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산업부-한수원 월성 조기 폐쇄 압박 정황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임기 5년 동안 '탈원전' 정책 기조를 유지한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에너지공급원으로 원전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력 기저전원에서 주력이란 단어에만 방점을 두어 빚어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적극 해명에도 '원전의 컴백'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새울본부 노조 간부가 탈원전 국정농단을 주장하며 공소장 전문을 공개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일요서울은 강창호 위원장을 통해 공소장 전문을 입수, 관련 내용을 보도한다. 

- 탈원전 국정과제 확정 후 한수원 압박…결국 월성1호기 중단
- 부패행위 1호 신고자 "탈원전은 국정농단, 관련자 처벌해야"

 
월성 1호기 조기 중단 사건 공소장 전문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합법적으로 공소장을 확보한 일부 관계자들이 핵심 부분을 몇 차례 발췌해 공개한 바 있다. 공소장 전문은  A4용지 101페이지 분량이다.

강창호 위원장은 "혹세무민 탈원전 국정농단을 국민들께 제대로 알려 월성1호기 사건의 진상을 알리고 탈원전정책의 위법내용과,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들의 매국행위를 고발해 유사 범죄의 재발방지를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공소장 전문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한국수력원자력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고발한 당사자다. 

- 생매장 당하는 월성1호기 사건 기록들

공소장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가 대통령 입에서 시작되어 2018년 6월 15일 한수원 이사회에 의해 계획적으로 운영이 중단 된 월성1호기 사건 기록을 낱낱이 기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전후인 2017년 5월부터 6월께 산업부는 정부 국정과제 수립을 위해 설치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세 차례에 걸쳐 업무 보고를 하면서 "독일 사례 등을 참고하여 월성1호기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계속 운전 운영허가를 받아 가동 중이므로 이를 폐쇄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에게도 같은 맥락의 보고를 했다. 

그러던 중 문 대통령이 2017년 6월19일 한수원 고리 본부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월성 1호기는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하여 빨리 폐쇄하겠습니다"라고 발표했고 이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017년 7월19일 신규원전 백지화, 원전 설계수명 연장 금지, 월성1호기 조기폐쇄를 내용으로 하는 '탈원전 정책으로 안전하고 깨끗한 에저지로 전환'을 국정과제로 확정하고 월성1호기를 가급적 조기에 폐쇄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새로운 국정과제로 정했다. 

탈원전 정책이 산업부 국정과제로 채택되자 대통령 비서실은 2017년 7월께 국회와 언론의 비판 이슈에 대응해 탈원전 정책의 신속하고 원만한 이행을 위해 관련부처의 세부 전략 수립 및 추진 사황을 점검하고 조정하기 위한 컨트롤타워 '에너지TF'를 구성했다. 산업부는 TF회의에 정기 적으로 참석하거나 이메일 등을 통해 관련 문건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월성1호기 조기폐쇄 등 국정과제 관련 이슈 등을 보고했다. 

당시 채희봉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으로부터 "에너지기본계획을 수정하겠다고 말하려면 청와대에 오지 말라"는 언질을 받은 산업부 공무원은 "못 해 먹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나아가 백윤규 장관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 등 탈원전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에너지자원실장 내정자에게 "산하기관 인사를 서둘러라. 사장 임기가 많이 남았지만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정부의 신고리5ㆍ6기 영구중단 추진에 반대하는 한수원 관계자를 압박했다고 소장에서 밝혔다. 

이후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포기한 백운규 전 장관 등 산업부 관계자들은 이번엔 반대로 한수원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일부 한수원 관계자들이 다른 사람에게 '이사회에 원전 폐지 계획을 우리 부서에서 보고하라네요', '왜 우리한테 이런 것을 시키느냐'고 따진 정황도 드러난다. 

2018년 청와대 행정관이 원전 정책을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담당 과장에게 월성 원전 즉시 가동 중단을 요구하며 "이거(월성 원전 가동 중단)는 대통령께서 머리 깊이 지금 박혀 있으신 거다"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결국 탈원전은 현 정부 수장들로 부터 시작됐음이 공소장에 녹아 있다.   

강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국정농단을 논하다' 토론회에 참석해  "청와대가 경제성 평가 결과 조작을 지시하고 한수원 자율적 경영에 부당 개입한 대형 게이트였다"며 "탈원전은 녹생성장법, 에너지법, 전기사업법 등의 현행법을 위반했고, 탈원전의 법적 근거인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처분성 구속력이 없다고 판결이 났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인 2017년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 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며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도 했다.

文 "원전이 주력"…"이미 업체는 도산했다"

한편 지난달 25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 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전을 수출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원전에 있어 세계적인 선도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원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거듭했다.  

특히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 원전의 빠른 정상 가동을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포항과 경주의 지진, 공극(구멍) 발생, 국내자립기술 적용 등에 따라 건설이 지연됐다"며 "그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준 강화와 선제적 투자가 충분하게 이뤄진 만큼,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단계적 정상가동을 할 수 있도록 점검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원전 업체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제와서 "재개라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특히 원전을 주력으로 했던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도산하고 근간히 버틴 기업들로서는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비난하기 일쑤다. 

한 관계자는 "지난 5년간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문을 닫은 업체가 상당히 많다. 이제와서 이들 업체에 대한 보상은 없이 다시 시작하라고 하라하니 황당하다"라며 "무슨 속내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향후 원전 정책의 향방은 차기 정부 몫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신규 원전 건설엔 부정적이지만 신한울 3·4호기 공사 중단에 대해서는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후보는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건설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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