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하정밀, 삼성SDI, 쿠첸, 이랜드리테일 등 과징금 부과...일각선 윤 당선인 공약 이행 주장도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재계가 '공정거래위원회發 조사태풍'에 휩싸였다. 불공정하도급거래, 기술유용행위, 담합 등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해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과징금 부과 등 관계당국의 고발을 앞두고 사태 해결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고 지적한다.   

- 재계 전반으로 향하는 수사, 칼날 어디까지

본지의 취재를 종합해보면 공정위는 4월1일부터 25일 현재까지 ▲8개 보험사 ▲삼태사 ▲동하정밀 ▲삼성SDI ▲쿠첸 ▲(사)한국육계협회 ▲이랜드리테일 ▲장흥건설기계연합회 등에 대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한 2018년 임대주택 등 재산종합보험 및 전세임대주택 화재보험 입찰에서 (주)KB손해보험 등 8개 손해보험사가 들러리 참가 또는 입찰 불참과 같은 방법으로 담한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764백만 원을 부과했다. 담합을 주도한 (주)KB손보 및 공기업인스컨설팅(주)를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삼태사와 관련해서도 공정위는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삼태사는 아파트 및 상가 분양대행 용역을 수급사업자에게 위탁하면서 서면을 발급하지 않고 하도급대금 지연이자를 미지급한 행위로 공정위에 적발됐다. 

주방 문화를 리드하는 '쿠첸'은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하고,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아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9억 2200만 원을 부과 받았다. 공정위는 쿠첸과 기술유용행위를 주도한 직원을 각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이외에도 삼성SDI는 수급사업자(A)로부터 다른 사업자(B)의 기술자료를 전달받아 중국 내 협력업체에게 제공하고,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법에서 정한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아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70백만 원을 부과받았다. 

2008년 6월부터 2017년 7월까지의 기간 동안 구성사업자들의 육계*ㆍ삼계**ㆍ종계***의 판매가격ㆍ생산량ㆍ출고량 등을 결정한 사단법인 한국육계협회(이하 ‘육계협회’)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2억 100만원(잠정)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이랜드' 소속 ㈜이랜드리테일의 경우 이랜드그룹 소유·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인 ㈜이랜드월드에게 변칙적인 방식으로 자금 및 인력을 지원한 행위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이처럼 공정위의 칼날이 협회, 중소기업, 대기업 등 재계 전반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어 조사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가늠마저 힘든 상황이다. 
 
- 윤 당선인 공약 이행 보조맞추기 행보? 의혹도

역대 정권은 집권 초기 강력한 재벌개혁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임기 말에는 하나같이 재벌개혁을 완화했다. 하지만 임기를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분위기는 예전과 다르다. 특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합의안을 두고 여의도 정가가 시끄러운 상황에서 오히려 공정위의 재계 압박은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재계는 이같은 정권말기에 집중되는 옥죄기 수사와 더불어 세계금융위기 악화가 맞물려 있는 것이 부담이다. 특히 우크라發 공급망 위기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세계 경제 충격 우려가 국내에도 상당 부분 퍼진 상황에 기업과 정부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점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근 열린  ‘공정거래법 발전 방향 모색 토론회’에서  “공정거래법이 기업의 경영활동을 지나치게 위축시키는 측면이 있다”며 “글로벌시장이라는 거시적·전략적 관점에서 공정거래법 관련 제도들을 다시 살펴볼 시기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선진국들은 공정거래법에 형사처벌 규정을 두지 않거나 담합(카르텔)에 대해서만 두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공정거래법 전반에서 규정을 두고 있어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국에 비해 과도한 규제로 인해 변화에 뒤처지거나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더 많은 부담을 가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공약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행보라는 지적이다.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한 시장 규칙'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뜻을 밝혔던만큼 이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본지에 "불법을 저지르는 회사에 대해 공정위가 조사를 벌이고 이를 지적하는 것은 잘못은 아니다"라며 "공정위 수사로 기업이 힘들다는 말 또한 맞지 않다"고 했다. 그는 "(다만) 일각의 주장처럼 정권 눈치보기용 조사 결과 발표라고 한다면 이는 각성할 필요가 있고, 기업이 우려하는 측면이 이해가 간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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