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 비대위원장의 맞대결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61일 열리는 제8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표간 정면충돌마저 빚어질 조짐이다. 세대별 유권자 지형에서 1985년생인 이준석 대표가 이대남(20대 남성), 1996년생인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이대녀(20대 여성)를 각각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정치지형에서는 젠더 이슈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대선과정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우면서 이대남 공략을 주도했다. 대선 승리 이후에는 정치적 활동공간이 더욱 커졌다. 박지현 위원장은 사이버 성착취 사건인 ‘n번방문제를 공론화한 페미니스트로 이대녀 공략을 주도했다. 대선 패배 이후 이준석 대항마로 공동 비대위원장으로 파격 발탁됐다. 젠더 이슈만이 아니다. MZ세대의 표심이 주요 선거판세를 뒤흔드는 핵심 캐스팅보터로 떠오르면서 여야 정치권의 이대남·이대녀 표심잡기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20대 대선에 이어 6월 지방선거에서 제2라운드가 펼쳐지게 된다. 이대남과 이대녀의 성전(性戰)의 막이 오른 셈이다.

2030 남성들로 구성된 모임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열린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에서 여성혐오 중단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2.02.09. 뉴시스
2030 남성들로 구성된 모임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열린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에서 여성혐오 중단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2.02.09. 뉴시스

- , 대선 이어 지선 승리향후 권력기반 공고화
- , 구원투수 파격 발탁이대녀 정치세력화 상징

사실상 이준석 대표와 박지현 위원장의 활약상에 따라서 여야의 지방선거 성적표가 엇갈릴 전망이다. 6월 지방선거 성적표는 두 사람의 향후 정치적 운명과도 직결된다. 이 대표는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3주 만에 열리는 지방선거를 반드시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 20대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마저 승리로 이끈다면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공고해진다. 202422대 총선을 통해 원내에 진입한 뒤 이르면 2027년 차기 대선까지 노려볼 수 있다.

박 위원장의 상황은 이 대표보다는 불투명하다. 대선 패배 이후 당의 구원투수로 파격 발탁됐지만 이 대표와 비교할 때 정치적 입지와 기반은 훨씬 취약하다. 게다가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 크고작은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거센 내홍을 겪고 있다. 다만 20대 여성이라는 핸디캡에도 박 위원장이 대선 패배 수습과 민주당의 쇄신 혁신작업을 주도한다면 당의 새로운 간판 얼굴로 부상할 수 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생존확률이 희박했던 소수자였던 청년여성의 정치적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다.

극명하게 갈린 이대남·이대녀 표심대결

20대는 보통 정치적 무관심층으로 분류돼 왔다. 정치 성향은 대체로 진보적이지만 주요 선거에서 다른 세대보다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20대가 한국 정치에서 전면적으로 등장한 것은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였다. 문재인정부 탄생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20대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선택했다. 조국사태로 상징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여파에 집단적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여야는 다급해졌다. 20대 대선에서 이대남과 이대녀의 마음을 잡아야했기 때문이다. 40·50대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60대 이상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상황에서 이대남·이대녀로 상징되는 MZ세대의 표심을 얻어야 대선 승리가 가능한 구조였다.

이번 대선에서 20대 공략을 주도한 최전방 사령탑은 이 대표와 박 위원장이었다. 결과는 무승부였다. 당초 윤석열 당선인의 압도적 우세가 예상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표심은 성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박근혜키즈로 정치권에 입문해 10년만에 제1야당 대표에 오른 이 대표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워 이른바 세대포위론 프레임으로 이대남 공략을 주도했다. ‘n번방 추적단 불꽃활동가 출신의 박 위원장은 대선 막판 민주당선대위 디지털성폭력근절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이대녀 공략을 주도했다. 박 위원장 영입은 상당한 성과를 냈다. 대선 직후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이대남 vs 이대녀의 표심은 엇갈렸다. 윤석열 당선인은 20대 이하 남성에게 58.7%의 지지도를, 이 후보는 20대 이하 여성에게 58.0%의 지지도를 각각 얻었다. 기존 지역주의와 이념대립 구도에 이어 성별 갈등이 극단화된 것이다. 이는 다자구도로 치러진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0·30세대에게서 과반 이상의 지지를 얻는 것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다만 대선 표심은 이 대표에게 숙제도 안겼다. 기대했던 넉넉한 승리가 아니라 최종 득표율 0.73%(247077) 차이의 초박빙 신승이었기 때문이다. 정권교체 여론이 과반 이상이라는 점에서 낙승이 기대됐지만 근소하게 승리한 아찔한 결과가 나왔다. 결정적으로 20·30세대 여성이 이재명 후보에게 몰표를 준 것도 부담이었다. 다시 말해 여가부 폐지로 상징되는 이 대표의 선거전략이 실패한 것은 물론 역효과까지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 “여성가족부 폐지가 반여성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이상하다. 당연히 공약대로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대남 위주의 선거전략이 패착이라는 비판에는 승리의 원흉을 찾자는 것인지 뭔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젊은층 지지 회복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조국사태로 촉발된 내로남불 이미지에 옴짝달싹할 수 없었던 서울시장 보선과는 비교되는 결과였던 셈이다. 대선 패배 이후 이준석 대항마로 박 위원장을 공동 비대위원장에 내세운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20·30세대 여성을 정치적 기반으로 다진 뒤 20·30세대 남성 지지를 얻기 위한 외연확대 전략에 나선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20대 대선에서 선대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지난 2019년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사이버 성 착취인 이른바 ‘n번방사건을 최초로 공론화한 추적단불꽃출신의 활동가다. 대선 과정에서 이 대표의 이대남 전략을 맹비난하며 MZ세대의 여성표심을 결집시켰다. 이재명 후보가 이른바 형수욕설 논란이나 여배우 스캔들로 2030세대 여성의 비호감 이미지가 적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성과다. 박 위원장은 대선 직후 이준석 대표의 여성혐오 정치 전략과 세대포위론은 완전히 실패했다이 대표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정치권에서 떠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아울러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부친상에 대한 여권 주요 인사들의 조문에 대해 진짜 내가 멱살이라도 잡아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화가 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뉴시스
뉴시스

지방선거 올인하는 이준석 vs구원투수 박지현 맞짱

대선이 마무리되면서 여야 정치권은 지방선거 체제로 빠르게 재편 중이다. 국민의힘은 대선승리에 이어 지방권력 장악으로 권력기반 공고화에 나섰다. 민주당은 박빙패배라는 아쉬움을 딛고 지방선거에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여야는 이 대표와 박 위원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물론 이 대표는 집권여당의 대표로, 박 위원장은 민주당의 구원투수로 각각 지방선거 사령탑 역할을 맡았다. 다만 걸림돌이 적잖다. 크고작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나치게 튀는 언행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앞으로 지방선거나 또 새로 들어서는 정부와 함께 여당을 하려면 기존의 지도부는 사퇴하고 판을 새로 짜야 한다며 이준석 퇴진론을 공개 거론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의 경우 이 대표에 비해 정치적 중량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보여주기식 깜짝 발탁 이상의 성과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대선 이후 하하, 여당 대표다며 환호했던 이 대표는 최근 지방선거 체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지방선거 공천과 당 살림을 주도할 사무총장에 측근인 한기호 의원을 내정하며 기초적인 준비를 마쳤다. 또 투명한 지방선거 공천과 개혁도 다짐했다. 이 대표는 지방선거 공천을 매개로 금품을 요구하는 사람, 또는 금품을 제공한 사람을 아는 분은 제보해주시면 제보자의 신상을 보호하면서 철저하게 밝혀내고 당내에서 최고 수준의 징계로 징벌하겠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지방선거에서 일부 지역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 의중에 따라 투명하지 못한 공천이 이뤄진 경우가 가끔 있어 당원 사기를 저하하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지분나누기 같은 구태와 같은 행태는 보이지 않는 게 좋은 공천이라고 시사했다. 이밖에 공직후보자 역량을 검증하는 자격시험 도입 의지도 내비쳤다.

아울러 박지현 체제의 민주당에는 견제구도 날렸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지금까지 따돌렸던 김해영·박용진·조응천에게 기회를 줬으면, ‘비대위원장 김해영이런 게 두렵지라면서 소수자 정치로 선거 이후 활로를 모색한다면 ‘180석 정의당’, ‘180석 녹색당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선패배를 둘러싼 책임론이 한창이다. 여전히 이재명 후보의 조기 재등판 목소리가 나오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다. 박 위원장은 20대 여성의 당찬 각오로 민주당의 쇄신과 공천개혁을 다짐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공천기조와 관련, “가산점이나 할당제에 얽매이지 않고 젊은 정치인들이 정치에 도전하고, 활약할 수 있도록 공천 시스템을 개편하겠다쇄신과 변화에 발맞춰 여성과 청년에게 공천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무관용 의지도 밝혔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은 권력형 성범죄, 성 비위에도 피해자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의 위치와 권력을 남용했다. 2차 가해도 사과하지 않고 모르쇠해 왔다성폭력, 성 비위, 권력형 성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도입하겠다. 이는 다가올 지방선거의 공천기준에도 엄격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려도 적지 않다. 물론 현 상황에서 공개 비판의 목소리는 없다. 다만 지방선거 국면이 본격화하면 박 위원장의 역할론에 대한 본격 검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요약하면 대선패배에 대한 따가운 여론을 의식해 전문성과 능력보다는 참신성 위주의 파격 발탁에 매몰됐다는 것이다. 특히 대선 패배 내홍 수습과 지방선거 승리라는 중차대한 정치적 과제를 햇병아리에 불과한 20대 정치신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론이다.

정치전면 나선 MZ세대86세대 퇴출 속 세대교체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화상으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3.14. 뉴시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화상으로 발언하고 있다.  2022.03.14. 뉴시스

이준석 체제의 공고화와 박지현 체제의 등장은 여의도 권력의 중심이동을 나타내는 상징적 사건이다. 한국정치는 판검사 등 법조계 출신, 운동권 출신 86그룹, 대학교수, 시민단체 출신 등 다양한 명망가 그룹이 주도해왔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의 중심축은 주로 50대 이상의 기득권 남녀였다.

반면 이 대표는 1985년생으로 한국 나이 38, 박 위원장은 1996년생으로 한국 나이 27세다. 여야를 대표하는 얼굴이 20·30대 젊은 남녀로 바뀐 셈이다. 이는 과거 대선이나 총선 국면에서 파격 발탁이라는 이름으로 정치적 장식물에 불과했던 MZ세대가 스스로의 힘으로 정치적 주류에 한 걸음 다가선 것이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이준석·박지현이라는 여야 대표 체제는 현대정치사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여의도 정치권력의 세대교체를 보여주는 이정표라고 진단하면서 “80년대 유명 인서울 대학 출신의 50대 중반 남성이 주도해온 한국정치의 변곡점이다. 86세대의 퇴출을 알리는 서막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이준석 대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국민의힘 대표에 올랐고 극한의 권력투쟁을 거치며 대선 승리를 이끌었다. 박지현 위원장 역시 구원투수로 깜짝 발탁됐지만 민주당의 대선패배 수습은 물론 지방선거 선전에 기여할 경우 향후 정치적 장래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