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월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찰수사완전박탈(검수완박)법안 중재안에 합의했다. 이 중재안은 검찰의 직접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의 기존 6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수사권들 중 부패와 경제만 한시적으로 남기로 했다. 하지만 한시적으로 남게 된 부패와 경제 수사권도 앞으로 ‘중대범죄 수사청(중수청)’이 발족되면 거기에 넘기도록 돼 있다. 이 중재안은 검찰이 선거사범과 공직자 수사를 할 수 없게 했다. 국회의원과 공직자를 검찰의 수사에서 면제해 준 꼴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즉각 의원총회에서 중재안을 받아들였고 대통령인수위원회도 “여야의 중재안 수용을 존중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는 권력과 뜨는 권력”이 “야합”했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웹사이트에는 “보수 가치를 훼손하는 야합을 규탄한다”는 글이 쇄도했다. 많은 학계*법조*시민단체 인사들이 반대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3일 만에 중재안을 뒤집고 재협상키로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본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4.22 중재안은 서로 주고받으며 타협한 “중재안”이라고 할 수 없다. 권 원내대표가 박 원내대표에게 굴복한 거나 다름없다. 4.22 중재안이 일부 집행 시기만 잠시 유예했을 뿐, 원래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대로 따라갔다는 데서 그렇다.

권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민주당 요구대로 끌려갔던 데는 필시 까닭이 있다. 먼저 “웰빙 당”이라는 국민의힘 속성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는 보수 가치와 원칙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울 의지와 용기가 없다. 진보좌파의 사나운 공세에 맞서기 위해선 생명을 걸어야 하는데 그런 결기가 없다.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가 적시한 대로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은 “골프나 즐기는 웰빙 당” “하루하루를 즐기며 사는 웰빙 당”의 유전자(DNA)가 박혀있다. 또 “여당같은 야당” “전시에도 후방부대 같은 정당” 이라는 DNA도 있다.

민주당의 돌격전에 국민의힘이 맞서 싸울 의지와 용기가 없다는 것은 4.22 중재안에 합의해 준 권 원내대표의 말에서도 노정되었다. 그는 “소수정당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으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힘이 없어 더 막지 못해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는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볼 수 없다. 전부 민주당 의도대로 끌려갔기 때문이다. 더 싸울 용기가 없어서 끌려간 것이다. “하루하루를 즐기며 사는 웰빙 당” DNA를 드러낸 양보였다.

권 원내대표는 양보하게 된 이유로 민주당과의 협치를 들었다. 그는 민주당과 맞서게 되면 “정국이 경색돼 민주당의 협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요구에 순종했다고 해서 결코 윤석열 정권에 순순히 협력할 정당이 아니다. 도리어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얕잡아 보고 앞으로 또 다른 악법을 들고 나올 수 있다. 다수의 폭주에 빠진 민주당 버릇만 키워준 셈이다. 

그 밖에도 국민의힘은 윤 당선인이 바라는 민주당과의 “통합과 협치” 길을 트기 위해 4.22 중재안에 찬성한 듯싶다. 그러나 윤 당선인의 “협치” 의중을 받들기 위해 중재안을 수락했다면, 국민의힘은 원칙과 소신 없이 그저 권력자의 눈치나 보며 “하루하루를 즐기며 사는 웰빙 당” 속성을 드러낸 것 밖에 안 된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끌려 다닌다면 민주당은 더욱더 오만해져 계속 몰아붙일 게 뻔하다. 윤석열 정권 5년 내내 끌려다니게 된다. 국민의힘은 뒤늦게나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검수완박을 저지 해 “웰빙 당”이 아님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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