 문 대통령의 특사 결정에 진보진영 일부에서는 촛불정신 위배라며 반발하기도 했지만 국민적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역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전체적인 지지율 상승을 이끌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같은 조사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사면 결정에 의견을 물은 결과 과반인 57.7%가 찬성했고 31.7%가 반대했다. 여론조사업체 서던포스트의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 3.1%포인트)에서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사 결정에 잘한 결정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9.8%로 나왔다. 반면 잘못된 결정이라는 응답 비율은 34.8%에 불과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연초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건의했을 당시만 해도 부정적이었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만큼 사면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와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전격 사면을 단행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들을 생각하면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과거에 매몰돼 서로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담대하게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사면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문민정부 말기 김영삼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의 건의에 따라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사면한 것과 유사하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의 승부수가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 낸 셈이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문재인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에 따르면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3%포인트 오른 41%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는 지난주와 같은 52%였다. 그 외는 의견을 유보했다(어느 쪽도 아님 3%, 모름·응답거절 5%. 2021.09.10 뉴시스
한국갤럽이 조사한 문재인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에 따르면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3%포인트 오른 41%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는 지난주와 같은 52%였다. 그 외는 의견을 유보했다(어느 쪽도 아님 3%, 모름·응답거절 5%. 2021.09.10 뉴시스

임기말 폭망 역대정권 차별화 콘크리트 지지층 덕?

임기말 지지율 40% 재탈환문 대통령은 극적인 반등을 기록했다. 역대 대통령 중 최고 수준이다. 이는 참여정부 말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지율 폭락에 따른 레임덕으로 극심한 정치적 위기에 처했던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문 대통령의 복심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레임덕이 오라고 고사를 지내도 국민 40% 이상이 지지하는 데 레임덕이 가능하겠나고 반문할 정도로 자신감을 드러낸 것도 이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세를 이끌 호재는 사실상 거의 없다. 부동산 민심이 여전히 싸늘한 것은 물론 코로나19 확산세의 장기화에 따른 국민적 피로감이 날로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 대통령이 임기 5년 내내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던 한반도평화프로세스 구상 또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정상회담 성사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뚜렷한 성과를 남기지는 못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오는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종전선언 구상에 무게를 둬왔지만 이마저도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방침으로 사실상 물건너갔다. 게다가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와의 양강대결로 차기 대선국면이 본격화하면서 권력의 중심추가 미래권력으로 이동한 것도 문 대통령으로서는 불안 요인이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의 배경으로 무엇보다 역대 정부 임기말 때마다 되풀이됐던 비선실세 논란이나 대규모 친인척 비리가 없다는 점을 첫손에 꼽는다. 문 대통령은 아들 준용씨나 딸 다혜씨 논란이 없지 않았지만 과거와 같은 대규모 비리는 없었다.

문민정부 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구속사태 국민의정부 시절 ‘3홍비리로 불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세 아들 구속사태 참여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의 금품수수 의혹 이명박정부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구속사태 박근혜정부 시절 최순실 국정농단사태 등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부패문제에서 자유로운 것이다. 보통 임기말 대통령의 친인척 또는 최측근비리는 여론악화와 당청갈등으로 이어지면서 레임덕의 신호탄으로 여겨지지만 문 대통령은 예외인 셈이다.

게다가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여전히 문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2번의 대선을 거치며 형성된 열성 지지층은 문파로 불리며 문 대통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강력한 결속력을 자랑한다. 이는 참여정부 시절 노사모로 불렸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 이라크파병 대연정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의 여파로 분열된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퇴임후 영향력 유지이재명, 눈치보기 불가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 초청 차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차담을 하고 있다. 2021.10.26.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 초청 차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차담을 하고 있다. 2021.10.26. 뉴시스

지지율 고공행진은 향후 대선정국은 물론 문 대통령의 퇴임 이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대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문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여전하다. 더구나 이재명 후보의 차기 지지율보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높다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과거와 달리 미래권력에 모든 것을 내주기보다는 대선국면에서 여권 전반에 정치적 영향력과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는 전직 대통령 사면에 강력 반대해왔던 이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내면서 갈등을 피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지율에서 확인된 문 대통령의 정치적 파워를 고려하면 대선 이후에도 여권을 상징하는 상왕으로 역할을 이어갈 수 있다. 과거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호남과 전통적 지지층에 미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실제 주요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세론에 버금가는 40%대 초중반의 지지율을 기록한 적은 거의 없다. 대체로 30%대 중반대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최근 상황은 나쁘지 않다. 윤석열 후보 측에서 악재가 이어지면서 지지율 골든크로스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윤 후보의 크고작은 말실수 지속은 물론 이준석 대표의 가출정치에 따른 선대위 내홍 격화,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경력 파문 등의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의 여파다. 이는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과반을 넘어서는 정권교체 여론을 발판으로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압도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다만 미래권력인 대선후보의 지지율이 현직 대통령보다 높지 않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문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이 여전히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후보가 대선행보 과정에서 현 정부와 지나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는 것과 관련해 청와대 일각에서는 다소 불편해하고 있다는 기류가 흘러나오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이 후보의 지지율과 관련, “아직 배고프다 (I`m still hungry)”지금의 4자 구도, 5자 구도가 11 구도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거기까지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최종 (지지율) 50%는 넘겨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임기말 대통령 지지율 40%는 역대 정부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사안이다. 87년 대통령직선제 도입 이후 모든 대통령들은 집권 5년차 막판에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20대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정부와의 지나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경우 여권 지지층이 등을 돌리는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 후보가 대선까지 남은 60일 동안 문 대통령과의 균형잡힌 긴장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