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백마가 달리는 것을 문틈으로 보는 것과 같이 빨리 지나간다(인생여백구과극, 人生如白駒過隙). 그래서 인생은 해 뜨면 사라질 풀 위의 이슬처럼 덧없는 것이라(인생초로, 人生草露) 했다.

100년 인생도 이처럼 짧다고 했는데, 하물며 5년 임기의 대통령은 말해서 무엇 하랴. 현직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을 존중해야 한다. 자신도 5년 후엔 전직 대통령이 될 테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나는 국민들에게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전직 대통령들과 국정경험을 나누면서 국난극복의 지혜를 얻고자 했다”고 했다.

현직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 간의 회동은 일상적인 풍경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헌정사는 정치보복이 일상화 되다 보니 전 현직 대통령 간의 교류가 단절되어 있었다.

윤석열 당선인은 검사 시절이었던 2016년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으로 세칭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형을 끌어낸 악연이 있다. 그런 윤 당선인이 지난 12일 대구 달성군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했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에게 “늘 죄송했다”며 고개를 숙였고,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중 했던 좋은 정책이나 업적을 계승도 하고 널리 홍보도 해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이 “감사하다”고 화답한 것은 ‘보수통합’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구원(舊怨)을 어느 정도 털어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점은 박 전 대통령 ‘사저 정치’의 문이 열리는 게 아니냐는 언론의 관심이다.

박 전 대통령은 하루 전인 11일에 대구시장 선거에 나선 자신의 측근 유영하 변호사 지지 동영상 발언을 했다. 후원회장직 수락 후 열흘만이다.

이제 김재원-유영하-홍준표 3인으로 압축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은 오리무중(五里霧中)이 되었다. 일주일 후인 23일 경선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대혼전이 전개될 전망이다.

다만 박심을 등에 업은 유영하 변호사가 홍준표 전 대표를 이길 수 있느냐가 관점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김재원 전 최고위원이 박 전 대통령의 뜻에 따라 후보 단일화(양보)라는 ‘큰 결단’을 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5년 동안 죽음보다 더 힘든 고행(苦行)을 했다. 그 주군(主君) 곁을 묵묵히 지킨 사나이 유영하는 이제 의리와 신뢰의 대명사가 되었다.

최근 경선 과정에서 상대 후보들의 비난과 음해에도 일절 대응하지 않고 정도(正道)를 걷는 유 변호사의 여유와 품격에서 주군인 박 전 대통령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불법탄핵의 진실을 규명하여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권토중래(捲土重來)가 요구되고, 유 변호사의 대구시장 도전은 그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대구시민들이 박 전 대통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서는 이번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명예회복을 하고 국가발전을 위해 정치원로로서 일익을 담당하길 바라는 뜻에서 ‘박근혜 대통령 귀향’(朴謹惠 大統領 歸鄕)이라는 자작(自作) 한시를 소개한다.

전통귀로일경광(前統歸路日更光)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귀향길에 해가 더욱 빛났고

억만인파집사방(億萬人波集四方) 수많은 인파가 전국에서 (구름처럼) 운집했네

일창천화개탄식(一唱千和皆歎息) (탄핵당시) 한 사람이 노래 부르면 천 사람이 따라 불러 모두가 탄식했으며

오년유폐중난망(五年幽閉衆難忘) 오년 동안의 감옥 생활을 많은 사람은 잊지 못하네

국망정변여민치(國亡政變黎民恥) 나라가 망할 (탄핵)정변을 국민은 부끄럽게 여기고

오역광풍구맹탕(忤逆狂風狗猛湯) 반역을 꾀한 광풍의 주역인 간신배는 쓰러질 것이네

권토중래상유사(捲土重來常有史) 실패에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섬은 역사의 상례이고

광정재심도생망(匡正再審倒生望) 재심에서 오판을 바로잡을 것을 초목도 바라고 있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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