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는 하나금융지주… ‘함영주’ 차기 회장 단독 추천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오른쪽)이 지성규 하나금융지주 디지털부회장과 함께 손을 잡고 걸어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오른쪽)이 지성규 하나금융지주 디지털부회장과 함께 손을 잡고 걸어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금융권 CEO에 대한 금융 소비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하나금융그룹이 눈치 작전을 리드하고 있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하나은행 채용비리 관련 의혹에 대한 재판부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차기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했다. 특히 함영주 부회장은 앞서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의 불완전 판매 등으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를 받고 이에 대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한 결과 역시 오는 16일로 예정된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한발 앞서 움직이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3월 임기 만료 김정태 회장 이을 차기 회장…함영주 부회장 내정 
25일 채용 비리 의혹 판결 및 16일 DLF 사태 행정소송 결과 ‘주목’

2020년 1월 금융감독원은 이른바 DLF 사태와 관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당시 하나은행장이던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대한 ‘문책경고’를 결정했다. 이후 금융위원회가 금감원의 징계 결정에 대한 기관(은행) 제재를 최종 의결하면서 함영주 부회장의 징계조치를 공식 통보했다. 

당시 언론들은 하나금융그룹의 법적 다툼을 전망했다. 하지만 함께 징계가 내려졌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법적 대응에 나선 반면 함영주 부회장과 하나금융 측은 언론의 질의과 각종 예측에도 법적 대응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했다. 

DLF사태 금감원 징계 행정소송 결과 앞둬

대체로 당시의 은행권은 제재심의위 대심 절차에서 내부 통제 부실에 따른 책임을 두고 경영진에 대한 제재까지 내리는 것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주장을 이었으나, 제재심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확정된 징계에 대해 함영주 부회장 측은 함구했다.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이 즉시 ‘징계 취소를 위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 나선 것과 달리 하나금융그룹은 김정태 회장 아래 3인 부회장 체제로 새로운 후계구도를 짰다. 금융권과 언론들은 40대의 이은형 부회장 등장에 초점을 맞췄다. 차기 회장 1순위였던 함영주 부회장은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였다. 

함영주 부회장이 받았던 ‘문책경고’는 남은 임기동안의 업무는 유지할 수 있으나 이후 3년간 금융권 취업이 불가능해 금융권 수장들에게는 중징계로 여겨진다. 이에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서지 않았던 함영주 부회장의 행보와 더불어 하나금융그룹이 3인 부회장 체제로의 개편에 나서자 금융권은 차기 회장의 가능성을 두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같은 해 6월1일 함영주 부회장이 움직였다. 서울행정법원에 ‘문책경고’에 대한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법원의 최종 판결이 있을 때까지 징계 효력을 중단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했다. 

행운의 여신은 이들의 손을 들어 줬다. 같은 달 29일 서울행정법원은 기관경고 징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함영주 부회장,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박세걸 전 하나은행 WM사업단장 등이 신청한 ‘DLF 사태 관련 개인 중징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후 행정 소송에 대한 선고가 오는 16일 예정됐다. 같은 징계를 받았던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의 경우 지난해 법원이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가 아닌 준수 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유로 금융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행정 소송 승리를 안겨준 바 있어 하나금융 측도 내부적으로 승리를 점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섣부른 대응 역시 자제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차기 회장 선임을 앞두고 두 가지 사법 리스크를 넘어서야 한다. [이창환 기자]
하나금융그룹은 차기 회장 선임을 앞두고 두 가지 사법 리스크를 넘어서야 한다. [이창환 기자]

함영주 사법 리스크 하나 ‘더’ 채용비리 ‘의혹’

하지만 하나금융그룹과 함영주 부회장이 넘어야할 사법 리스크는 또 있다. 오는 25일 예정된 채용비리 혐의에 대한 것으로 1심 공판을 앞두고 있다. 다만 금융권 채용 비리 등으로 혐의가 제기된 금융권 수장 가운데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바 있어, 이 역시 함영주 부회장의 재판 결과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풀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김정태 회장이 4연임까지 이어가며 포스트 김정태를 준비했다. 이번 함영주 부회장의 내정은 예정됐던 것으로 봐야한다. 거의 확정적이다”라면서 “이번 차기 회장 추천과 내정까지 기대 이상으로 빨리 진행된 것은 함 부회장이 법적인 리스크를 넘어설 수 있도록 하나금융 측에서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하나금융그룹이 함영주 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하면서 법적 부담을 줄여주려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4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공판에서 “함 부회장은 최종 채용 책임자로 인사 청탁을 받아 범행에 직접 개입했다”면서 “하지만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징역 3년에 벌금 500만 원을 요청한 바 있다. 

함영주 부회장이 하나은행장 재직 시절 당시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의 아들이 하나은행에 지원하자 인사부 심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 또한 자신이 ‘잘 봐주라’고 지시했던 지원자가 통과하지 못하면 ‘이들을 합격시키라’고 인사부에 지시한 것과 관련 검찰이 면접위원 업무 방해와 서류전형 합격자 선정 업무 방해 혐의 등을 적용하면서 법적 공방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 함영주 부회장은 지난달 재판 중 발언에서 “인사부장이 기준을 어기면서 합격시키리라 생각 못 했다”라며 “(합격) 기준이 되지 않는데 합격시키라고 전달할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한 번 신중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 많은 반성을 한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함영주 부회장의 차기 하나금융지주 회장 내정을 둘러싸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의외라는 시각도 있다. 사법리스크가 존재하는데도 하나금융그룹이 금융권이 예측했던 일정보다 발 빠르게 단독으로 추천하고 내정한 데 대해 잡음을 잡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함영주 부회장이 차기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최종 결정된다하더라도 법적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어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어떤 결과를 내리게 될지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의 임기 만료에 따라 하나금융그룹은 함영주 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단독 추천 및 내정했다. 김정태 회장의 모습.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의 임기 만료에 따라 하나금융그룹은 함영주 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단독 추천 및 내정했다. 김정태 회장의 모습. [하나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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